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금도 칼질한다고?”…금융권 노조가 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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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퇴직금도 칼질한다고?”…금융권 노조가 뿔난 이유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3.2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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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TF, 직원 연봉도 논의 테이블로
당국·銀, 희망퇴직금 보는 시각 달라
은행권 “은행업 특수성도 고려해야”
노조 “금융노동자 탄압…즉각 철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관치금융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관치금융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 일반 행원의 성과급과 퇴직금까지 개선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서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는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조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 방향 외에도 은행권 보수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은행장 성과보수체계는 물론 직원 성과급과 퇴직금 현황까지 공유해 사실상 직원 보수도 제도 정비 검토 대상에 올렸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직원 급여는 기본급에 성과급이 더해진 것이다. 기본급은 기준봉급에 직무급, 자격증급여 등이 포함되며 성과급은 고정과 특별로 나뉜다. 고정은 직원별 KPI 등에 따라 차등해 정액(고정) 지급하며 특별성과급은 은행 경영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매년 지급된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인건비로 2020년 9조 9186억 원, 2021년 10조 2318억 원, 2022년 10조 7991억 원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고정급은 각각 5조 1718억 원, 5조 2852억 원, 5조 4044 억원으로 매년 약 10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과급은 1조 4747억 원, 1조 7826 억원, 1조 9595억 원으로 고정급 보다는 상승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은행 성과급은 일반기업과 달리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증가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 성과급과 관련해 지속적인 개선 논의와 정비가 이뤄졌지만, 금융당국은 이보다 범위를 확대해 일반 행원의 보수 체계도 개선이 필요한 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성과 보수 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진 뿐만 아니라 임직원,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인력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은행권이 보수 체계 정비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성장을 통한 과실을 직원들과 나누는 스톡옵션 제도를 통해 전문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면서 “보수 체계 정비가 성과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기존 시중은행은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퇴직금 문제도 본격적인 논의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금융사, 특히 은행권의 경우 일반기업에 비해 희망퇴직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은행원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 기본퇴직금과 노사합의에 따르는 희망퇴직금으로 구분된다. 금융당국이 정비 대상에 올린 건 희망퇴직금으로, 26개월에서 36개월치 연봉에 전직 지원금 등이 포함된 복지지원금을 포함한다. 이는 노사합의를 거쳐 은행장 결정으로 확정된다. 법률로 정해진 기본퇴직금과 달리 희망퇴직금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희망퇴직금은 2.9억~4.1억 원이다. 기본퇴직금까지 포함하면 5.0억 원에서 6.2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은행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한다는 반론도 있다. 은행권은 인사 적체 현상이 심각한 업권 중 하나로, 그나마 희망퇴직제도를 통해 인사 순환이 조금이나마 이뤄지고 있다. 퇴직금 제도가 금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희망퇴직 대신 장기근무를 선택하면서 인사 적체가 현재보다 더 심화될 우려도 나온다.

보수 체계 정비가 진척되려면 노조도 논의 테이블에 동참해야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양대 노조가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실상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특히, 은행권 TF 등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과 금융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고금리 고통을 완화할 정책대안은 내놓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를 성과급 탓으로 몰아가는 혐오의 정치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현재 TF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수 체제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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