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 벗는 하림 김홍국, ‘꼼수’ 의혹 제기되는 이유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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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 벗는 하림 김홍국, ‘꼼수’ 의혹 제기되는 이유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3.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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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계열사 2곳에서 등기이사 감투를 벗는다. 하림그룹의 종합축산식품 계열사인 선진, 팜스코는 각각 오는 28일,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 회장의 이름이 빠진 '이사의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하림이 대상팜스코(현 팜스코)를 인수한 2008년부터 약 15년간 팜스코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선진에선 144개월 동안 총괄임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가 10년 이상 사령탑으로 지낸 회사를 떠나는 건 '과다 겸직'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김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비롯해 팜스코, 선진, 하림, 팬오션, NS쇼핑(엔에스쇼핑), 제일사료 등 그룹 계열사 7곳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공단, 의결권자문사 등은 김 회장이 해당 업체들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이 주총에 상정될 때마다 반대표를 던지거나 반대를 권고했다. 이사회 출석 등 사내이사로서의 업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도 고액 보수를 챙겨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팜스코, 선진에서 등기이사 직을 내려놓으면서 김 회장이 적을 둔 계열사는 5곳으로 줄었고, 그만큼 과다 겸직 비판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뉴데일리경제〉를 통해 "단일 지주사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선진과 팜스코의 사내이사에선 물러난 것이다. 앞으로 지주 대표이사로서 지주를 통해 자회사에 미래 비전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 일각에선 김 회장이 일종의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하림, 팬오션, 엔에스쇼핑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이거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룹사에선 등기이사 직을 유지하고,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팜스코, 선진에서만 물러난 데에 엉큼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팜스코는 2022년 연결기준 343억1806만 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선진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39%, 27.65% 감소했다. 양사 모두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원가 방어에 실패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과다 겸직 논란이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미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생산 설비에 도입한 하림, 해운사인 팬오션, 홈쇼핑 유통업체인 NS쇼핑에 비해 팜스코와 선진은 상대적으로 중대재해 노출도가 높은 계열사라는 게 혹평의 근거다. 일례로 팜스코에선 2019년과 2020년 산재 근로자가 각각 1명씩 나온 바 있다. 또한 2022년 팜스코가 재무제표에 반영한 재해손실은 5억7096만 원으로 전년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재해손실은 화재, 집중호우 등 재해와 폭발사고 등 인재로 인한 손실을 반영하는 항목이다. 계정과목이 큰 의미가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더라도 재해 관련 리스크 자체가 확대됐다고 보긴 충분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선진의 배합사료, 식육, 육가공 사업장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00~125%에 달했으며, 팜스코의 가동률도 제주공장과 음성공장, 육가공 청주공장을 제외하고 일제히 상승한 부분도 이 같은 평가 배경으로 꼽힌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재해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재해자 수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김 회장과 하림그룹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으리라. 과다 겸직 문제를 해소하라기에 이를 수용한 것이고, 지주회사 대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자 계열사 감투를 벗은 것인데 이를 놓고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다. 다만, 이 같은 의혹은 김 회장과 하림그룹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림그룹은 오너 2세인 김준영씨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을 동원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은 바 있고, 십수년간 닭고기 가격과 출고량 담합에 참여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최근엔 NS쇼핑을 상장폐지하고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로 둠으로써 NS쇼핑의 자회사인 하림산업이 추진하는 조(兆)단위 규모 사업인 서울 양재동 첨단도시물류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헐값에 먹었다는 비판도 들었다. 관련 업계에선 하림그룹과 김 회장이 양재동 개발사업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고자 하림지주-NS쇼핑간 '꼼수 합병'을 단행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과 하림그룹이 꼼수 의혹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이 같은 편법, 담합, 헐값 등 꼼수의 역사를 씻어내기 위한 진정성을 시장 구성원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하림그룹의 설명대로 단일 지주사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판단 하에 지주를 통해 자회사에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김 회장이 계열사 감투를 벗는 것이라면, 그 행보는 팬오션이나 NS쇼핑 같은 알짜 계열사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았을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조금씩 아주 더디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닭 한 마리를 잡아먹어도 인끔이 있어야 잡아먹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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