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고시원에도…월세 인상에 주거 취약계층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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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고시원에도…월세 인상에 주거 취약계층 영향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2.03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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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월세 인상에 거주민들 부담 증가해
난방비 추가 인상 가능성…秋 “조정 검토”
전문가 “중위소득 기준 넓혀 지원 이뤄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난방비가 인상되며 월세를 올리거나 올릴 예정이라는 고시원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고시원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에게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이다. ⓒ 연합뉴스
난방비가 인상되며 월세를 올리거나 올릴 예정이라는 고시원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고시원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에게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이다. ⓒ 연합뉴스

“많이 나와요. 엄청 많이 나와서...지금 200(만 원) 얼마 넘게 나왔어요”

서울 동작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장 씨(54)는 연신 한숨소리와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장 씨는 “난방비가 장난 아니게 나오고 있어서 이렇게 해서 뭘 남겨서 살아야 하는지,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지금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인수한 지 얼마 안 돼 이번이 첫 겨울이라는 장 씨는 월세 인상 계획을 묻자 “올려야 되지 않겠냐. 안 그래도 2만 원이라도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고시원을 하는 A씨도 “월세 인상 계획이 있다. 임대(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물가도 오르고 공공요금도 올라서 감당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고시원 역시 ‘난방비 폭탄’을 맞으며 운영을 위해 월세를 인상하거나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주거 취약계층의 근심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오늘>이 서울, 성남, 용인, 인천, 부산 등 고시원 20여 곳을 취재한 결과, 15곳이 이미 월세를 올렸거나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나머지 5곳 중 한 고시원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답했고 나머지 4곳은 월세까지 올리면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올리지 못한다고 답했다.

고시원 월세 인상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이 가중되리라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물가에 식비 등 전반적인 비용 지출이 늘은 가운데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월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량진 고시원촌에서 만난 문 씨(27)는 “얼마 전 편의점을 갔는데 물이 1100원이더라. 다른 물가도 계속 오르는데 월세도 조금이라도 오르면 부담될 것 같다. 쌓이면 큰 돈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지낸 지 1년이 아직 안 됐다는 안 씨(27)도 “(월세가 오르면) 아무래도 수험생이라 여유가 많이 없긴 하니까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난방비 인상이 계속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올해 2분기 가스요금 동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적정 시점에 조정을 검토하겠다”며 “국제 가격이 올랐고 공기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난방비 인상 필요성을 비춘 것으로 풀이된다.

월세 인상으로 고시원에 살던 사람들이 쪽방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이사 가거나 월세가 밀려 고시원에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 취약한 주거 환경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고시원도 환경 등이 가격대에 따라 다르다. 월세가 올라가면 이를 감당하기 힘든 취약계층은 냉·난방이 안 되는 등 더 열악한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냉·난방 등이 잘 안 되는 열악한 곳에 사는 노인·중장년층에게는 추위나 더위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돌연사나 이런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활의 어려움이 생존의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정부는 연일 난방비 지원 추가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동절기 취약계층 보호 난방비 추가 지원 대책’은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난방비를 최대 59만 2000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지원 대책의 대상이 되는 기준이 좁아 취약계층임에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실정이다.

최 소장 역시 “(차상위 계층에 속하지 않는) 근로 빈곤층에 대해서는 지원이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이런 사람들이 고시원에 많이 산다”며 “근로 빈곤층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기보다는 일용직 등이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들의 일자리도 어려워진다”며 지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거급여 기준 중위소득이 47% 이하다. 기준중위 60%나 80%까지는 기준이 돼야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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