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난기류, 이대로 꺾이나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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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난기류, 이대로 꺾이나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2.11 10: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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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경제난국에 무신경
한국만 물가 폭탄…文정부 反시장 책임
근원적 해법 강구해야
서민들 각자도생케 해선 안 된다
노동생산성도 혁신성도 바닥
추경 거론할 때 아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경제 전망이 암울하다. 새해 첫달을 넘어서고 있지만 전년 1월 대비 한국 수줄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사진은 부산한 신선대 부두 야적장이다. ⓒ 연합뉴스
한국 경제 전망이 암울하다. 새해 첫달을 넘어서고 있지만 전년 1월 대비 한국 수줄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사진은 부산한 신선대 부두 야적장이다. ⓒ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이다. 무역과 내수를 망라한다. 민생 실물경제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에다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마저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인플레이션과의 힘겨운 전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성장이 벽에 부딪혀 있다. 그 성장 절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역시 생산성을 끌어 올려야만 한다. 총요소생산성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잠재성장률이 2050년에는 0%로 떨어질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비관적 진단도 나와 있다. 결국 그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혁파를 더 과감하게 해야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임금체계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은 더 직접적 경고다. 글로벌 경기 둔화를 극복할 국내 성장 모멘텀이 없는 탓에 한국경제는 올해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즉,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비상사태라는 것이다. 설비 건설 등 투자는 역성장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비심리는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감소 등의 여파로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지적됐다.

사실, 수출은 새해들어 첫 달부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나 급감해 나라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이 기조는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아 성장률 전망 전체에 하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자세변화 절실

경제와 관련해서도 태도 변화가 절실한 곳은 역시 국회로 드러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과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부안은 지난달 국회 제출됐으나 전혀 진척이 없다. 국회의 무신경은 경제계 전체의 질타를 받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의 책임은 막중하다. 더 늦기전에 책임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어두운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면서 경제 버팀목의 국가 안보 자산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진로는 최대 당면 과제중 하나다. 그럼에도, 관련 지원책과 투자 확대 관련 정책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법안을 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국회의 처리방향이 관건이다.

억눌렀던 공공요금 ‘물가 폭탄’

다음은 민생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는 '물가 폭탄' 문제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지난 1월 5.2%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3%나 급등한 전기 가스 수도 물가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치적 시각으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억눌렀던 공공요금이 윤석열 정부에서 '물가 폭탄'으로 터지고 말았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말하자면, 지난 정부의 잘못된 유산이 금리정책과 서민들의 생계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논리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 등 주요 선진국(G5)에 비해 경제성장 핵심요소인 '총요소 생산성'이 크게 뒤지고 있다. 미국의 총요소 생산성을 1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0.614로 61.4%에 불과했다. 독일(0.927), 프랑스(0.909), 영국(0.787), 일본(0.656)도 우리를 크게 앞섰다.

오래 일을 하면서도 효율성은 떨어지는 셈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은 투입된 자원과 비교해 산출된 생산량의 비율을 뜻한다. 일인당 노동시간은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거꾸로 최하위권이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0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

총체적 난국의 경제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로밖에 읽히는 대목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실로 문제다.

이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규제개혁으로 민간의 투자 활력을 끌어올리고, 노동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미뤄온 탓이 크다. 현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경제 활력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실천보다 구호가 앞서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혔던 ′전 부처의 산업화′ 약속 연장선에서 장관급 수출 확대회의를 신설한다거나 부처별 1급 간부를 수출 투자 책임관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은 귀추가 주목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공무원이 영업사원이 돼 소관 업종, 품목별 수출 투자를 철저히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은 연장선상의 논리다. 이미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공무원들도 현장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더없는 분발이 요구된다.

무역적자 역대 최대

현재 월간 무역수지 적자 폭은 실로 참담하다. 1956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억달러(12조3000억 원)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이같은 심각성이 구조적이란 점에서 아픔을 더한다. 반도체 수출액이 45% 가까이 감소하는 등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대만 등 경쟁국에 따라잡히거나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000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1.31일 4분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8400억 원)보다 97%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각계의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K-반도체가 초유의 위기라는 걱정들이다.

