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강국 성적표’를 받기는 했지만…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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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강국 성적표’를 받기는 했지만…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1.0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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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평가 불구, 정치불안·노사·세대 갈등·북핵 위협 등 관리해야”
“세계행복보고서 한국은 59위…강력한 국가와 행복한 나라는 달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미국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6위에 올랐다고 전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22 서울 빛초롱'과 '서울라이트 광화' 행사 모습. ⓒ 연합뉴스

정초부터 듣기에 괜찮은 뉴스 하나가 들어왔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조사에서 한국이 6위에 올랐다고 미국의 ‘US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전해왔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한국이 6위였다.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이 뒤를 이었다. USNWR가 현대화된 국가로 인정되는 73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뉴스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각국 정책담당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 경제 흐름에 영향을 주는 나라들이다. 

일단 어깨가 으쓱해지는 뉴스

USNWR가 매긴 순위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객관적 사실들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얼마간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1960년대 이후 꾸준한 성장과 빈곤 감소를 경험했으며 현재는 전체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 삼성, 현대, 기아의 본사가 있는 곳’이라는 게 우선 한국의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다. 

1위로 꼽은 미국에 대해선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경제 및 군사 강국’이라면서 ‘문화적으로도 음악, 영화, 텔레비전으로 표현되는 대중문화의 상당히 큰 부분을 주도하며 전 세계에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2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으며 두 번째로 큰 영토를 갖고 있고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을 단행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3위 러시아에 대해선 토지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석유·가스 생산 부문에서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었다.

상위 국가들에 대한 이런 평가들을 살펴보면 순위 매김표의 기준이 대충 읽힌다. 단순히 군사강국이라든가 경제대국이라든가 또는 자원 보유량이나 나라의 덩치 등을 기준으로 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들을 종합하되 부분적으로 대중문화 등도 감안한 점이 보인다.
 
이런 대국,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받은 점만으로도 일단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세계 최빈국 대열에 서있다가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부지런한 산업 전사들의 희생에 힘입어 선진국 문턱을 넘은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최상위권 나라로 진입했다니!

한국,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

그러나 이 평가에서는 잠재력, 각 나라가 안고 있는 ‘리스크’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유증이라든가 중국의 코로나 확산 및 민주화 열기에 따른 체제 붕괴 위기 등 공산권 국가들의 위험 요소들이다. 그런 리스크들이 강국의 위치를 하루아침에 허물지야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나라의 위상을 크게 낮추고 힘도 빠지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 불안, 사법 질서 문란, 노사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북핵 위협 등 불안 요인에 이어 지난해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경제난까지 코앞에 닥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따라 간단없이 이어질 크고 작은 사고와 정치권의 소모적인 싸움질 역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외부에서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런 갈등 요소와 위험 요인이 산적해있으니 우리들의 눈엔 한국의 ‘6위 강국’ 자리가 매우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 1996년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바로 다음 해인 1997년에 환란을 겪었던 뼈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그러니 선진국 진입이니 강국 진입이니 해도 트라우마가 없을 수 없다. 외부에서 우리를 ‘강국 클럽’에 가입시켜줘 고맙고 뿌듯하면서도 한 편으론 불안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USNWR의 한국 평가 중엔 삼성, 현대의 본사가 있는 나라라는 점이 강조됐다. 예술, 스포츠 분야의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리 청소년들의 활동도 많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새해에도 이러한 민간 부문의 약진을 기대한다.

그러나 불안한 건 역시 정치권, 정확하게는 국회의 모습이다. 지금처럼 패거리로 나뉘어 정쟁만을 일삼아서야 외부에서 씌워준 6대 강국이라는 ‘감투’도 곧 반납해야 할 거다.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겠지만, 국회의원들의 맹성을 계속 촉구할 수밖에 없다.

강국보다는 행복한 나라

경제를 일으키고 문화를 융성케 하고 사회 각 분야의 안정을 꾀하고 외교력을 강화하면 강력한 국가가 된다. 그러나 강력한 국가와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와는 개념이 다르다.

유엔 산하 자문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146개 나라 중 59위였다. 상위 강국의 국민들도 행복하지 못하기는 우리랑 마찬가지다. 강국은 아니지만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6위 강국’ 뉴스를 접한 한 젊은이의 솔직한 반응.
“쎈(힘이 센) 나라보다는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어요!”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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