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를 기다리며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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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를 기다리며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2.1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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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정쟁에 나라 멍들었다”
“대통령 흑역사, 언제까지….”
“‘Statesman’의 출현 기대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읽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핵관, 윤심…. 듣기 지겹다! 야당의 거리 집회, 속이 빤히 보인다. 정치가 없어졌다? 여야, 국회 모두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게 민심이다. 여론조사 별로 필요 없다. 민심 파악하러 간다는 지역구 행차도 필요 없다. 서울시내 술집 한두 군데만 돌아봐도 이내 답이 나올 거다.

“정치밖에 없고 그 정치가 망치는 나라”. 국민의 정치 불신 목소리가 지금 극에 달했다.

‘정치’밖에 없는 나라

원래 정치 관련 이슈는 파괴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엔 파괴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블랙홀 역할을 하는 중이다. 새해 들어서도, 설을 지내고도 연일 정치 관련 이슈들이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다. 정치가 아예 언론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세계까지도 집어삼켰다. 무역적자가 위험수위를 훌쩍 넘겨도, 수 년째 암약해온 전국적인 간첩망이 밝혀져도, 급등한 난방비가 가계를 흔들 정도가 돼도 시민들은 정치 이슈에 매몰돼 있다. 그만큼 위태위태해 보이고 분통 터지게 하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이한 모습으로 연일 출몰하기 때문이다. 

과장이 심하고 냉정함을 잃었다고? 텔레비전에서 매시간 정치인을 비추고, 신문 1면에 매일 그들의 험한 말과 못 난 행동이 사진과 함께 실린다. 그런데 어떻게 시민들이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거리에서도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일 테니 학생들의 의식세계에까지도 구제불능인 정치 모습이 각인될 위험이 있다.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의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지속될 테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은 ‘거짓말 대 진실’ 공방으로 우리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일 거다. 이 지겨운 뉴스에서, 지겨운 현실에서 언제 해방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암담한 심정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이러한 모습을 접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고 말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역사적 배경과 함께 최근의 특수상황으로 인해 더욱 그렇게 됐다. 대선에서의 박빙 승부에 이은 내년의 총선이 가장 큰 원인이다. 거대 야당의 대선 불복성 저항이 수시로 목격되고, 거기에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무능한 여당의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겹쳐지니 국민들은 지겨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재미있는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쟁은 내년 총선까지, 심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국민들을 피곤하게 할 거고 그 사이에 나라는 거덜 나기 십상이겠다. 원래가 정치 드라마는 재미있는 반면 딱딱한 경제 얘기는 재미없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안팎의 경제 상황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니 경제는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재미만 좇다 보면 나라 살림은 망조 들기 십상이다.

박정희식 국민관심 집중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자주 그 치적을 칭송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재미없는 경제를 재미있는 드라마로 만드는데 성공한 지도자다. 자원 없는 최빈국에서 살아나갈 길은 수출밖에 없다는 간단한 이치를 터득, 최우선으로 수출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전력 질주했다.

스타트는 수출진흥확대회의. 1962년부터 시작한 이 회의를 1965년부터는 대통령이 매월 직접 주관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장관들과 무역부문 관계자들, 경제단체장, 기업 총수 등을 모두 불러 모아 현안을 끌어내고 대책을 현장에서 바로 바로 세워나갔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상징물 격인 이 회의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는 데 초석 역할을 했다. 요체는 국민적 관심 집중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당시 상공부의 수출 분야 실무자인 수출과장으로 하여금 수출 현황과 전망, 대책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케 하는 파격을 보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던 과장급의 대통령 직보 현장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며 수출 문제에 국력을 집중시키는 부수 효과를 거뒀다. 그렇게 해서 온갖 정치적 악재 속에서도 김우중의 수출 신화, 정주영의 중동 진출 신화 등 박진감 넘치는 경제 드라마를 가능케 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꼭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다. 국민적 관심 집중을 위해 참고할 만하다는 얘기다.

