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원1구역, 대토신 ‘입찰불복 의혹’에 사업 추진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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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원1구역, 대토신 ‘입찰불복 의혹’에 사업 추진 난항 예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1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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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4월 초 코리아신탁 선정 vs. (가칭)추진위, 4월 말 대한토지신탁 선정
"대토신, 탈락 후 일부 주민과 결탁해 예비신탁사 주장…경고공문 발송·법적 대응"
대토신 측 "추진위 단계서 불복 표현 가당찮아…정당하고 합법적 절차 밟고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남양주 퇴계원1구역 일대 전경 ⓒ 네이버 지도 거리뷰
경기 남양주 퇴계원1구역 일대 전경 ⓒ 네이버 지도 거리뷰

경기 남양주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기존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추진위)가 입찰을 거쳐 코리아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음에도, 입찰에서 탈락한 대한토지신탁이 '(가칭)재개발 추진위원회'(가칭 추진위)를 통해 예비신탁사 지위를 주장해서다. 사업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일대 주민들의 우려도 확대되고 있는 눈치다.

17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추진위는 지난 3월 예비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해 코리아신탁, 교보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4곳으로부터 참여의향서를 받았다. 이어 추진위는 지난 4월 1일 주민회의와 투표를 거쳐 입찰에 참여한 신탁업체 중 가장 낮은 금리와 수수료를 제시한 코리아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대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퇴계원1구역 재개발사업 앞에 걸림돌이 나타난 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고 2주 가량이 흐른 지난달 18일이다. 입찰 결과 3위에 해당하는 조건을 제시해 탈락한 대한토지신탁이 이날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가칭 추진위'로부터 예비신탁사로 선정돼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왼쪽은 대한토지신탁이 입찰 참여를 위해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에 보낸 공문. 오른쪽은 입찰 탈락 후 '(가칭)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 예비신탁사 선정과 관련해 보낸 공문 ⓒ 독자 제공
왼쪽은 대한토지신탁이 입찰 참여를 위해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에 보낸 공문. 오른쪽은 입찰 탈락 후 '(가칭)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 예비신탁사 선정과 관련해 보낸 공문 ⓒ 독자 제공

실제로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5일 복수의 언론에 '대한토지신탁, 퇴계원1구역 예비신탁사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의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완주한 준공 건수에서 가장 앞선 평가를 받았다. 예비신탁사 선정으로 퇴계원1구역 재개발 우선협상대상 지위를 획득했으며, 토지 등 소유자 전체 동의 절차를 거쳐 지정개발자(사업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내세웠다.

그러자 앞서 지난 4월 이미 코리아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한 추진위는 이튿날인 지난 16일 '퇴계원1구역 사업 진행사항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주민들에게 보내고 "최종적인 선택과 협의 과정을 거쳐 예비신탁사로 지정된 건 코리아신탁"이라고 맞섰다. 추진위는 '코리아신탁 수수료 37억5158만 원-대여금이자 5.02%, 대한토지신탁 수수료 40억6421만 원-5.96%'라는 신탁 조건 비교 통계까지 해당 자료에 첨부하면서 대한토지신탁과 '가칭 추진위'를 향해 강하게 반발했다.

추진위 측은 "대한토지신탁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한 예비신탁사 입찰에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소수의 주민을 대상으로 단독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후 신탁사로 선정됐다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대한토지신탁에 경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신탁 측은 추진위에 보낸 공문에서 "입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신탁사가 일부 토지 등 소유자들과 함께 구역 내 분란을 일으키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길 기원하며 당사도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토지신탁 측은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은 아직 추진위 단계에 있고 많은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 있다. 이 같은 추진위 단계에서 '불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향후에도 주민 동의와 소유자 의견 수렴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관련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5일 한국토지신탁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언론 보도(왼쪽), 지난 16일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오른쪽) ⓒ 시사오
지난 15일 한국토지신탁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언론 보도(왼쪽), 지난 16일 '퇴계원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오른쪽) ⓒ 시사오

양측의 공방 속에서 퇴계원1구역 일대 주민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신탁사 선정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번져 이전투구 양상을 보일 경우 이에 따른 모든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대한토지신탁이 2021년 사업시행사로 지정된 퇴계2구역 재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퇴계원1구역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퇴계원2구역에 제시한 수수료율이 퇴계원1구역 대비 높은 데다, 사업 대여금 이자율을 기존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변경하면서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실정이라는 이유에서다. 퇴계원1구역까지 손에 넣어 분쟁의 불씨를 아예 꺼버리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신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한토지신탁이 공모 절차를 거쳐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는데, 이런 기조가 과연 새 대표이사의 방침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취임 직후부터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게 결코 좋은 모양으로 비춰지진 않을 것"이라며 "군인공제회 자회사로서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공공성을 강조해야 할 대한토지신탁이 불공정하게 여겨질 수 있는 태도를 고수하는 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퇴계원1구역 재개발사업은 경기 남양주 퇴계원리 261-16번지 일원에 위치한 2만5152㎡ 부지에 최고 27층, 약 530세대 규모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일대 정비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도보권 내 퇴계원역과 초중고교가 있어 뛰어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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