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그들처럼 행복해져야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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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그들처럼 행복해져야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2.18 11: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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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행복보고서’ 한국인 행복지수 세계 59위…청소년 OECD 최하위
3위 국가 아이슬란드 국민 98% ‘어려울 때 의지할 누군가 알고 있다’
“먹고 살기 바빴던 기성세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잘 몰라”
“국가, 전쟁의 공포로부터 국민 보호하고 경제 안정 갖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세계 59위에 머물렀다. 사진은 지난 9월 27일 오후 경기도 안성팜랜드에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문구가 적힌 시설물 모습. ⓒ 연합뉴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뉴스가 하나 뜬다. 유네스코 산하기관에서 발행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

통계청이 지난주에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 즉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았다. 세계에서 59위. 청소년들의 경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행복의 나라’ 사람들이 사는 방식

대한민국. 부지런한 국민들 노력으로 한참 전에 ‘보릿고개’도 넘겼는데 어째서 행복하지 못한 삶은 계속되는 걸까. 10위권 경제대국에 사는 국민 삶의 질이 59위라니!  

‘행복’이란 말의 개념이 워낙 포괄적이기도 하고 주관적이기는 하다. 부탄이 행복한 나라로 계속 자리매김하고 있고 몇몇 부자 나라들의 행복지수가 시원찮게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더라도 한국인들의 ‘행복하지 못한 삶’은 분명히 반성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행복의 나라’ 상위권에 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길래?  미국의 남성잡지 ‘멘즈 헬스’가 그곳의 행복 비밀을 정리했다고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사람들은 ‘라곰(lagom)’을 추구한다. ‘라곰’이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양’을 뜻한다. 적절하고 균형 잡힌 삶을 강조하는 철학이다.

하긴 우리에게도 그런 전통이 있긴 했다. 선조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하며 한가위에 자족하고 절제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었다. 하나라도 더 얻고 성취하려는 요즘 세태에서는 사라져버린, 되살릴만한 전통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수시로 야외로 나간다. 정부도 야외용 장비의 대여를 지원하고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집 가까운 물가, 공원, 들판, 숲에서 수시로 기분 전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인의 쉼은 ‘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많이 밖으로 나도는 20대의 휴식 만족도가 높았다. 행복도 부지런해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성세대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휴식을 취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좋은 휴식을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조화가 필요한 부분 같다.

행복지수 3위 국가인 아이슬란드 국민 중 98%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알고 있다’고 한다. 여러 조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함께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인을 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건 새삼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행복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참고해야 할 나라는 덴마크. 그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학벌과 직업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이미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적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 현장을 다시 한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어학연수, 사교육 등 과도한 경쟁 체제에 시달리는 우리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겪을 후유증 등 부작용에 관해 이젠 우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도 됐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려면…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수필집 ‘행복론’에서 재산·명예 등은 행복의 제1조건이 아니고 정신(靈魂)의 건전성이야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이 지나 다소 고리타분한 얘기가 되긴 했어도 여전히 유효한 행복론으로 읽힌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400명이 고독사했다. 그들 대부분 하는 일 없이 혼자 살며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강연 활동을 한다. 김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한다. 김 교수처럼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찾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매년 늘어나는 고독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국민 절반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코로나 초기 때부터 거리낌 없이 쏘다니던 서구 일부 국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문제이니 만큼 우리에겐 다소 낙관적인 태도도 필요해 보인다.

행복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은 사람들, 특히 ‘먹고살기에 바빴던’ 기성세대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파랑새(행복)를 찾아 나서야겠다.

국가가 국민 행복을 지원할 부분

개인의 행복은 결국은 각자가 챙겨야 할 몫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뒷받침을 해주는 일은 당연히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덜 하지만 나이 든 한국인들은 여전히 잠재의식 속에 전쟁의 공포를 안고 산다. 북핵 문제를 비롯, 위협적인 이웃 국가들에 대해 국가가 확고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일은 국민들이 그런 공포를 갖지 않도록 해주는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날만 새면 치고받는 정치권의 싸움질도 국민 행복을 앗아가는 큰 요인 중의 하나다. 민생을 외면하고 제 이익만을 위해 국민 행복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면, 그런 국회의원과 각 정당은 당장 그 자리를 내놔야 마땅하다.

국민 행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가 가장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작업 중 하나는 경제 불안을 해소해 주는 일이다. 예측 가능한 안정된 경제 환경이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강조하는 건, 소득 주도 성장이랍시며 성장의 개념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부동산 가격 급등락을 가져와 서민 경제 환경을 뒤흔들어놓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실정이 생각나서다. 

애쓰며 살아온 한국인들은 행복한 나라의 국민들처럼 당연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국민 모두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어느 동화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며,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서 파랑새(행복)를 찾으라고 권유한다. 그 파랑새를 찾는 일은 각자가 할 일이지만 국가는 그를 위해 위에 열거한 최소한의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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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석 2022-12-18 16:06:12
행복지수와 함께 행복노력지수도 만들어야 함. 행복도 찾아가야 되는 힘든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