여야에 올리는 말씀

우선 국민의힘에게.
대략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격화되기 시작한 여야 간 정쟁은 이제 집권당이 정상화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소모적 정쟁으로 20년 세월 동안 나라를 주춤거리게 해놨으면, 민간부문 발전의 발목을 그만큼 잡아왔으면, 이제 정치권이 바로잡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어찌 됐든 정치 정상화의 일차적인 책임은 집권당에 있는 만큼 3월의 전당대회부터 정상적으로 치러내기 바란다.

앞서 말했지만 윤심, 윤핵관, 무슨 무슨 연대 등 정치권에서는 심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눈에는 당신들의 노예근성 정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당 대표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 정도 수준이라면 다시 또 ‘내부 총질’이나 일삼을 수준의 대표밖에 뽑지 못할 거다. 윤심에 기대지 않고 윤핵관들과 야합하지 않는, 정치적 비전이 확고한 인물을 찾기 바란다. 그를 위한 대통령실의 공정한 협조가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검찰과 이 대표에게 온전히 맡기는 게 정답이다. 대표가 되기 전의 경기지사, 성남시장 때의 혐의에 대해 왜 민주당이 개입해야 하는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야당 탄압이 어쩌니 저쩌네 해도 그건 방탄을 위한 억지 주장으로 비칠 뿐이다. 국민들은 이 대표 방탄에 이상하리만치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이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야당 국회의원님들, 내년 총선에서 고전하지 않으려면 생각 잘 해야 될 거다.

‘Statesman’의 출현을 기대하며

윤 대통령 임기를 보장 못 할 수도 있다고? 그게 가능할까? 그게 내년 총선 전략으로 효과적일까? 국민들은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건국 70여 년 만에 최빈국에서 이만큼 발전했으면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인 게 맞다. 그 성공을 이끈 대통령들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 역대 대통령 개개인의 삶은 하나같이 불행했다. 한마디로 실패한 삶이었다.

하야해서 외국 땅에서 쓸쓸히 타계하고, 부하 총에 맞아 숨지고, 내란. 반란 죄로 사형선고까지 받고, 바위에서 뛰어내려 숨지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겨우 사면 받고…. 그런 대통령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  그나마 신상이 좀 편했다는 대통령들이 임기 중 자식들을 감옥에 보낸 정도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웬만한 선진국 중에서 이런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가진 나라를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온전하게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촛불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났다고 봐야 한다. 또 현재까지 윤 대통령에겐 그럴만한 혐의도 보이지 않는다. 과도하게 흠집 내거나 망신 줘서 억지로 탄핵 몰이까지 간다고 치자. 민주당에서 다음번 대통령이 나올 경우 어떻게 될까? 국민의힘에서도 똑같이 흔들어대 확실하게 ‘전통’으로 굳어지겠지. 암만 생각이 짧은 의원이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인들에게 지난 수십 년간 낚일 대로 낚여, 이제는 많이 현명해진 유권자들도 그런 무리한 짓을 한 정치인에겐 총선에서 표를 주지 않을 거다. 언론도 총선일까지 꾸준히 계몽활동을 하지 않겠는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낙선 운동 비슷한 여론 조성과 함께.

국가의 큰 틀을 유지해가며 리드하는 건 미우나 고우나 정치인들이다. 일찍이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했던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그래서 정치인에 관한 용어도 세밀한 편이다. 그들은 정치인을 크게 ‘statesman’과 ‘politician’으로 구분해서 본다. 

‘Statesman’은 나라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는 정치인 다운 정치인, 존경받는 정치가를 뜻한다고 한다. 첨언하면 요즘의 우리 국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치가다. ‘Politician’은 우리 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을 말한다. 영어사전의 politician 뜻풀이 중엔 정치꾼, 정상배라는 뜻도 있다.

우리나라에 ‘Statesman’이 한두 명이라도 출현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대통령의 탄생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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