발등의 불, 대중국 수출 급감

발등의 불은 주요 교역국인 중국 수출액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9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월에는 대중국 수출액이 31.4%나 격감, 8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31일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7%에서 2.9%로 올리면서 한국은 2.0%에서 1.7%로 낮췄다. IMF가 유독 한국만 뒤처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대외 요인 등 구조적 취약성을 감안한 사태로 볼 수 있다.

해법에 충실해야만 한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에 대한 근원적인 해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 또한, 인재 육성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입법 협조가 필수적이다. 결국, 정부가 욕먹을 각오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모든 게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서민들 생존 위협…실물경제 침체 가속화

실물경제 침체는 민생을 타격한다. 고물가·고금리에 꽁꽁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없다.

특히 의식주 물가는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고,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의류와 신발 가격도 폭등했다. 택시나 지하철·버스 등 교통요금과 대학 등록금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다시 1.25%포인트(상단 기준)로 벌어졌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은 것은 ‘비정상’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거나 외환보유액 등이 줄면 원·달러 환율은 언제든 급등, 외국의 투자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통화정책은 진퇴양난이다. 고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경기 하강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 기댈 곳은 재정인데 정책의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총요소 생산성

총요소 생산성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총요소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과도한 규제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한국의 규제개혁지수는 2021년 기준 1.10에 그쳐 G5 평균 1.43보다 낮다. 노동 생산성은 떨어지고 자본확충도 한계가 있는데 규제마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적자본도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이 용하다는 지적들이다. 거기에다 법인세 등 조세 부담은 좀 큰가. 법인세율을 조금 낮추는 것도 '부자감세론'을 앞세운 야당의 반대로 시간만 끌다가 극소폭 인하로 끝나고 말았다.

변화의 요소는 멀리 있지 않다. 규제혁파와 기술개발, 인적자본 육성 등은 정부 주도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다. 결국 총요소 생산성이 낮은 데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더욱더 열심히 뛰기 바란다. 이 상태로는 주요 선진국 G5가 아니라 G7에도 진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높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노동 생산성부터 끌어올리는 일이 다급하다.

기업 정부 국회, 한몸 돼야

정부가 민간투자 100조 원 밀착 지원과 300억 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 유치를 비롯한 업종별 수출투자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다. 회의 명칭도 아예 비경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로 했다. 그만큼 의지는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과다. 지금은 국가 주도의 산업전략 시대다. 반도체를 비롯해 국방과 직결되는 품목이 많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해 이제 자유무역 시대는 사실상 흘러갔다. 우리 산업은 일대 전환기다. 디지털, 친환경, 탈중국 등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기업과 국가가 한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국회의 입법 지원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수출·투자대책이 경제활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위기…실용주의 관점 ‘경제’ 이상은 없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연합 간 경쟁 구도로 변했다. 한국의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해 대만(21%)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대만은 반도체 지원법을 반년 만에 통과시킨 반면 한국 국회는 반쪽짜리 지원법조차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대만은 3년, 한국에선 8년이 걸린다. 늦었지만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역시 정치다. 정쟁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 반도체 인재 확보를 돕고, 대미 통상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반도체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 기업, 정치가 한 팀이 되면 역전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아직도 국회에서는 논의 한번 안 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투자 촉진을 위한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과제는 산적이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더 힘을 쓰고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에도 선제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반도체 분야의 수출액이 1년 전 대비 44.5%나 급감하면서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위기의 심각성을 참으로 깨달아야 한다. 안일하게 반쪽 대처도 못하다간 그 결과는 뻔하다. 이러다간 국내 반도체 산업의 도태까지 두려운 지경이다.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략산업 전폭 지원을 위한 속도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길 밖에 없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한몸, 경제전쟁 승리를 위한 국가 분위기 일신을 끌어내야만 한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경제' 이상은 없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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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켓 2023-02-12 06:02:43
2년전 윤석열은 시대정신이라고 추켜세우셨는데... 지금도 그러하신가요?

짬뽕과 짜장 2023-02-11 14:47:55
웃기는 짜장이네. 아직도 지난 정권 타령이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