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P 실적 호조…HL그룹,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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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P 실적 호조…HL그룹, 웃을 수 있을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2.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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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WCP(더블유씨피)에 대한 투자로 손해를 입은 HL그룹(구 한라그룹)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된 눈치다.

4일 WCP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585억5600만 원, 영업이익 582억2700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39.4%, 영업이익은 43.9%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554억5800만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실적은 WCP에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해 쓴맛을 본 바 있는 HL그룹이 반색할 만한 소식이다. HL그룹 지주사인 HL홀딩스(한라홀딩스)는 2021년 9월 자회사인 위코를 통해 WCP의 재무적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가 설립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WCP 지분 1000억 원어치를 취득했다. 당시 WCP는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업체였고, 시장에선 HL그룹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WCP는 지난해 9월 상장 추진 과정에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사태 후폭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국내 증시 불안감이 급격히 확대된 결과였다. WCP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기존 희망가 하단(8만 원) 대비 25% 낮은 6만 원을 공모가로 최종 확정했다. WCP의 주가는 증시에 입성한 직후 곤두박질쳐 3만9300원까지 추락했다. 올해 들어선 반등 흐름을 타고 5만 원대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으나 아직 6만 원에는 못 미친다.

HL그룹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HL홀딩스는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458억6547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75% 감소한 수치다. 아난티와의 골프장·골프텔 거래로 인한 유형자산처분손실(자회사 제이제이한라)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WCP도 한몫을 했다. HL그룹이 WCP에 대한 투자 루트로 활용한 자회사 위코(WECO)의 실적이 WCP 기업공개 흥행 실패와 주가 하락으로 흔들린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위코의 손익계산서엔 대규모 지분법손실이 반영됐고, 위코는 337억9093만 원의 순손실을 봤다.

아쉬운 결과였다. 자회사 등 실적을 제외한 HL홀딩스의 별도기준 누적 순이익은 1265억7877만 원, 부정적 경영환경에도 순익 감소폭이 0.50%에 그쳤다. 이 가운데 WCP가 뚜렷한 실적 상승세를 보였고, HL그룹에 호재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HL그룹이 WCP 실적 호조 덕을 볼 수 있을 진 미지수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WCP는 향후 전기자동차가 얼마나 잘나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기업인데, 앞으로 당분간 차량 전동화의 미래가 밝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 속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물가 급등이 전기 요금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WCP에 악재로 다가올 대목들이 여럿 있다.

HL그룹에게 긍정적인 부분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WCP에게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WCP 상장 주관을 맡은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을 비롯한 여러 투자자들은 WCP의 주가가 오르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태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낮아 공모주로 수익을 볼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개인 투자자들이 환매 청구권을 행사할 시 추가 손실도 감내해야 해서다.

이 같은 이유일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연이어 WCP에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평균적으로 매긴 목표가는 무려 7만 원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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