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CJ라이브시티…CJ이엔엠, 묘수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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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CJ라이브시티…CJ이엔엠, 묘수가 안 보인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5.1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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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등판 필요성 대두…"구조조정 진행 중에 전면에 나설 가능성 적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CJ그룹이 짓고 있는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인 CJ라이브시티가 고물가·고금리 여파 속에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됐다. 모회사인 CJ ENM(씨제이이엔엠)도 최근 국내외 투자 실패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사업 불투명성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CJ라이브시티는 총 750억 원 규모 기업어음증권(CP)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기관은 주관사인 키움증권(인수 비율 73.33%), SK증권(26.67%) 등이다. 할인율은 4.30%로 책정됐으며, 상환기일은 오는 2024년 5월 17일이다. 이를 통해 CJ라이브시티는 할인금액을 제외하고 717억8383억 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자금의 사용 목적은 인건비, 금융비용 등 기업 운영이다.

CJ라이브시티가 장기 CP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11월 1000억 원 규모 CP를 발행했으며, 2022년 12월에도 1000억 원 규모 CP를 발행한 바 있다. 모회사(지분 90% 보유)인 CJ이엔엠의 지원도 이뤄졌다. CJ이앤엠은 위와 같이 CJ라이브시티가 발행한 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줬으며, 2023년 5월 4일 기준 1438억 원을 CJ라이브시티에게 빌려줬다.

연이은 자금 차입으로 CJ라이브시티의 재무구조는 엉망이 돼 버린 실정이다.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규모가 2021년 899억 원에서 2022년 2765억 원으로 207.56% 확대됐고, 같은 기간 원리금 부담 등 금융 비용 증가로 현금·현금성자산이 705억928만 원에서 115억2235만 원으로 축소됐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830.95%에 달했고, 지난해 말에는 급기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는 'CJ라이브시티 사업'(구 K-컬처밸리 사업)에 투입하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K팝 전문 돔 공연장인 아레나, K-콘텐츠 경험시설, 상업시설, 호텔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인 CJ라이브시티를 조성하기 위해 2015년 설립(구 케이밸리)된 업체다. 당초 CJ라이브시티 사업비는 1조4000억 원으로 추산됐으나 여러 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1조8000억 원대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최종적으로 2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CJ라이브시티의 아레나 현장은 최근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구 한화건설)과의 공사비 증액 문제로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한화의 2023년 1분기 보고서상 해당 현장의 공사 진행률은 지난 3월 말 기준 35.40%에 불과하다. 오는 하반기 중 공사가 재개된다고 해도 준공은 기존 예정일(오는 2024년 6월 30일)보다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만큼 CJ라이브시티의 자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씨제이 라이브시티 케이 팝 돔 공연장 아레나 투시도 ⓒ 제공=한화 건설부문
씨제이 라이브시티 케이 팝 돔 공연장 아레나 투시도 ⓒ 제공=한화 건설부문

문제는 CJ라이브시티의 자금 조달 창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장기 CP 지급보증을 서주고, 자금을 지원해준 모회사인 CJ이엔엠의 재무건전성이 국내외 투자 실패로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CJ라이브시티의 이번 CP 발행에 대한 신평 보고서에서 "CJ이엔앰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2021년 말 0.7조 원에서 2022년 말 2.3조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또한 지분법 손실, 영업권 손상차손 등 영업외비용으로 인해 연결기준 176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자기자본이 감소함에 따라 2022년 말 부채비율은 137.8%로 상승했다"며 "향후 영업현금창출 수준과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실질적 성과와 재무부담 축소 정도가 신용도 측면의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CJ라이브시티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 국내 부동산 PF 시장 돈맥경화, 증권사·보험사의 채권 리스크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 조짐, 그리고 CJ이엔엠의 유동성 악화 등을 감안했을 때 CJ라이브시티가 계획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진 미지수로 보인다. 불투명성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계 일각에선 CJ그룹 오너일가가 직접 나서서 CJ라이브시티와 CJ이엔엠이 직면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CJ라이브시티 사업을 주도한 이미경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에도 CJ라이브시티 내 상업시설 콘셉트와, F&B 구성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J라이브시티 사업 문제로 CJ이엔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도 2020년 29억7600만 원, 2021년 48억8500만 원, 2022년 40억8100만 원 등 보수(급여+상여)를 CJ이엔엠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 여당과의 껄쩍지근한 관계를 정리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본인이 이끄는 CJ이엔엠의 국내 사정도 돌봐야 하지 않나 싶다. 이 부회장은 CJ그룹 문화사업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가 본격 등판하는 것만으로도 어수선한 CJ이엔엠에서 내부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어도 CJ라이브시티 문제를 풀기 위해 전면에 나설 공산은 극히 적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CJ이엔엠과 CJ라이브시티가 최근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인적 구조조정에 착수한 가운데, 오너일가가 굳이 해결사 역할을 하겠느냐는 회의론이 그 근거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CJ이엔엠의 정규직 직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수는 지난해 말 3440명에서 올해 3월 말 3271명으로 줄었다. 또한 같은 기간 국민연금공단 자료 기준 CJ라이브시티의 직원 수는 180명에서 165명으로 감원됐으며, 지난 1~4월에만 60명의 직원이 퇴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판이 필요하나)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창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오너일가가 등판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자진해서 위기관리 시험대에 오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진입한 뒤에 이름을 슬쩍 올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사진 왼쪽 붉은색 원으로 표시) ⓒ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사진 왼쪽 붉은색 원으로 표시) ⓒ 연합뉴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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