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정부, 변화에 나서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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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정부, 변화에 나서야 [기자수첩]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12.3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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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레이더, 무인기 탐지 어려워…국지방공레이더 통해 가까스로 탐지
국산 방공체계 허점 들어났다…對 무인기 탐지·요격 체계 갖출 필요성 제기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2022년 12월 26일. 대한민국의 영공이 북한에 유린당했습니다. 우리 군의 무인기(드론) 대비체계가 미비한 것이 드러난 순간이었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의 무인기 수 대가 경기도와 강화도 일대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5대 무인기가 식별됐는데, 각각 △서울(은평·성북·강북구) △경기도(김포·파주시) △강화도에서 비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식별된 북한의 무인기는 2가지로 2M 크기의 정찰용, 4M 크기의 교란용입니다.

우리 군은 적 무인기를 식별하고 대응전력을 출동시켰습니다. 무인기 격추를 위해 요격체계도 가동했습니다. 하지만 방공무기인 K-30 SAM 비호복합 자주대공포, 신궁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을 동원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일선에 있던 방공 무기들은 무인기를 탐지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소형화된 무인기의 탐지에 어려움 겪었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었습니다.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선 관측과 탐지가 선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무인기는 날개폭이 4M 이내로 작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레이더는 비행체의 반사단면적이 2㎡ 크기 이상의 표적부터 탐지가 가능한데 비해 북한 무인기는 반사단면적이 1㎡ 미만으로 국지방공레이더가 아니면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무인기를 탐지한 것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군은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는 물론, AH-64E 아파치 공격헬기 등을 비롯한 전력을 내보냈지만, 요격에 실패했습니다. 국군이 소유한 기관 포탄으로는 드론의 크기가 너무 작아 명중시키기 힘들고 무인기의 열원이 작기에 열추적 대공 미사일 조준이 극히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북한이 드론테러를 자행할 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무인기는 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를 활용해 중요시설을 타격해 피해를 줬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기갑부대의 전진을 저지하고 나아가 러시아 본토의 항공기지를 타격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무인기의 발전과 함께 관련된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일직선으로 곧게 나가는 레이저의 특성상 목표물 조준만 잘 한다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산 레이저 방공체계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어 실전 배치까지는 요원합니다. 그 외에도 재밍(Jamming)이 있습니다. 반면에 국산 재밍기술의 사정거리는 1km에 그쳐 3km 고도에서 비행하는 무인기를 저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우리 군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 혁신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인기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든다는 지적입니다. 대통령실은 국가 영공이 뚫린 비상사태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비판에 “NSC가 안 열렸다고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쟁 중에 막사에서 토론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답변에 여야 모두에서 동시다발적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의 무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날, NSC는 열리지도 않았다. ‘실시간 대응’ 하느라 열리지 않았다는데, 전쟁이 일어나도 ‘실시간 대응’ 하느라 NSC를 열지 않을 것인가”라며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은, 출근길에 새로 입양한 개를 데리고 집무실에 온 것과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송년만찬을 한 것, 이 외에는 대통령이 북 무인기의 영공 침략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국민에게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을 비롯한 국방위원회 위원들도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 무인기가 6시간 이상 우리 영공을 날아다녔는데도, 대통령실은 NSC를 열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은 상황에 조치하느라 NSC를 열지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놨지만, 무인기 대응 작전이 종료된 후 저녁 시간에라도 NSC를 개최하고 일어난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한다”고 맹공했습니다.

결국, 안보 공백을 초래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따져보면 탐지체계와 대응체계의 부족,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인기 사태를 통해 북한이 우리 군의 약점을 알아낸 이상, 언제든지 다시 드론을 활용한 무력도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금번의 미증유 사례를 계기로 경각심을 갖고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에 맞는 변화를 적극 강구해주기를 바랍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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