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변경, ‘공정’ 아닐까?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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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변경, ‘공정’ 아닐까? [주간필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2.3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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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는 당원이 선출하는 게 원칙…여론조사 신뢰성도 문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이 12월 23일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당원 투표 70%에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쳐 당대표를 선출하던 룰을 바꿔 ‘당원의 뜻’만 반영토록 한 겁니다.

룰을 바꾸면 유리한 쪽과 불리한 쪽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불리해진 쪽은 당연히 반대하겠죠. 유승민 전 의원 측이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당심(黨心)보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유 전 의원은 이번 룰 개정을 ‘유승민 방지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룰 변경이 정말 잘못된 일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원칙’부터가 그렇습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죠. 그동안 ‘흥행’을 위해 국민 여론조사를 포함시켜 오긴 했지만,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대표를 선출하는 건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당헌 개정이 ‘원칙으로 돌아가는’ 개정인 셈입니다.

더 큰 논란거리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입니다. 12월 2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트리뷴 의뢰·19~23일 실시)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42.9%, 국민의힘은 41.0%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뉴시스> 의뢰로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17~19일 수행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1.0%를 얻어 36.8%에 그친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수행된 여론조사임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6.1%포인트나 움직이면서 ‘승패’가 뒤바뀐 겁니다.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건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로 당락 여부를 결정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얘깁니다.

심지어 여의도 정가에서는 ‘A기관에 의뢰하면 특정 정당과 후보가, B기관에 의뢰하면 다른 정당과 후보가 유리하다’는 ‘공식’까지 떠돕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당직·공직 후보자 선출에 여론조사를 포함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습니다.

여론조사가 정말 민심(民心)을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 응답자는 정치 고관여층일 확률이 높습니다. 보상 없이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여론조사의 특성상, 응답률과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비례할 공산이 큰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는 국민 전체의 민심이 아니라,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에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있을뿐더러, 오히려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물론 당헌 개정 시점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차기 전당대회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유승민 전 의원의 비(非) 당원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지금 당헌을 개정하는 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의혹을 살 만한 행태 때문입니다. 차라리 3월 전당대회가 끝난 후 룰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면 훨씬 ‘깔끔한’ 논의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나 당원들이 당대표를 뽑는 건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라는 점, 여론조사가 신뢰성을 잃고 심지어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당대회 룰 변경 자체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결정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 변경 논란을 계기로, 차제에 정치권에서도 좀 더 ‘공정한 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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