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잡고 싶어?…‘재수는 필수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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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잡고 싶어?…‘재수는 필수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12.24 13: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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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검찰 소환에 ‘야당 파괴 공작’ 주장…與 ‘방탄 정당’ 비판
당내 차기 대권 주자 안보여…35년간 YS·DJ·문재인 대권 재수 성공
이회창 전 총재 대권 3수…홍준표·유승민 대선·대선후보경선 재차 도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검찰이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성남 FC 제3자 뇌물 의혹으로 소환했는데, 이에 민주당은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사오늘>은 민주당이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 ‘단일대오’ 태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과거 ‘대권 재도전’ 사례를 들어 살펴봤다.  ⓒ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검찰이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검찰의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죠. 여당도 민주당 지도부가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 줄곧 ‘단일대오’ 태세를 유지한 것에 대해 ‘방탄정당이냐’고 비판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환 당일 “제1야당 대표를, 더구나 대선 경쟁자였던 사람에 대해서 소환 통보를 한 것은 민생이나 국정의 정상적 운영에는 관심이 없고 정적 제거에만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어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대표를 ‘대선 경쟁자’라고 칭한 점 입니다. 민주당에게 이재명 대표는 아직 지난 대선에서 0.73%라는 역대 최소 표차로 패배한,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자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지난 여름부터 지지부진한 것도 한몫했고요.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크게 논란이 된 사안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고, 당대표로 나설 때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방탄용’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폭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구속 등이 이뤄져서 검찰 소환은 시간문제였다는 시각도 많았죠.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재명 대표 보호에 당력을 집중시킬까요.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에 이재명 대표 외에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몇년 전만 해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거기에 이낙연 전 총리 등 많은 후보자들이 거론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다수가 여러 사건을 거치며 낙마했죠.

하지만 기자는 다른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대권을 잡고 싶은 이들에게 재수가 불가피한 일이 된 건 아닐까요?

대통령제 대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지난 230년 간 대권에 재도전해서 성공한 사례가 겨우 네 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35년간 3명이 재도전을 통해 대통령이 됐습니다. 김영삼(YS)·김대중(DJ)·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 당사자입니다.

13대 대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YS와 DJ는 이후 14대·15대 대선에서 나란히 대통령이 됐습니다. YS는 3당 합당이란 어려운 결정을 통해 대권을 거머쥐었고, DJ도 김종필의 자민련과 연합해 공동정부를 꾸렸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DJ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의혹을 받았지만, 15대 대선 직전 YS의 수사 유보 지시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죠.

물론 YS와 DJ의 경우 독재 정권과 싸우며 각각 9선, 6선을 하는 등 최소 40년 이상 되는 정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져왔기에 다른 대권 재수생과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비서관 역임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들어왔습니다. 이로부터 9년 뒤 18대 대선에 출마했다가 3.53% 차이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배하지만 탄핵 정국을 거친 뒤엔 19대 대선에서 큰 표차이로 승리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18대 대선(2012년)에 첫 출마해 대통령이 됐지만, 대권을 노린 건 그 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후보를 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운 사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나중에 재판 받은 BBK 사건·다스 실소유주 논란이나 최태민 목사 일가의 국정농단 개연성 이야기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성공은 못해도 대권에 재차 도전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권 3수생입니다. 15대 대선에서 DJ에 1.53% 차로,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 1.33% 차이로 패했고, 17대 대선에선 무소속 출마해 15.07%를 득표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19대 대선에 출마해 각각 24.03%, 6.76%를 얻어 2위와 4위로 낙선하지만 이후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 다시 도전합니다. 결과적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국민의힘 20대 대통령후보자 선거에서 본경선 4인으로 압축하는데까지 올라갔습니다.

재수가 아니어도 단 한번의 출마로 승리를 거머쥔 사례도 물론 있습니다. 노무현과 이명박(MB), 윤석열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세 사람은 각각 권위주의 타파, 경제 성장, 공정과 상식을 구호로 내걸었는데, 이 구호가 당시를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부합했습니다. 이들과의 맞상대는 이회창, 정동영, 이재명이었죠. 왜 재수를 하지 않고도 권좌에 오를 수 있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싶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위 설명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20대 대선을 통해 ‘10년 주기 정권교체설’도 깨진 상황입니다. 대권, 재수는 필수가 된게 아닐까요.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뒷담화’는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이 첫 주제로 살펴본 건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왜 이재명을 놓지 못하는가’ 입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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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공보관 2022-12-24 14:55:01
재미있는 기사네요.
건필하세요.

지나가던 님 2022-12-24 14:28:13
글 쓴 분이 정치에 조예가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