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전대’ 의혹…11년 전 한나라당 이어, 또?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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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전대’ 의혹…11년 전 한나라당 이어, 또?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4.2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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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송영길에 ‘조기 귀국’ 요청…檢, 민주당 의원 압수수색도
고승덕 ‘2008년 전대서 돈봉투’, 4년 뒤 폭로…박희태, 징역 8개월·집유 2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에 돈 봉투가 오고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에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일부 민주당 의원이 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 녹취본이 연이어 공개되며, ‘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논란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데요. 민주당 지도부와 당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등은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 후 진상 조사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혹이 불거지고 5일 후인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전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송영길 당시 후보, 인천 남동을 윤관석 당시 후보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2020년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송영길 당시 후보, 인천 남동을 윤관석 당시 후보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뉴시스

사건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검찰에 기소되며 크게 불거졌습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지난 12일 사업가로부터 10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검찰이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돈 봉투 살포가 의심되는 내용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사실이 언론에 전해졌습니다. 

검찰이 지난 12일 민주당 윤관석 의원실과 이성만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탄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도 11년 전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를 전달해 국민에게 지탄받은 바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10여 년의 시간을 지나 야당에서 벌어진 겁니다.

2008년 7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9년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앞두고 물러날 때까지 대표를 지냅니다. 그는 2010년에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죠.

고승덕 전 의원이 2012년 1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돈봉투 전달' 폭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고승덕 전 의원이 2012년 1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돈봉투 전달' 폭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2012년 초, 고승덕 전 의원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표 후보 중 한 명이 돈 봉투를 돌렸다고 급작스레 폭로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고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대표 후보 측 인사가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 현금 300만 원과 명함이 든 봉투를 두고 갔기에, 보좌관을 시켜 돈을 되돌려줬다고 밝히며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돈 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박 전 의장은 처음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고 의원이 누구한테 받았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사로 돈봉투를 전달한 일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폭로가 있고 47일 만인 2월 21일, 검찰은 박 전 의장과 돈 봉투 의혹 연관 인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 짓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012년 12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집행유예를 받고 걸어나오고 있다. 박 전 의장은 이날 원심과 같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 뉴시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012년 12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집행유예를 받고 걸어나오고 있다. 박 전 의장은 이날 원심과 같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 뉴시스

사건 수사는 새해 벽두인 지난달 4일 고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 곧 돌려줬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간 물밑 의혹 수준으로 맴돌던 전대 금품살포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중략) 

수렁에 빠진 듯했던 검찰 수사가 다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은 고명진 씨(박희태 전 의장의 전 비서)가 검찰의 비공개 조사에서 그간의 태도를 바꾸고 털어놓으면서부터였다. 고 씨는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 전 수석에게 고 의원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했으며 돈 봉투를 조 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중략) 

검찰은 박 의장이 전대 직전 자신 명의로 1억5000만 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캠프 측에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 원이 이 통장에서 나온 인출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1일 김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9일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헌정사상 두 번째로 현직 국회의장을 16시간 가까이 조사함으로써 수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 2012년 2월 21일 자 <연합뉴스> ‘47일간 반전에 반전 거듭한 돈 봉투 수사’ 

박 전 의장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고 항소를 제기하지만, 2심에서도 동일한 형을 선고받습니다. 법원은 김 전 정무수석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합니다. 그 사이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으며, 박 전 의장은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의장 사례를 들어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법 행위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벌어졌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며 “녹취록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는데요. 

11년 전에도 이미 선거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에 유죄 판결이 나온 만큼, 송 전 대표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 차원에서 투명한 선거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선거 과정에서 돈이 전달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암암리에 알았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룰에 감시 기능이 없어서 암암리에 뿌려지는 돈은 잡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녹취본으로 명확하게 떨어지는 증거가 있으니 지도부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감시 강화 방안을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18번째 주제로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을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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