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民心)은 말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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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은 말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1.2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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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도(覇道) 난무,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대장동 수사 정치보복 주장은 잘못
당리당략과 권력다툼에 빠진 여야 정당
고조되는 日망언 "독도는 일본땅"
민주노총의 국보법 위반
블랙리스트 악습, 이번으로 원천 차단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경제 한파에 대해 우려하는 민심 외에도 '블랙리스트 사건', 민주노총의 '국보법 위반' 혐의, 이재명 소환수사 추이, 이태원 참사 수사 경위와 발표, 일본의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민심에 주목해야 할 때다.ⓒ연합뉴스
경제 한파에 대해 우려하는 민심 외에도 '블랙리스트 사건', 민주노총의 '국보법 위반' 혐의, 이재명 소환수사 추이, 이태원 참사 수사 경위와 발표, 일본의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민심에도 주목해야 할 때다.ⓒ연합뉴스

민심이 간단치 않다. 혹독한 경제 한파 속에서 설 연휴를 맞은 민심은 곳곳의 패도(覇道)를 향한 거센 분출이었다. 특히 경제에 대한 짙은 한숨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야권이 더 문제였다. 민생과 직결된 절대다수 의석, 의회권력을 틀어쥐고 있으면서도, 아무일도 하지 않은채 꽉 막혀있는 야권에 대한 질책이 비등했다.

민심의 소리는 그 외에도 많았다. 삐뚤어진 현대사 맥락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 민주노총의 '국보법 위반' 혐의, 이재명 소환수사 추이, 이태원 참사 수사 경위와 발표, 일본의 강제동원 해법과 거듭되는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온통 정도(正道)를 이탈한 거짓 투성이다.

2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보다 더하다는 경제난에 서민과 기업들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설 차례상 비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대 피해자라 할 자영업자와 온갖 빚을 내 집을 장만한 젊은 영끌족은 고(高)금리에 짓눌려 비명을 지를 정도다. 국민 생활 환경이 더 없이 어지럽다. 설 연휴 민심을 가로지른 핫이슈들을 시사 사안별로 진단한다.

영수회담 조차 없는 집권 8개월

설 민심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는 역시 정치 현안이다. 나라의 현실은 엄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여야 정치권은 힘을 모으기는커녕 당리당략과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넘도록 여야 영수회담 조차 없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고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집권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을 좇는 공방으로 여념이 없다. 일 보다는 선거다. 의회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더 심하다. 국민을 위해 할 일은 무시하고 방치한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오히려 내부 파열음만 커질 조짐을 보인다.
설 차례상은 민심의 용광로다. 가족들이 모처럼 고향의 차례상 앞에 앉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둔 20일 정쟁을 자제하고 앞다퉈 민생 챙기기에 나서는, 껍데기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근절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다음은 반복되는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비서관과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인사참모도 함께 기소됐다. '블랙리스트 의혹'이란 지난 2017년 산자·과기·통일부 전 장관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임을 강요하고 내정자를 선정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통일부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겪은 가운데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겪은 가운데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코드가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한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사건이라며 2019년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회피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거의 흡사한 이들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중적 대응은 권력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 환경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고 정권이 바뀌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고 이날 4년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아 왔다. 이번 블랙리스트 의혹의 본질도 이 문제라고 본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관련법에 명시한 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를 임명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직권남용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시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장 임명 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4∼5년 전의 인사를 둘러싼 블랙리스트 수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보법 위반' 혐의 실체 규명해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 민주노총 관계자 2명의 자택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정원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과 2019년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회합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몇 년 동안 내사했던 사안으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이 상당 기간 추적 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공작원과의 해외 회합 혐의 등을 둘러싼 실체와 배경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대한 공안당국의 압수수색은 11시간 넘게 진행됐다. 압수수색 현장에는 경찰 700여명이 출동했고 소방당국은 구급차 등을 동원했다. 본부 사무실 입구에 에어매트도 설치됐다.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대남 공작기구로 알려져 있다. 과거 간첩단 사건 등을 통해 배후 조종 기관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간첩 세력이 국내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보됐다면 이는 방관할 수 없는 일이다.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정파적 이해에 휘말리거나 시비를 초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고 증거 등을 토대로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명, 검찰도 명운 걸라

수원지검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태국에서 압송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수원지검은 지난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이 대표 장남의 성매매 의혹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결정을 내려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상태다.
대선에서 패한 제1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그 양상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불거진 대장동 의혹은 이 대표의 대권 도전을 좌절시킨 근본 원인이자 다음 대권을 노리는 그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동돼 민주당 또한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기반성과 환골탈태를 외치면서 대장동 수사는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이 양립하지 않는 탓이 크다.

대장동 수사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뿐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에도 명운이 걸린 문제다. 이 대표 소환을 계기로 검찰은 수사를 둘러싼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등 법조인들이 등장하는 '50억 클럽'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대장동 일당이 챙긴 불법 수익과 성격이 전혀 다른 국기문란 의혹을 파헤치지 못한다면 이 대표 수사의 공정성도 훼손될 것이다.

면죄부 준 이태원 참사 수사 발표

지난해 10월 29일 희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3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에 대해 당일 밤 9시 이후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참사 골목 일대 T자형 삼거리 좌우에 군중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로 걷기 어려운 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고, 밤 10시 15분께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연쇄적 넘어짐으로 인한 압력'으로 숨졌다고 파악했다.

사고 인근 시간대 참사 발생 골목엔 1㎡당 최대 10.74명, 세계음식거리엔 12.09명까지나 있을 정도로 밀집도가 높았고, 현장 희생자 및 부상자들은 개인당 평균 약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 등으로 사상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 규명은 부실했다.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모두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경찰 조직에선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행정조직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다. 수사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거나 입건 전 수사 종결했다.  '용두사미',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권력 눈치를 보느라 행안부 장관 집무실 압수수색조차 못했으니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판단했다. 참사 직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파 지연, 협조 부실로 구호가 지연돼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다. 사전에 방비하고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해당 조직의 수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런 대형 참사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장차 또 다른 정쟁의 씨앗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해 있다. 양국 관계의 미래상을 담보할 만한 실효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죄와 기여를 담은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있어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국 간 협의의 초점은 일본의 사죄와 기여를 골자로 한 '성의 있는 호응 조치' 여부로 쏠리게 됐다. 일본은 그간 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게 사실이다. 한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는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성의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자국 땅이라는 망언을 되풀이하는 일본의 개탄스러운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설 연휴 기간인 23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가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2014년부터 10년째 일본 외무상의 입에서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일본 정부의 집요하고 편집증적인 망언 반복에 격하게 반응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불행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거듭해도 모자랄 판에 틈만 나면 역사 왜곡을 일삼고 엉터리 주장을 펼치는 일본 정부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엄중한 역사적 사실을 진정성 있게 인식하고 양국 관계의 현안을 심도 있게 해결하기 위한 일본 정부나 기업의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 패도(覇道)는 파사현정(破邪顯正)으로 과감히 척결돼야 한다. 모두가 대의정진(大義精進)에 나서라.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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