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 연체율 증가…진짜 폭탄은 ‘부동산PF’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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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가계 연체율 증가…진짜 폭탄은 ‘부동산PF’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4.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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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부동산 침체 따른 부동산PF 부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흐름 유사해
당국·저축은행업권, 리스크 관리
고객 불안감 확산땐 뱅크런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최근 저축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 이용 고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저축은행 영업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둘러싼 우려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저축은행업권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건전성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금융권 안팎에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저축은행 건전성에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건, 이미 과거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저축은행 사태’이다.

이는 2011년 당시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이유는 이들 저축은행이 정상적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등 심각할 정도로 불법이 만연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된 원인은 부동산 PF가 꼽힌다. 2011년 이전에 공격적인 부동산 PF 투자가 단행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실채권 리스크를 저축은행이 떠안게 됐다. 이 같은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는 고객들이 무더기 예금 인출을 단행하는 뱅크런이 발발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저축은행이 연쇄적으로 도산해버렸다.

저축은행업계는 해당 사태로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혀있다. 일례로 금융권 중 예금보험료가 가장 높은 업권이 바로 저축은행이다. 예보료는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금액으로, 상대적으로 부실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 저축은행업권이 가장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0.08%) 대비 5배 높은 0.4%의 예보료를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이유는 영업정지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0.4%가 적용된 시점도 저축은행 사태 이후이다.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비단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간의 차이 때문 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저축은행 입장에서 부동산 PF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 사례로 저축은행도 사업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저축은행이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에 관심을 보이고 관련 포트폴리오를 늘려온 건 위험성 만큼이나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란 말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자산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부동산 PF 비중이 클 경우 경영유의나 개선요구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기도 한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또 한 번 저축은행 사태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권(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부동산 PF대출은 2022년 9월 말 기준 85.8%로 2023년 말 대비 522.4%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향후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과 담보의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한 PF대출 규모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비중이 다른 비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당국과 저축은행업권은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대출 심사 기준도 강화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왜 그럴까? 타 금융권에 비해 ‘고객 신뢰 상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기억하는 이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화 가능성, 대출자산 연체율 증가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불안감은 곧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재무제표상 건전성 여부와 별개로 예금고객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는 이유로 뱅크런 루머에 휘말린 토스(토스뱅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저 루머에 불과했지만, 실제 예금고객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토스뱅크 측은 적극 해명했다. 이처럼 제1금융권마저도 ‘뱅크런’ 루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저축은행 부실 불안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권도 부동산 PF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고객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업계 공동으로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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