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사퇴 뒤에 숨겨진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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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사퇴 뒤에 숨겨진 노림수는?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11.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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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및 노무현 지지세력 결집 촉구 분석 ´눈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6선의 중진의원이다. 그는 70~80년대 학생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고, 민청학련 사건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1987년 11월 평화민주당에 입당 이후 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선됐으며, 1988년 당시 5공 청문회를 주관한 청문회스타의 한 사람이다.

13대 총선 이후 내리 5선을 달성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국민의 정부 시절 서울특별시 부시장과 38대 교육부 장관을 거쳤다. 이어 참여정부 당시 실세형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지난 4.11일 총선에선 세종특별자치시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었으며 2012년 6월 9일에 민주통합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친노세력의 좌장으로 비노 세력의 대표주자인 김한길 후보를 0.5% 차이로 누르고 민주통합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처럼 야권 내에서 이해찬 전 대표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야권단일화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안철수 후보가 요구한 정치쇄신을 위해 제1야당 대표직을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정치권에선 그의 결단을 야권단일화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30여 년 가까운 그의 정치경력을 볼 때 친노세력의 결집을 노린 고도의 정치술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23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해찬, 단일화를 위한 통 큰 결단

그동안 안철수 후보가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요구조건으로 내세운 바람에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 이로 인해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등 최고위원 전원이 전격 총사퇴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총사퇴 방침을 밝힌 뒤 "정권교체와 창조적 혁신을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며 "많은 분들이 부당함을 지적하며 말렸지만, 정권교체는 너무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들이 오늘 사퇴를 결심하는 이유는 정권교체와 단일화가 그만큼 절박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7월 29일 친노 신당 논의에 대해 "섣불리 금방 결론내지 말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그렇게(각개약진) 하다가 이렇게 쫄딱 망했다. (민주세력이) 다시 집권하려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특히 야권 연대의 필요성과 관련, "각자의 힘은 얼마 안된다"며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뉴시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도 이해찬 대표의 사퇴에 대해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단일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것이 이해찬 대표의 그동안의 입장이었다"며 “(이해찬 대표의 사퇴는) 단일화 중단 사태를 보고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 캠프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그다음에 지도부 사퇴에 대한 것을 꾸준히 제기해왔다"며 "그 부분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고 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만 중단된 물꼬를 트기 위해 (사퇴)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해찬 대표의 사퇴결단은 야권의 지상과제인 정권교체를 실현코자 지지부진한 야권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란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노회한 이해찬의 정치적 노림수일 뿐

이해찬 전 대표는 야권 최고의 기획전문가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정권과 참여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다. 이런 정치고수인 이해찬 전 대표가 사퇴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숨겨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이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김근식 수석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사퇴와 관련 “이해찬 대표의 독설, 친노 세력 결집의 노림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해찬 전 대표는 어제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친노(親盧)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운동의 사선을 넘었다. 민주당을 구태 정당으로 지목하고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다'며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만약 개인의 권력욕과 유불리를 따져서 단일화를 질질 끌거나 결렬시킨다면, 결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를 압박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에는 커다란 노림수가 있다는 게 새누리당 측 입장이다.

현재 후보사퇴협상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이해찬 전 대표가 ‘친노’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은 민주당 지지세력, 특히 친노세력의 결집을 격발시키려 했다는 일각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선대위 인사는 “이해찬 전 대표의 사퇴는 단일화 협상을 위해 ‘친노 색깔’을 인위적으로 빼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 측이 인적 쇄신을 주장하며 단일화 협상을 미루자, 잠시 자기를 비롯한 친노세력이 뒤로 물러난 모양새로 단일화협상을 진행하고자 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 사퇴 이후, 곧바로 문·안 후보의 TV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냐”면서 “노회한 정치인인 이 전 대표의 노림수에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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