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생 마감하는 현실…고독사 급증, 50~60대 최다 [일상스케치(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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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생 마감하는 현실…고독사 급증, 50~60대 최다 [일상스케치(64)]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2.1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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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고독사 중 남성은 83.4%, 여성의 5.3배
2명 중 1명은 50~60대 남성,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
이혼, 사업 실패 등 생활고와 사회적 단절 질병 탓
20대 고독사 절반은 자살, 저연령 극단적 선택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고독한 인생, 외로운 죽음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그런데 죽음의 순간까지도 혼자라면 얼마나 비참하고 외로울까. 아무도 지키는 이 없이 마지막 떠나는 길의 허망함과 고립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렇게 주변과 단절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고독사 급증, 허망한 인생. ⓒ연합뉴스
고독사 급증, 허망한 인생.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14일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졌다. 정부 차원의 고독사 실태조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률에 따른 고독사의 정의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다. 즉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질병과 생활고에 내몰린 채 맞는 외롭디 외로운 경우다.

2021년 성별·연령별 고독사 현황. ⓒ보건복지부
2021년 성별·연령별 고독사 현황. ⓒ보건복지부

중장년 남성이 가장 취약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몇몇 단면들이 엿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년층보다 50∼60대 중장년층, 그것도 남성의 고독사가 훨씬 더 많았다는 점이다. 연령별로 50대 29.6%, 60대 29.0%로 50~60대가 58.6%를 차지했다. 그중 50~60대 중장년 남성이 5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 고독사 고위험군임이 입증됐다. 

2017년 이후 고독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았는데, 지난해 전체 고독사 사망자 3378명 중 남성은 2817명(83.4%)으로 여성의 5.3배였다. 남녀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남성이 10.0%로, 5.6%인 여성보다 높았다. 모든 지표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고독사에 취약했다.

이는 실직과 이혼 등 인간관계 단절, 가사노동 미숙, 건강 악화 등이 겹친 결과다. 미처 정립되지 못한 복지 시스템과 무너지는 가부장제에 적응 못한 중년 남성들의 한계도 이에 한몫한다. 또 질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생활 습관 관리도 취약한 자기 방임이 많이 발견된다.

그렇다 보니 부패한 상태가 돼서야 발견되곤 하는 비극적 죽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경기 등에서 잇따랐던 가족 집단 고독사는 복지 사각지대의 한 단면이자 사회경제적 위기가구가 필연적으로 봉착하는 모습이다.

반면 젊은 층의 고독사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청년층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았다.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율은 20 대 56.6%, 30 대 40.2%로, 전체 평균인 17.3%보다 2~3배 높았다.

최근 5년간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경기 3185명, 서울 2748명, 부산 1408명 순이다.

그리고 고독사가 발생한 장소를 살펴보면, 주택(단독, 다세대, 연립, 빌라)이 50.3%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22.3%), 원룸(13.0%) 순이었다.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가 22.4%, 임대인이 21.9%였고 이웃 주민 16.6%, 지인 13.6% 등이었다.

증가 배경

국내 고독사 증가 추세엔 1인 가구 증가라는 우리 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인 가구는 716만 6000가구로 전년보다 7.9% 늘어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아플 때 도와줄 사람, 돈을 빌려줄 사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답변율이 낮아졌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고립도가 높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고독사도 늘고 있는 것이다.

올 4월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숨진 60대 남성 A 씨도 1인 가구의 고독사 사례다. 20년 전 자녀와 왕래가 끊긴 채 혼자 살던 A 씨는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주 동안 아무도 몰랐다. 그의 시신은 수개월째 밀린 공과금 고지서를 본 집주인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혼인·부양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라며 "가족 결속력이 떨어지고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단절이 많아진 것이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노숙자 보사연 연구위원은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미취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높아 고용의 질이 열악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고립된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유대감이 사라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 역시 적지 않은 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면 고독사 증가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응답자의 31.4%는 코로나19 이후 근로소득이 감소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76.6%,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 49.0%, 실업자의 39.9%, 무급 가족 봉사자의 36.9%, 하층 소득계층의 43.2%가 이런 답변을 했다.

일본 주택가의 한 노인. ⓒ연합뉴스
일본 주택가의 한 노인. ⓒ연합뉴스

고독사는 이제 세계 공통의 이슈

해외 사례는? 영국 정부는 2018년 1월 ‘외로움 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 최초로 임명했다. 일본도 지난해 초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내각 관방에 고독 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치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독과 고독사는 이제 세계 공통의 이슈다.

