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풀무원, 지난해 4분기 ‘와르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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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풀무원, 지난해 4분기 ‘와르르’…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3.3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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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풀무원 CI ⓒ풀무원
풀무원 CI ⓒ풀무원

2022년 3분기까지 가격 인상 효과로 상승세를 보이던 풀무원이 그해 4분기 갑자기 휘청거리면서 적자전환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 조치가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에 역행하면서 독(毒)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풀무원이 공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풀무원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8383억 원, 영업이익 263억3150만 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2.6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1.63%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은 -(마이너스)184억1309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규모의 실적 부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풀무원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8687억 원, 영업이익 563억 원, 당기순이익 21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입콩 두부, 냉동만두, 냉동피자, 녹즙, 발효유, 대용식, 유제품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친 게 호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었다.

실제로 풀무원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359억1392만 원, 당기순이익 127억2255만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순항 중이라고 평가할 만한 성적표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풀무원이 2022년 4분기 급격한 실적 악화로 적자 쇼크에 직면한 건 세계 경제 시류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풀무원은 해외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4월엔 중국법인인 푸메이뚜어식품이 베이징2공장을 준공했고, 11월엔 베이징1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3분기엔 중국, 베트남, 미국 등 해외 자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했으며, 4분기엔 약 570억 원을 투입해 일본법인 아사히코 지분 100%를 거머쥐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 투자에 부정적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투자 행보를 지속했다.

이는 미국, 중국, 일본 사업을 턴어라운드시킨 후 캐나다,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이효율 풀무원 대표의 원대한 구상 하에 이뤄진 투자였으며, 그 배경에는 중국 봉쇄 조치 해제와 리오프닝 효과, 해상 운임 비용 감소 등 낙관적 근거들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변수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게 패착이 됐다(관련기사: 가격인상 효과 누린 풀무원, 상승세 유지 관건은 해외,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605).

풀무원의 해외법인들은 실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로 평가돼 왔다. 미국법인인 'Pulmuone U.S.A., Inc.', 베트남법인인 'Pulmuone Vietnam Co., Ltd', 일본법인인 아사히코 등은 매년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지난해 미국법인은 407억5020만 원 규모 순손실을, 베트남법인은 10억870만 원 규모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아사히코도 순손실 137억9108만 원을 냈다. 3사 모두 전년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믿을 건 해외자회사 중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중국법인(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이었고, 중국 공장 투자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법인은 기대 이하 실적을 거뒀고, 풀무원은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 됐다. 2022년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17억4496만 원으로 전년 대비 76.3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의 그것도 37.45% 줄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의 4분기 실적이다.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 평균 262억 원 규모 매출을 올렸는데 4분기 매출은 227억 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그해 3분기 기준 28억7525만 원이던 누적 당기순이익이 4분기 들어 17억4496만 원으로 떨어졌다.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2022년 3분기까지 분기 평균 매출이 45억 원 수준이었는데 4분기 매출은 38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풀무원이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 흐름이었다. 풀무원 측은 지난해 11월 중국 파스타 생산라인 증설 소식을 알리면서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파스타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14억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고성장이 기대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가정간편식 성장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앞선 같은 해 4월엔 두진우 중국법인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 지지바의 두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 빈자리를 풀무원이 파고들었다. 직원들 가족까지 동원해 공장을 풀가동해 봉쇄 지역 등에 두부를 공급했다.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거래처와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풀무원이 놓친 변수는 중국의 경기 침체였다. 공산당의 봉쇄 조치 해제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지 시장 분위기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현지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은 지난 1월 춘절 연휴 영향으로 전월 대비 0.3%p 상승한 2.1%를 기록했지만 2월엔 1.0%로 주저앉았다. 또한 지난 1~2월 중국의 수출액과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6.8%, 10.2% 감소하며 수요 부진 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목표치(5.5%)에 크게 미달하는 3.0%에 그쳤고, 이달 열린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전년보다 낮은 5%로 제시했다.

미국, 베트남, 일본 등 해외법인의 만성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믿었던 중국법인마저 이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풀무원이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 ⓒ시사오늘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 ⓒ시사오늘

풀무원 경영진은 여전히 해외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대표이사)는 3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풀무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도 매출 2조8383억 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투자 마스터 플랜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반등시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익 성과가 아쉽게 마감된 부분에 대해선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대외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어 올해는 매출 성장 지속은 물론, 이익 개선까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말대로 풀무원이 실적 개선을 이루려면 또 하나의 변수를 꼭 고려해야 할 전망이다. 바로 유동성이다. 지난해 해외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는 과정에서 풀무원의 재무건전성은 취약해졌고, 금융 부담은 커졌다. 풀무원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5476억2567만 원에서 2022년 6468억8834만 원으로 1000억 원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3459억2961만 원에서 4683억2768만 원으로 35.38% 늘었다. 차입금 이자율은 최고 7.3%(장기차입금 국민은행)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021년 233.91%에서 지난해 274.87%로 상승했고, 유동비율은 88.44%에서 83.28%로 하락했다. 만기가 임박한 단기차입금 리스크를 해소할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진 시장 환경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년 같으면 만기 연장 또는 사채 발행으로 어렵지 않게 리스크에서 벗어날 일인데, 최근 금융권이 깐깐해지고 투자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아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낙관적 메시지를 주주들에게 전했다. 그는 "풀무원은 어려운 외부 환경 상황 속에서 내부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증가했던 해상 물류비가 크게 감소했고, 환율과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이익에 긍정적인 외부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 세계 속의 바른먹거리 선두기업, ESG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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