성큼 다가온 겨울, 월동준비는 어떻게 [일상스케치(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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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겨울, 월동준비는 어떻게 [일상스케치(62)]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2.0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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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한파에 에너지 충당 비상
러시아, 서방의 제재에 에너지 무기화
유럽, 러시아 발 대란에 짠 내 나는 절약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 습관 필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철모르는 봄꽃까지 피었었다. 겨울이 오긴 오는 건가 할 정도로 이상 고온의 포근하던 나날. 12월에 들어서며 갑자기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바람이 차다 못해 뼛속까지 아릴 정도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가 속절없이 흐느적거리며 떨어진다. 차가운 바람에 두터운 외투를 여미는 겨울에 돌입한 만큼 월동준비가 시급하다.

제주도 한라산 등반. ⓒ연합뉴스
제주도 한라산 등반. ⓒ연합뉴스

라떼의 겨울엔…

격세지감이다. 과거, 지금 같은 단열이나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엔 윗목 방안에 있던 물이 밤새 얼기도 했다. 아랫목 방바닥은 뜨겁지만 이불을 어깨까지 뒤집어쓰고 자도 웃풍 때문에 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낭만(?)이 있었다.

따끈한 아랫목에서는 할머니가 만든 메주 띄우느라 자리를 차지하고, 처마 밑엔 서리 맞은 곶감이 맛나게 익어가던 정경이…. 지금 세대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마는 전기밥솥이 없던 그때, 장작불로 불을 때어 가마솥에서 지은 밥을 스테인리스 그릇마다  담아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 매서운 추위와 맞바꿀 어린 시절 추억이다.

그 당시엔 월동준비로 문틈 사이 찬바람을 막아줄 문풍지 붙이기를 먼저 서둘렀다. 여기에 땔감으로 장작을 준비하거나 연탄을 사다 쌓으며 긴 겨울을 날 채비를 했다. 또한 할머니와 엄마가 다듬이로 두들겨 곱게 입힌 두터운 무명 솜 이불은 김장못지 않게 절대적인 월동준비 요건이었다.

소나무 많던 고향 마을, 이웃 친구들은 솔잎이 말라 떨어지면 갈고리로 긁어모아 집으로 가져갔다. 물자가 부족하던 옛날, 어린아이부터 가족이 총출동하여 아궁이 땔감을 마련한 것이다. 나도 해보겠다고 친구 쫓아갔다가 산등성이에서 구르며 다리를 다쳐 한동안 고생한 기억도 떠오른다.

에너지 대란에 짠 내 나는 유럽

반면,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해졌다. 하지만 올겨울 전 세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줄이며 보복전까지 펼친 것이다.

유럽 공급의 45%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가스가 전쟁 이후 급격히 감소하면서 에너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가스와 석유 가격이 급등하며 심각한 고물가를 더 자극했고, 공급난까지 일으켜 기업 생산을 위축시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의 각 국가들은 에너지 효율 제고 및 강력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에너지 절약 위해 조명 꺼진 독일 베를린의 전승기념탑. ⓒ연합뉴스
에너지 절약 위해 조명 꺼진 독일 베를린의 전승기념탑.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일찌감치 지난여름부터 문화재나 공공 분수대 전원을 차단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각종 공공건물의 난방 온도를 섭씨 19도로 제한하고, 건물 복도와 로비 입구 통로 등의 난방기는 모두 끄도록 했다.

또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조명을 켜는 것도 제한되며, 야외 수영장의 난방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난방용 땔감 나무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절전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관 건물의 온수를 차단하고 난방 온도도 낮추기로 했으며, 셔츠 대신 스웨터와 목폴라 등 따뜻한 옷을 입고 다니도록 복장 규정도 완화했다.

또 에펠탑의 조명을 지난 9월 23일부터 조기 소등하기 시작했고, 그 외에도 새벽 1시까지 켜지던 조명을 밤 11시 45분에 끄기로 했다.

덴마크에선 온수 샤워를 5분 이내로 할 것을 권고했다. 헝가리는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메르켈 국립 오페라 극장 문을 개관 111년 만에 처음으로 닫기로 했다.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다양한 조치다.

크리스마스까지 예외 없이 간소화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지자 연중 최대 축제인 크리스마스 조명 사용도 줄이고 있다. 에너지 절약 방침에 따라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체코, 헝가리 등 유럽 국가들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다소 어둡고 간소해지고 있다.

게다가 AFP 통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 있는 올라프 숄츠 총리 사무실 밖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는 올해 단 4시간만 불을 밝힌다. 총리실이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독일 다른 지역에서도 트리 조명을 LED로 바꾸고 점등 시간을 줄이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 45%에서 현재 15%로 줄었지만 한파가 심해지거나 에너지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 유럽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민국 겨울은 안전한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월동 준비는 어떨까. '짠 내' 나는 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로서도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 형태를 보면, 난방이나 조명 등을 이용하는 에너지 사용 습관이 에너지 위기 이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에너지 절약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상반기 전력 소비는 작년보다 0.51% 감소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8월까지 전력 소비가 4%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지만 대부분의 에너지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보다 더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습관을 기르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겨울철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에너지 다이어트 10' 실천 방안을 내놓고 가정과 상점에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안내중이다. 구체적으로 △겨울철 실내 온도 18∼20℃ 유지 △전기 난방기 사용 자제 △사용하지 않는 방의 조명 끄기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 사용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만한 방안이다.

민간 캠페인 외에 우선 정부가 권고한 겨울철 에너지 절감 5대 실천강령에 에너지 공기업이 솔선수범에 나선다. 실천강령 내용을 보면 건물 난방온도를 18도에서 17도로 제한하고 겨울철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난방기 순차 운휴에 돌입한다.

또 온풍기, 전기히터 등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지하고 기념탑 등 경관조명을 끈다. 이외에 업무시간 3분의 1 이상, 비업무시간·전력피크 시간대 2분의 1 이상 실내조명을 소등한다.

이와 같은 유럽의 동정과 뉴스를 접하며 밝게 사용하던 집안의 전등을 꼭 필요한 것만 빼고 소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낮은 실내 온도를 유지하며 양말과 겉옷을 챙겨 입고 짠 나 내는 올겨울을 넘길 작정이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쉬고 있는 멀티탭 전원도 끄고 있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차단이 최대 과제다. 올겨울 월동준비는 에너지 절약에서부터.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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