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렬 “투명한 정보공개가 지속 가능 발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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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렬 “투명한 정보공개가 지속 가능 발전 이끈다”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3.1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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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95)]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지속가능 발전은 글로벌 목표…데이터, 기계학습 분야 역할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9일 제95회 동반성장포럼에서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동반성장포럼
지난 9일 제95회 동반성장포럼에서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과학기술과 지속가능발전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동반성장포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제95회 동반성장포럼 강연이 열렸다. 이날 '과학기술과 지속가능발전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경렬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과학기술은 정치·사회·윤리 발전과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며 과학기술의 역할이 '사회기술 시스템'에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키”


이날 박경렬 교수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탄생 배경과 의의를 소개하면서, 적절한 데이터와 분석 도구가 주어진다면 과학기술이 산업 분야뿐 아니라 사회, 환경 분야 발전에 폭넓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지난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합의한 글로벌 의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크게 17개, 작게 169개 목표를 정하고 있다. 극심한 빈곤과 기아 탈출,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양성평등, 유아사망률 감소, 산모건강 증진,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보장, 개발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 등이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제 경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치·사회·윤리 등 단순히 다른 부문들도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만 볼 게 아니다. 다 같이 '한 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함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의 역할에도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되고 있고, 특히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기계학습 분야의 과학기술이 사회·환경·윤리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지다.

박 교수는 "그간 과학기술혁신은 국가 발전 원동력으로 다뤄져 왔다. R&D나 지적재산권 산업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제개발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과학기술적인 요소를 빼놓고선 지속가능한 글로벌 발전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콜카타 지역에 있을 때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수인성 질병 관리정책에 필요한 빈곤지도를 만들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해야했던 적이 있다"며 "몇 명이 사는지, 손은 몇 번 씻는지 일일이 자료를 수집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위성영상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시민들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등 정보의 양이 늘어난 만큼, 정보 간 연결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데이터 거버넌스가 아직은 부족하다"며 "기관별로 갖고 있는 데이터들이 있는데, 사이의 장벽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가 간 정보 연결돼야…저개발국도 비전 필요”


박경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간 정보를 공개하고 연결하는 작업 역시 수반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 과정에서 저개발국에 대해 더 낮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요구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지양해야 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소위 국가개발 원조 수행에는 정치적인 조건이 붙는다. 같은 마을에 영국 보건소가 진료소를 짓고, 미국 국제개발처는 병원을 짓고, WHO는 비슷한 또 다른 사업을 하는 식"이라며 "이런 상황은 발전협력의 효과성을 저해하는 만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공유하고 서로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어냈다.

빈곤국이기 때문에 적정기술 등 로우(low)테크가 우선 필요할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책, 약 등 기초생활을 위한 물품지원과 함께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립프로깅(leapfrogging)' 사례를 제시했다. 립프로깅은 단계를 뛰어넘어 발전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아프리카 개발은행에서 일할 당시 사내 디지털이코노미 커뮤니티에서 동아프리카 16개국의 인공지능 전략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해 처음엔 반대했다"며 "남수단은 내전 이후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책이나 말라리아 키트가 우선이지' 싶었다. 그런데 2년 동안 활동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아프리카는 전화선을 까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2G에서 바로 4G로 넘어가 현재의 모바일 환경이 조성됐다. 인도네시아는 2G에서 5G로 바로 넘어갔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인공지능 등 이미 다가온 미래를 생각하며 국가 기술 전략을 짜는 것은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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