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건설·가구·가전 울상…하청업체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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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건설·가구·가전 울상…하청업체도 한숨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2.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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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부동산 시장 한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건설사들은 물론, 주택 수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가구, 인테리어, 렌털, 생활가전 등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원청의 실적 부진 후폭풍은 중소 하청업체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보고서와 각 회사 IR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업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등 단 2곳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 포스코건설, GS건설 등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0~30% 감소했고,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HDC현대산업개발은 반토막 수준이 됐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등은 아직 사업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감안했을 때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의 핵심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10대 건설사 중 대부분이 매출은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을 겪었다. 여기에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택사업을 주된 먹거리로 하는 건설업체들이 치명타를 맞았다. 특히 유동성 이슈가 터져 경영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주택 시장 하향곡선이 분명하게 그려진 지난해 4분기 손실이 컸다. 반면, 삼성전자 등 모그룹 계열 일감이 풍부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해외사업으로 수익 다각화를 꾀한 대우건설은 부동산 한파에도 수익성을 방어·확대할 수 있었다.

주택 시장의 빙하기 진입은 이사 수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종합 홈 인테리어·가구업체인 한샘은 지난해 연결기준 217억 원 규모 영업손실을 내며 20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주택 거래절벽까지 겹치면서 4분기에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같은 기간 한샘의 경쟁사인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도 각각 영업손실 185억 원, 27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창호, 바닥재 등 건축자재 전문업체인 LX하우시스(구 LG하우시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8%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익이 -1177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렌탈·생활가전업체들도 울상이다. 2022년 SK매직의 영업이익은 632억 원으로 전년보다 14.36% 줄었다. 신규 렌탈 계정이 소폭 줄었고, 식기세척기와 전기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 판매량이 크게 꺾였다. 같은 기간 코웨이의 경우 해외법인의 상승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5.8% 늘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1.7% 줄었다. 신일전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9.1%, 85.9% 감소했다. 이보다 규모가 큰 대형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영상디스플레이 등 TV 포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600억 원을 내며 7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동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1.2% 줄어든 6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생활가전사업부(홈엔터테인먼트 등 TV 포함)의 영업익 급감 영향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발(發) 한파는 영세 하청업체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진행한 '2022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 중이다. 이에 따르면 롯데건설(지연이자 5177만 원 미지급), 호반건설(지연이자 361만 원 미지급), HL디앤아이한라(구 한라건설, 지연이자 300만 원 미지급), 라인건설(지연이자 192만 원 미지급), 창성건설(어음대체결제수수료 3133만 원 미지급), 보광종합건설(지연이자·어음할인료 2453만 원 미지급) 등 여러 대형·중견 건설업체들이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일삼아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경고 조치를 받은 건설사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3개 하청업체에 지연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SK매직에게 지난 16일 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건자재업체인 KCC는 수급사업자에게 어음대체결제수수료 331만 원을, 부동산빅데이터업체인 부동산114는 지연이자 5334만 원을 각각 미지급해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별 도리가 없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건설사는 물론, 다양한 유관 업체들이 무너진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도 곧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연착륙을 유도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생존할 텐데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문제다. 이들은 한번 흔들리면 다시 서기가 어렵다. 대마불사 논리로 대기업 살리기에만 집중할 때가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를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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