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 수면제 대신 ‘앱’으로? [일상스케치(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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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치료, 수면제 대신 ‘앱’으로? [일상스케치(72)]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2.26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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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수면 습관 개선, 인지 행동 치료, 약물 치료 3가지
스마트폰 앱이 치료제가 되는 시대, ‘솜즈(Somzz)’ 품목 허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잠 못 이루는 밤,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불면 상태가 지속되면 잠들기 위해 각자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이완 작용으로 샤워를 하거나, 우유를 데워서 마신다든지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한국인 셋 중 한 명이 일생에 한 번은 불면증을 겪는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만도 68만 4,560명(2021년 기준)이다.

이렇게 수많은 불면증 환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을까.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하는 이완 요법이 숙면을 위한 선행과정이다. ⓒ연합뉴스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하는 이완 요법이 숙면을 위한 선행과정이다. ⓒ연합뉴스

불면의 후유증

일단,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건강에 해롭고, 다음 날 하루 가정·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숙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첫 단계인 만큼, 수면 부족이 길어지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원동력에 제약이 생기기에  여러모로 심각해진다.

극단적으로, 식사를 거르더라도 잠은 자야 한다. 과거 인권이 유린될 정도로 고문하던 시대, 잠을 며칠째 재우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그만큼 불면은 고통스러운 신체적 정신적 가해에 가까운 것이다.

게다가 수면은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어려움과 관련이 깊다. 깊은 수면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렘수면은 일상에서 때 쌓인 감정을 처리하기에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불안장애를 호소하고, 우울증 환자의 3명 중 2명은 불면증을 겪는다. 수면 부족으로 우울해지는 정도가 심화되는 것이다.

특히 수면 부족은 암 발생과도 연관된다. 수면이 면역체계, 대사, 세포 기능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신체의 염증반응을 높여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암 환자들 중에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아 왔다는 호소가 많다. 그만큼 수면은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 시간 기준

그런데 잠을 얼마나 자면 충분할까? 개개인에 차이가 있겠지만 수면 연구가들은 “하루 4~10시간 정도 자면 충분하다"라고 한다.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따라서 4시간 정도만 숙면을 취하여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때론 잠이 부족했다고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럴 땐 이른 오후(오후 1~2시경)에 15분 이내로 잠을 자는 게 저녁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편,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깊은 잠이 줄어들고 자주 깨다 보니 밤잠은 줄지만 낮잠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합치면 전체 수면의 양은 젊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년기 불면증은 신체·정신 질환으로 인해 많이 생기므로 잠자는 시간이 줄면 대수롭게 여겨선 안 된다.

통상적 불면 대처법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통상 불면증 치료법은 비약물 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수면제는 내성 등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의료계에선 우선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를 1차 치료로 권고한다.

즉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전통적으로 수면 습관 개선, 인지 행동 치료, 약물 치료 3가지가 주로 이루어진다.

미국 듀크대 의대 숙제이 칸트 그라 부교수(수면의학·소아 신경학)는 "잠들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깨어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불안감을 줄이고 긴장을 풀어줘 잠들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일종의 인지행동 치료법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자 하는데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잠자려고 애를 쓸수록 잠은 멀리 도망가기 때문이다.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하는 이완 요법도 인지행동치료에 해당한다. 잠이 들기 전 이완하는 과정이 숙면에 필수적이다. 이에 수면시간 전 명상, 복식호흡 등을 통해 교감신경 항진을 줄이고 부교감신경 항진을 높이면 수월하게 잠들 수 있다.

그리고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도록 한다. 그러면 밤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돼 쉽게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 1시간 이상 산책하는 게 좋다. 산책은 또한 우울함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거창한 학설이 아니라도 때론 바나나 차를 마시는 게 숙면에 효과적이란 의견도 있다. 바나나에는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은 신체의 이완을 돕는 등 많은 기능을 가진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잠을 청하려고 대개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술이 잠자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일시적으로 수면을 유도할 뿐 중간중간 깨게 만드는 등 더 피로해지고 효과적인 대처법은 못된다.

마지막으로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어야 한다. 잠자기 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 등을 하면 숙면에 도움 될 수 있다.

수면제의 효용성은?

수면제 졸피뎀. ⓒ연합뉴스
수면제 졸피뎀. ⓒ연합뉴스

위에 열거한 갖가지 방법에도 쉬이 잠들지 못한다면 수면제 처방을 받으면 어떨까. 불면에 시달려도 중독 위험 때문에 수면제를 절대 먹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면제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불면증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급성 불면증은 ‘수면 유도제(졸피뎀)’가 도움이 된다.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만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 증상으로 인해 중독 위험이 있고, 대표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 주의하면서 복용해야 한다. 특히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는다면 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이고 수면 무호흡증의 위험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약물치료 이외 새 치료수단 솜즈 개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국내 첫 불면증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국내 첫 불면증 디지털 치료 기기 허가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지금까지 내려온 전통적 접근외에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등장했다. 수면제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앱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약물대신 앱이 불면증을 치료한다니 그 원리는 뭘까?

그건 바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치료제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국내 업체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앱) ‘솜즈(Somzz)’를 국내 첫 디지털 치료 기기로 품목 허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 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약물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단 점에서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정부가 향후 이 앱을 신의료기술로 고시하면 일단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다. 일단 의사 진단을 거쳐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로 앱을 처방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불면증 환자들은 병원에서 의사 처방 하에 스마트폰에 솜즈 라는 앱을 다운로드해 수면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 앱이 제공하는 6단계 프로그램을 6~9주간 거치게 된다.

현재 이뤄지는 인지행동치료는 매주 1회씩 치료 인력을 대면하는 방식으로 통상 10회 정도 진행되는데 이를 비대면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제품은 인지행동치료법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며 “기존 약물치료법 이외에 새로운 치료수단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임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치료 기기를 허가해 쓰는 곳이 미국·독일·영국 등 전 세계 14개국에 이를 정도로 전 세계적 추세다.

약물 복용 없이도 불면증을 치료하는 세상이 오다니.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제 3세대 치료제가 개발된만큼, 불면의 밤을 보내는 수많은 환자들을 해방시켜줄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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