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비사업 시장, 입찰 담합 감시·감독 강화해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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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정비사업 시장, 입찰 담합 감시·감독 강화해야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2.1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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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진흙탕 수주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선심성 공약 남발에 흑색선전까지…수주전 과열 양상", "혼탁한 정비사업 수주전, 제 살 깎기 경쟁 눈살", "상호비방·불법홍보 논란, 허울만 남은 클린수주", "OS요원 안 쓴다더니…조합원 대상 불법 개별홍보 적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열릴 때마다 목격할 수 있던 이 같은 기사들을 오는 2023년에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부담 확대, 미중 무역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레고랜드 사태로 대표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 하락 흐름이 청약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분양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조합 등 사업주체로부터 공사비를 제때 제대로 받기 곤란해져서다. 실제로 입지와 상품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왔던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장위4구역 재개발 아파트조차 얼마 전 진행된 청약 접수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악성 미계약 물량 발생 우려를 낳고 있는 상태다.

수주전을 치를 실탄 역시 부족한 실정으로 여겨진다. 전국 정비사업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업체조차 수익성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 가운데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기업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유일하다. 대부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수익성 악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마저도 삼성전자 등 모그룹 계열 일감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현대건설(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포함), DL이앤씨(구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나머지 건설사들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미청구공사 또는 미수금이 확대되는 등 유동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분위기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은 내년 정비사업 시장에서 소극적인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직원들에게 줄 급여를 비롯한 운전자금을 마련해야 하니, 아예 수주를 포기할 순 없다. 다만, 출혈경쟁을 피하고, 될 만한 사업장에만 자원을 투입하며, 리스크 분산을 위해 단독입찰이 아닌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를 노릴 것이다. 이른바 선별수주, 옥석 가리기, 내실경영이다.

문제는 모든 업체들이 소극적 수주 전략을 수립할 경우 기업간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게 돼 수주전이 '짬짜미'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각 건설사 사업팀끼리 물밑 담합으로 사업장을 나눠 먹으면서 경쟁입찰을 무산시키거나, 유찰 후 수의계약이 이뤄지도록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에게 들러리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현장에서 종종 목격되는 일이다. 최근에는 대전 도마·변동 일대에서 비슷한 의혹이 일었다. 4구역에선 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DL건설(구 대림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확보했으며, 5구역은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두산건설을 뿌리치고 수주했다. 13구역도 DL이앤씨·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중견사 동부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합종연횡, 나눠먹기, 들러리 등 뒷말이 무성했다.

건설사들의 짬짜미는 정비사업 조합과 조합원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축소되고, 상품의 질 저하까지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의 역량도 떨어질 수 있다. 사업 조건이나 제안서 따위를 꼼꼼하게 준비하는 대신 담합 성사에만 공을 들인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발전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오는 2023년 정비사업 시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조합·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건설사들도 현재의 어려움을 단편적·근시안적 처방으로 버티려 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 방향성을 갖고 물밑 담합이 아닌 공정한 경쟁 참여를 통해 수요자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데에 집중해야 작금의 위기를 변화·쇄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미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서 담합 의혹 불거져", "재건축 입찰 담합 건설사 무더기 적발, 과징금 철퇴" 등과 같은 기사가 내년에 보이지 않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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