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철광석價 내렸는데 전기료 때문에 분양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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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탄·철광석價 내렸는데 전기료 때문에 분양가 오른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1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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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철강사, 전기료 인상에 가격 인상 움직임
레미콘·건설사 "원자재價 하락했는데…명분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필수 건자재를 생산하는 시멘트·철강업체들이 전기료 부담을 명분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이들로부터 납품을 받는 레미콘·건설업계에선 유연탄, 철광석 등 원재료 값이 최근 하락한 가운데 전기요금만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요금을 현재 요금 수준 대비 5.3%(kWh당 8원↑) 올리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해당 방안은 한국전력,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논의를 거쳐 같은 날 그대로 발표됐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과거부터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선히 해소되지 못했다. 에너지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한전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며 전기료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이번 정부 조치를 내세워 여러 기업들이 가격 추가 인상을 꾀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멘트·제철업계에 속한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체 생산원가의 25%를 전기료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쌍용C&E(구 쌍용양회) 측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시 시멘트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으며, 제강사들은 최근 철근 기준가를 고시하는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폭 그대로 철근 기준가에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청약 시장은 술렁이는 눈치다. 시멘트, 철근 등 건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레미콘사, 운송사, 건설사 등 단계를 거쳐 최종 분양가가 큰폭으로 뛸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고분양가라는 무순된 현 상황 가운데 분양가가 또다시 인상된다면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내 집 마련 하나가 평생 소원인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며 "거래 절벽,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 악재에 분양가 추가 상승이라는 겹악재까지 생기면 청약 시장이 궤멸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연착륙을 바라는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커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시멘트·철강사로부터 자재를 납품받는 레미콘·건설사들의 반발이라는 변수가 있다. 레미콘·건설업계는 최근 유연탄,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대폭 하락한 부분을 들어 시멘트·철강사의 가격 인상 명분이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원재료 하락폭이 전기요금 인상폭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시멘트·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을 수차례 인상했다는 측면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산자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가격은 2022년 1월 톤당 138.12달러에서 그해 3월 343.73달러로, 같은 기간 호주산 유연탄(FOB 뉴캐슬) 가격은 139.28달러에서 288.15달러로 뛰었고,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이를 명분으로 지난해 2월과 11월 가격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제강사들도 석탄과 철광석 가격이 상승했다며 철근 고시가를 톤당 96만 원대에서 110만 원대까지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동북아시아 유연탄 값은 145.36달러(지난 12일 기준)로, 호주산 유연탄 값은 120.65달러로 고점 대비 절반 이상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제철용 원료탄(FOB) 가격도 지난해 5월 527.19달러에서 2023년 5월 15일 기준 236.75달러로 55.09% 하락했다. 또한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CFR)은 143.99달러에서 108.40달러로 24.72% 떨어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값이 올라 레미콘 가격이 뛰고, 철근 가격이 인상되면 건설업체들도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요즘 각 회사 재무수지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로 분양가 상한제도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에 원가가 오르면 분양가도 바로 올려서 책정하게끔 각 팀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한 발발이 예상되는 곳은 레미콘업계다. 원재료 가격을 올리려는 시멘트사와 제품 가격을 내리려는 건설사 사이에 낀 데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해 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다. 실제로 몇몇 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시멘트업계에 대한 여론전을 펼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만간 있을 한국시멘트협회의 유럽 출장을 '외유성'으로 규정해 국회와 시민사회를 향해 성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폴리시우스공장), 아일랜드(브리든 시멘트공장), 영국(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 등을 방문해 유럽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한 레미콘업체 임원은 "원자재 값, 인건비, 전기요금 올라서 힘들다는 시멘트업계 사람들이 유럽 출장길에 나설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외유성으로 여겨진다. 현지 공장이나 협회 잠깐 들르고 관광지, 맛집 돌지 않겠느냐. 국내외 경기 침체로 나라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유성 여부를 확인 후 외유성이 맞다면 즉각 비판에 나설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 측은 앞서 이번 해외 출장과 관련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유럽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방안을 살피고, 주요 실증 수단 중 하나인 순환자원 재활용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국내 시멘트산업의 당면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방안 마련 등 효율적인 ESG 경영으로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순환경제 시대 도래에 맞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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