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비상구의 딜레마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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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비상구의 딜레마 [특별기고]
  • 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 승인 2023.06.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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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비상구, 비상사태 시 누구나 열 수 있도록 돼있어
점프시트 없는 경우 ‘비상구 관리 매뉴얼’ 마련해 따라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승객이 어떻게 착륙 중인 항공기의 비상구를 열 수 있나요?”

로이터통신 기자가 필자에게 물어온 질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A321 항공기에서 승객이 의도적으로 비상구를 개방한 사건을 두고 나온 말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승객에 의한 비상구 개방 시도 사건은 수차례 있었다. 비상구가 개방됐던 대부분의 경우는 항공기가 지상 이동 중이었기에 가능했다. 보통 고도 3만 피트로 비행 중인 항공기는 기내에서 비상구를 열 수 없다. 기내와 외부 압력의 차이 때문이다.

다만 항공기 비상구는 누구나 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비상구 열 좌석 승객에 의해 벌어졌다.

심지어 객실승무원은 비상구 열 승객에게 비상구를 여는 법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항공사는 비상구 열 좌석승객에게 비상사태 발생 시 승무원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긴다. 이번 사고 항공기처럼 비상구에 객실승무원이 없을 경우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사고에서 승객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90초인 만큼, 비상구는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사건과 연결짓자면, 항공기 비상구의 딜레마인 셈이다.

이번 비상구 개방 사건은 항공기 구조상 객실승무원이 상주하는 점프 시트가 없는 비상구에서 발생했다. 객실 승무원의 승객 감시는 불가능했던 상황이다.

결국 항공사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확보했어야 하고, 객실승무원에게 특별한 교육과 임무를 줬어야 한다. 객실승무원이 없는 비상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여기에 맞는 안전보안 매뉴얼과 교육훈련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객실승무원들의 안전훈련은 일 년에 하루 8시간, 그중에서 항공보안 훈련은 고작 3시간 책정돼 있다. 승객의 비상구 개방은 항공보안 사항에 해당된다. 부족한 보안 훈련은 미숙함을 부르고, 자칫 참사나 테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어떤 항공기든 비상구 열 좌석이 있다. 비상구 열 좌석이란 승객이 비상구에 어떠한 장애물 없이 바로 접근이 가능한 좌석을 말한다. 빠른 비상탈출을 위해 승객에게 제공되는 비상구 열 좌석이, 그저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비상구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성현 교수

-(전)대한항공 객실 안전팀장
-(전)대한항공 수석 사무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처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대학 초대학장

-(현)항공운항서비스학과 학과장
-(현)한국항공보안학회 학술이사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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