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설, 올 것이 왔다?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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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당설, 올 것이 왔다?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2.1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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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친명은 추구하는 가치 다른 세력…분당설 불가피했단 분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분당설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친문과 친명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분당설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친문과 친명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분당설(分黨說)로 뒤숭숭합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지난달 30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분당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김종민 의원까지 4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과의 인터뷰에서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년에 생길 거라고 본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민주당 내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시선이 쏠립니다.

민주당의 분당설에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분당은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할 당시, <리얼미터>가 1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정례조사에서 민주당이 얻은 지지율은 새누리당(39.7%)에 15.1%포인트 뒤진 24.6%에 불과했습니다. 2017년 새누리당의 분당 역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미디어트리뷴>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2월 5일부터 9일까지 실시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45.2%의 지지를 얻어 38.7%에 그친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습니다. 대통령 임기 초반임에도 야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당설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분당설의 원인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지목합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당 차원에서 방어하는 행태가 비(非) 이재명계의 불만을 폭발시켰다는 지적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당 주류는 (이 대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단일대오로 버티자고 하는데,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서 반박하고 논평 내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분당설을 ‘정체성 갈등의 폭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친문(親文)으로 대표되는 구(舊) 주류와 친명(親明)의 상이한 정체성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이 중심인 친문은 이념적 성향이 강한 반면, 이 대표는 일관되게 탈(脫) 이념적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두 세력의 극단적 권력 다툼 이면에는 이러한 태생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등 범(凡) 야권과 연대했던 민주당은, 이를 기점으로 ‘무상’ 시리즈 도입, 공공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소상공인 보호 등 진보 의제를 대거 수용했습니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문재인 정부 역시 대북 유화책,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탈(脫)원전 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평가와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노무현의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반면 이 대표는 다릅니다. 애초에 거대 담론보다는 불법 계곡시설 정비와 같은 ‘생활 정책’으로 지지를 모았던 인물이니만큼, 전통적 진보 의제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여론이 쏠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 과정에서도 그는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통일 지향하기엔 너무 늦었다” (2021년 11월 20일), “전두환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 (2021년 12월 11일),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겠는가” (2022년 2월 15일) 등의 발언으로 민주당 주류와의 거리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선 과정에서도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은 듯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습니다.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계속됐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다 아시면서 물어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 역시 같은 질문에 “친문의 본질은 ‘강남 좌파’다. 어딘지 세련된 사람들이 강한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바른 말, 옳은 말을 하니까 좋아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대표는 세련되지도 못하고, 도덕적으로는 부족해도 일은 잘 한다는 이미지가 강점인 사람이다. 일 하는 방식도 옳은 것보다는 당장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밀어붙인다. 여러모로 친문 입장에서는 같이 가기가 어려운 정치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정당 내부의 권력 싸움은 ‘동일한 가치는 추구하지만 계파가 다른’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앞선 분석대로라면, 친문과 친명은 아예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다릅니다. 정당이 정견(政見)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싸움은 일반적인 계파 갈등보다 훨씬 폭발력이 강하고 그 상흔(傷痕)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대표는 정치적 운명이 걸린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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