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석열’의 국제무대 데뷔 이후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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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석열’의 국제무대 데뷔 이후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5.07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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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아메리칸 파이’는 일단 성공적”
“한국 대통령의 국제무대 첫선”
“고이즈미, 장쩌민 팝송은 한참 전에 화제”
“연성 접근 통해 핵 공유 등 이루기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미국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모습이 각국 언론에 비중 높게 보도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 CNN 등과 영국, 일본, 유럽, 아시아, 중남미, 아랍 지역 언론 등 세계 주요 언론에서 이달 초까지 연이어 보도했다.

“엄청난 노래 실력” “다재다능한 남자” 등 윤 대통령과 한국으로서는 과분하게 받아들일 만한 반응도 이어졌다. 그 노래를 부른 돈 맥클린이 “내년에 한국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공식적으로 듀엣을 제의했다니, 이래저래 신인가수 윤석열은 계속 뉴스를 타며 인기를 끌어가게 생겼다. ‘가수 윤석열’의 데뷔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한국 지도자 가수의 국제무대 데뷔는 이번이 첫 시도지만 인접국인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국제무대에 데뷔했던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가수 데뷔 자체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각국 정상들이 가수로서의 데뷔를 통해 자신과 국가의 이미지를 어떻게 고양하며 국익을 위해 얼마만 한 효과를 가져오는 지가 주된 관심사다.

각국 정상의 노래자랑 효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노래 영상은 이승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아있어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검색해 보니 그 방면에 문외한인 필자의 귀에는 박정희의 짝사랑과 황성 옛터가 가장 구수하게 들렸다. 가요에 무슨 대단한 의미를 담거나 정치색을 띤 것은 거부감부터 들게 한다. 그에 관한 정치권의 기대 내지 억지 주장과는 달리 대통령의 노래를 듣는 많은 청중의 내심 평가가 그러하리라고 본다. 노래를 노래로서만 불렀다는 점에서 박정희의 짝사랑이 어필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노래 실력은 대통령직 수행과는 거의 상관없는 시중의 가벼운 얘깃거리일 뿐이다. 외국의 경우도 자국 대통령의 노래자랑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버락 오바마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기막히게 잘 불러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수급 반열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에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외의 대통령들도 대부분 ‘국내용’이었을 뿐이다.

다만 해외에 나가 노래 솜씨를 뽐내는 정상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그랬고,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이 그랬다. 

고이즈미는 2006년 부시 대통령과 만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고 이어 프레슬리의 춤까지 흉내 냈었다. 사자 머리 등으로 이단아와 투사 이미지를 내보이던 고이즈미는 엘비스의 로큰롤 등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몸매 잘 빠진 엘비스가 유연하게 추던 춤을 빈약한 몸매의 아마추어 가수 고이즈미가 ‘필사적으로’ 추던 모습은 필자의 기준으로, 좀 안 돼 보이기는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던데.

지난해 11월 말에 타계한 장쩌민의 경우는 서양의 노래를 활용해 가며 죽의 장막으로 불리던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부드럽게 마사지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장쩌민의 유능제강(柔能制剛)

잘 알려진 대로 그는 톈안먼 사태 이후 10년간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탁월한 리더였다. 시장경제 도입을 반대하는 골수 공산주의자들을 설득해 가면서 덩샤오핑 정권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실험을 성공시켜 중국을 제조 강국으로 급부상시킨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장쩌민이 철저히 지켰던 원칙이 유능제강(柔能制剛). 항상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노래를 즐기고 수다를 떨며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켰다. 영시를 낭송하고 ‘러브 미 텐더’같은 올드 팝을 불렀다. 서방 언론은 그런 그를 2차대전 때 영국의 윈스턴 처칠 경을 떠올리게 한다고까지 극찬했었다.

장쩌민의 ‘공략’은 미국에서 그치지 않았다. ‘러브 미 텐더’에 이어 이탈리아 가곡인 ‘오 솔레 미오’까지도 원어로 불렀다고 한다. 영어야 그렇다 쳐도 그가 이탈리아어까지 배웠을까 싶다. 유럽 공략을 위해 열심히 이탈리아 노래도 익혔을 거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독일이나 영국 쪽 가곡까지 섭렵했을지 모른다.

장쩌민은 그렇게 미소와 노래로 서방세계를 차례차례로 무장해제 시켜가며 공산국가 중국에 자본주의 체제의 핵인 시장경제를 도입하는데 성공, 이제 세계가 두려워하는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 인물이다. 이제 막 미국 무대에 데뷔한 신인가수 윤이 벤치 마킹할 점이 많은 사람이다.

핵 협상 ‘진전’은 최대의 효과

정부는 이번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정보 등 다섯 개 분야의 한. 미간 협력을 고루 추진하겠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에서 그중에서도 안보 협력이 최우선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우리는 이번 워싱턴 선언의 이면에서 한미 정상 간에 핵 공유 또는 핵우산 확대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 그 성격상 공식 발표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감으로, ‘전보다는 다소 진전된 협력 체제가 약속되지 않았나, 또는 그런 여지를 남겨둔 약속 정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할 뿐이다.

그에 관해 대통령실은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이 NATO의 핵기획그룹(NPG) 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주장한다. 미의 핵 자산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계획, 공동 실행 과정에서 워싱턴 선언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 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는 일단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줄 만해 보인다. 북한이 청년학생 집회를 열고 한미 정상을 겨냥한 허수아비 화형식까지 벌이며 워싱턴 선언을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사실이 오히려 방미 성과에 믿음을 가게 한다.

윤석열-조 바이든 간의 만남도, 한미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단계를 밟아가며 견고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핵 문제도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의 안보를 확고히 보장하는 선까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란다.

‘K팝’과 함께 ‘윤 팝’의 건승을 응원한다.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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