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정국풍파 넘어서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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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사, 정국풍파 넘어서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1.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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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법리로 진영대결 극복을
민주, “사법쿠데타” 주장…檢, 증거·법리로 반증해야
한동훈 장관, “팩트와 증거로…” 날선 개입
문재인 전 대통령 연루 가능성 등 귀추 주목
각종 의혹 결자해지가 순리
비리 의혹 수사 정쟁화해선 안 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시장 상인들을 만난 뒤 검찰 소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시장 상인들을 만난 뒤 검찰 소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2차 소환 통보에 민주당은 정치적 수사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전을 펴고 있고, 이에 맞서 한동훈 법무장관과 검찰은 “팩트와 증거”를 들이대며 수사의 칼날을 더욱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입장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 등 굵직한 야당탄압 정치사건들이 동원됐다. 이 대표는 이런 논리를 펴면서 “검찰 소환은 유례없는 탄압이며,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 한동훈 법무 장관이 직접 나서 이 대표를 겨냥, 날 선 발언을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수사가 점차 노골적으로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으로 파장이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조사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향후 결과에 따라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성남개발’ 연루 가능성 등 큰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익 대변자인 검찰이 야당 대표를 처음 피의자로 소환할 정도라면 상당성은 충분할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번 수사는 여당 대선 후보를 지낸 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정치적 수사’라는 시비가 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총선이 예정된 만큼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검찰의 자세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정치적 풍파가 몰아치더라도 강건한 사법정의의 자세로 거뜬히 넘어서도록 해야한다.

박근혜 케이스와 제3자 뇌물죄

검찰은 그동안 성남시 공무원, 후원금을 낸 기업들의 실무자 등을 조사하고 그 중 몇 명을 이미 기소했다. 그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공모한 것으로 기재됐다. 검찰이 대가관계를 입증하고 법원이 인정하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 제3자 뇌물죄는 이미 국민들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건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았지만 제3자 뇌물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대표가 개인적 이익을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공적인 업무와 권한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심대한 독직(瀆職) 행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최순실씨가 만든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후원한 것이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같은 법리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문 정부 시절 덮었던 사건들

이 대표와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는 한두 건이 아니다. 대장동개발 의혹, 백현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지고 덮였던 사건들이다. 문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도 그래서 대두한다.

민주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때마다 총력으로 맞서 세를 과시하고 방탄에 앞장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 요구를 들어주고 시민구단에 후원금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과연 ‘제3자 뇌물죄’에 해당는지, 법리적 논박은 치열하다.

만약에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되면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자의적 기소라고 비난하겠지만 사법부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다.

1월 국회 ‘이재명 방탄용’ 자인한 셈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거 동행해 병풍처럼 둘러싼 모습은 제1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음을 확인케 한다. 민생과 안보 현안 논의가 시급하다면서 1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고는 원내대표까지 이 대표를 엄호하기 위해 검찰로 달려온 것은 추태다. 1월 국회가 ‘이재명 방탄용’임을 자인한 꼴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당대표 개인 사안에 공당이 팔을 걷고 나서는 건 정상이 아니다.

이러니 “방탄 프레임만 더욱 공고해질 것”(조응천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성남지청 인근에 이 대표 지지자 1500명이 대거 집결한 것도 부적절하다. 세를 과시해 검찰을 압박하고 이 대표 수사를 진영 대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런다고 해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 보복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 대표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소환에 응한 것은 당연하지만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정정당당하게 조사받으면 되는 일이다. 죄가 없다면 거리낄 것도 없고, 죄가 있다면 누구라도 벌을 받아야 한다.

정쟁을 부추기는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대응과 민생을 이유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그래 놓고 이 대표 보호에만 몰두한다면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은 또 한 번의 ‘방탄 국회’임을 입증할 뿐이다.

대가성 여부가 관건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의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이들 기업으로부터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의 후원금 170억여 원을 유치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들에 대한 편의 제공과 성남FC 후원금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용적률 변경 등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성남FC를 후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수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두산건설의 후원금과 관련해 전직 성남시 간부를 기소하면서 ‘이 대표 등과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수사결과 방향은 아직은 유동적 요소가 있다. 실제로 성남시가 일자리나 세수에 도움을 주는 관내 기업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나 시 산하 축구단 운영을 위해 광고 후원을 유치하는 것은 각기 떼어놓으면 민주당 주장대로 공익적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이 대표는 기업들에 대한 편의 제공이나 성남FC 후원 유치를 통해 얻은 사적 이익도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련성, 즉 대가 관계가 입증되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

규정따라 철저하게…법 앞에 만인이 평등

야당 대표라고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직 대통령도 탄핵을 당하고 구속돼 처벌을 받은 민주국가의 검찰에서 하는 일이다. 인지수사가 아니라 고발에 따른 피의자 신분의 피고발인 조사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법 규정을 따라 절차를 준수하며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오직 실정법 위반 여부만 따져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현존 권력에 스스로 굴종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겠다는 생각을 행여라도 해서는 안 된다.

‘사법 리스크’를 모면하려면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시 경찰은 3년여간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수사를 뭉개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리고 불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 수사의 미진한 점을 확인하고 재수사에 나서 ‘제3자 뇌물죄’의 구체적 혐의를 포착하고 마침내 이 대표를 소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사는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정적 제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때 부패 혐의의 사실 여부를 가리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직무 수행일 뿐이다.

제3자 뇌물죄(형법 130조)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2014년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 “사옥 신축 시 성남FC 후원 등의 방법으로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귀 시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검토 반영하겠다”며 병원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는데, 검찰은 이런 요구 등을 ‘부정한 청탁’으로 보고 있다.

정치, 개입해선 안 된다

정치적, 도덕적 책임의 유무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라는 후광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보전하고, 당도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불필요하게 수사가 정치에, 또 정치가 수사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관련 사건들을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마무리해주길 바란다.

진술과 자료에 대한 법리 공방을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문제가 있다면 법원 판결로 바로잡는 것이 사법 절차다. 이 과정에 정치가 개입할 여지는 없고, 개입하려 해서도 안 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카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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