일찌감치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노인대국’ 일본, 국토교통성이 도쿄(東京)도 핵심 23구를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연간 고독사 사망 건수는 5천513건였다. 작년 한국 전체 고독사 사망 건수를 뛰어넘는다. 고독사의 일본어 발음 ‘고도 무시(Kodokushi)’는 국제적 용어가 됐을 정도다.

높은 ‘5060 남성 고독사’도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남성 고독사가 70~80%를 차지한다. 50대부터 고독사 위험이 시작되고, 혼자 살면서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남성이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65세 이상의 비율이 70.1%(3천867건)에 달했다.

노년층의 고독사 비중이 큰 것이 중년층인 50대의 비중이 가장 큰 한국과 다를 뿐이다. 다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서 전체의 83.1%에 달했다.

2019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남자의 고독사> 저자인 나가오 가즈히로 의학박사에 따르면 남자는 나이가 들면 여자와 달리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사회 적응 속도가 느려져 소외되고 고립되기 쉽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가

현재 복지 시스템은 저소득계층 또는 청년·노인 위주라서 중장년층은 소득과 연령 기준 모두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독사가 늘어나는 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건 아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50-6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 같은 경우, 한 60대 남성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실직한 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몸을 다쳐 소득이 줄게 됐고 반지하에 홀로 살며 주변과 교류도 없었다. 각종 복지 급여도 거부한 채 건강을 돌보지 않다가 고독사로 사망한 것이다.

이처럼 퇴직과 노화가 급격히 찾아오는 중장년층의 사망은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편물 등이 쌓여 있는 이웃이 있다면 주민센터에 연락하는 식의 적극적인 관심이 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고령자 스스로도 고독사에 대처해야 한다. 사회와 단절된 삶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취미생활과 자원봉사 등을 통해 지인들과 교류할 필요가 있다.

고독사 고위험군을 조기에 파악하는 정책 못지않게 고독사를 회피하는 개인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용건 없이도 카톡이나 통화할 수 있는 사람 3명 만들기, 집 열쇠를 맡길 수 있는 사람 만들기, 음악·바둑·요리·운동 등 두 가지 이상 새로 배우기, 직함과 자존심 버리기, 무엇보다 살아있을 때 고립되지 않기…. 나가오 박사의 조언이다.

고독사 막을 대책은

고독사는 이웃 나라 일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꼼꼼한 실태 분석을 통해 숨은 고립 가구를 찾아내야 한다. 수시로 취약 계층의 상태를 살피는 등 지역 밀착형 관리가 필요하다. 사회 공동체의 관심도 중요하다.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주택에서 발생하는 고독사가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고독사 위험군 발굴을 위해서는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중심의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내년 1분기에 수립하고자 하는 기본계획에 사망자 장례 지원뿐만 아니라 최초 발견자에 대한 지원 내용도 포괄해서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50∼60대 중·장년 남성에 대한 고독사 예방 서비스가 시급하고 청년층에 대한 고독사 예방 정책은 정신·심리지원 등 자살예방 정책과 적극적인 연계·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 고독사도 6.5%에 달해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고독사를 예방하고 관리할 국가 차원의 면밀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고독사는 이제는 단순히 생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그 수를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독사’ 이전 1인 가구의 고립과 ‘고독’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고독’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독사 예방 및 웰다잉을 위해 무덤 친구를 만들고, 같은 무덤에 갈 사람끼리 원예를 하듯 물을 주고 관리하며 공동 묘역을 함께 가꾸어 나가는 ‘하카 토모’(무덤 친구)라는 새로운 예방 서비스가 등장했다. 서비스 가입자들은 말 그대로 ‘친구’가 돼 시간을 보내고, 일상생활 속 문제를 돕기도 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다진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부‘를 설립했다. 우울증, 고독, 분노와 같은 마음의 질병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겠다는 의지로 2018년 1월에 설립된 '외로움 부'는, 여러 부처의 협업 체계 형성 및 외로움의 측정·분류 기준을 제정해 개개인 사회의 관계망 강화를 위한 지역 사회를 건설해나가고 있다.

또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대감을 통해 스스로 고립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국가 제도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이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1인 가구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것이다.

급격한 실직, 만성질환, 이혼 시 가족관계 단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니, 복지 공무원과 의료 인력, 지역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초기 발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고독사의 최초 발견자가 형제자매만큼이나 임대인과 이웃도 많다는 통계를 보면, 지역 네트워크 활용이 고독사 예방에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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