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헷갈리는 국민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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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헷갈리는 국민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6.0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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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북한 땅? 국민들 헷갈린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만세!“
”보수, 진보가 아닌 국가 존립의 문제“
”적(敵) 개념만큼은 확실히 해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주목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5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칼럼의 제목에 차용한 ‘총체적 난국(總體的 亂局)’이란 말은 별로 바람직한 표현은 못 된다. 사전적 정의는 ‘어떤 상황이 꽉 막히거나 답이 없을 때, 또는 모든 방면이 문제로 인해 개판이 되어 있을 때’로 돼 있다. 지난 1990년대 경제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부터 쓰이기 시작하다가 너무 자극적 내지 절망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후 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 굳이 칼럼 제목으로 끌어온 것은 지금의 우리 상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져서다. <편집자주>

북한은 지난달 3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실패하자 곧이어 또 발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한 정당의 전 대표와 노조 관계자들이 김정은에게 충성 맹세했다는 수사 결과가 발표됐었다.

나라빚은 지난해에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고 무역 환경은 날로 악화, 경제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중이다. 정부와 국회는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사법부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나라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 상태다. 헷갈리는 국민들이 생업에 전념할 분위기가 못 된다.

여기가 북한 땅?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아름찬 투쟁의 역사 조선노동당 만세! 김일성·김정일 주의화 실현 투쟁 만세!” “대를 이어 충성하자” “수령님과 장군님의 사상과 업적을 빛나게 계승하여 이남 사회에 김일성·김정일 주의화 위업을 빛나게 실현함으로써 이 땅 위에 꿈에도 그리던 조국 통일을 이룩하는데 한 몸 바쳐 투쟁할 것을 결의합니다” “백두에서 개척된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뇌부를 결사옹위로 정의롭고 아름찬 역사를 계승하고, 경애하는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대를 이어 바쳐가자” “김정은 동지의 손을 잡고 태양조선, 백두산 민족의 기백으로, 선군의 총열에 붉은 기 묶고, 앞세워, 억척같이 어깨 걸고 한발 한발 진군 또 진군해 나갈 것입니다.”

검찰이 올해 들어 민주노총 관계자와 진보당 전 대표 등의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 중 일부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북한에 전달한 5개의 충성 맹세문 일부가 적시됐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번에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가장 많은 지령문과 보고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몇 해 전에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곤 했다. 요즘 ”여기가 북한 땅이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생겼다. 남북 관계가 좋아진 건지, 우리 체제에 변화가 생긴 건지, 아니면 남북이 합치기로 합의라도 한 건지 많은 이들이 헷갈리고 있다. 간첩단이 줄줄이 드러나고, 종북세력의 이적행위가 지속되고, 북한은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는 그런 와중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한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북은 우리를 분명히 ‘적’ 또는 그 이상으로 공공연히 표현하고 있으나 북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많은 국민이 세뇌됐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에 관한 개념을 확실히 정의해야 한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국가의 존립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흐릿한 상태로 방치해둘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주적(主敵)은 일반 사회보다는 군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이념, 그리고 주권에 대해서 위협을 가할 의도와 능력을 갖춘 개인 또는 단체를 의미한다. 주적 개념이 처음 국방백서에 등재된 것은 1995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였다.

한동안 국군은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북한 정권과 북한군만을 적으로 규정했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대한민국 국방부는 특정 주적 개념을 빼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계속 이어졌고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다시 북한 정권과 북한군만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여전히 구분이 잘 안된다. 지난 몇 년간의 ‘학습효과’, 그리고 종북세력과 친북세력이 여전히 적에 관한 개념을 헷갈리게 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반복적으로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핵을 사용해도 설마 우리를 향해서일까?“
적지 않은 국민의 속생각일 거다. 북에 의해서든, 또는 우리 안의 종북세력에 의해서든 좌우지간 누구에 의해서든 세뇌된 결과다.

북한이 행동에 옮기든 옮기지 않든 간에 북이 일단 우리를 적으로 공언했으니, 우리로서는 그에 합당한 자세와 대응을 하는 게 올바른 국가의 자세다. 윤 정부도 그 점에서, 대국민 홍보라든지 교육 면에서 미흡했다. 거듭 말하지만, 간첩단이나 종북세력을 제외하고, 보수 진보 진영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총력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힘들고 반대가 많겠지만 구닥다리 반공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총체적 난국’이 호들갑?

감사원이 지난달 31일 국회에 보고한 ‘2022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검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1033조4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1%로 전년의 45.3%에 비해 2.8% 포인트가 늘었다.

재정준칙(財政準則)은 국가채무, 재정적자 등 국가 재정의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말한다. 정부가 마구잡이로 돈을 쓰는 걸 막는 장치로, 세계 90여 개국이 재정준칙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2년여 끌어오며 시행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와중에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유럽의 재정준칙 현황을 살핀다며 지난 4월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엉뚱하게 우리보다도 재정 상태가 더 나쁜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 바르셀로나 등지를 둘러보고 와서 지난달 말 출장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들의 출장 보고서 내용을 보면 차라리 내지 않는 게 더 나을 뻔했던 ‘맹탕 보고서’. 바르셀로나를 둘러보고 이어 엉뚱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서 우리의 재정준칙 도입 여부에 대해 ‘여쭤보고’….

이런 판에 시민 단체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들에게 특권·특혜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문서를 보냈더니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은 7명뿐이었고 “우리가 무슨 특권을 누리고 있냐”라고 반발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현행 의회제도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김남국 의원의 일탈행위와 그 문제를 처리하는 민주당의 방식이 여야를 떠나 국회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운동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특권 내려놓기를 거부하다가 더 큰 화를 당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의 비리 문제, 처리를 질질 끌며 초점이 흐려지는 국가의 진행 방향 등을 보면서,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과연 현재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정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9월의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을 앞두고 사법부 흑역사가 끝나야 한다는 여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도층의 타락과 일탈에서 빚어진 국가의 ‘총체적 난국’으로 진단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주목한다

결국 모든 책임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지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입법부 행정부가 분리 독립된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형태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이 돌아간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난국 타개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대북 문제, 질질 끌어온 정치인들의 비리 처리 방향, 3대 개혁 및 입법부 및 사법부와의 관계 정상화 등에 관한 포괄적 해법을 제시해 주고 확실하게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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