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산업화 시대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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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주산업화 시대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6.03 10: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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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위성 실은 누리호 쾌거
민간 주도 우주 산업화 첫 발
고도 산업화 단계로 도약해야
미래 먹거리 창출로 이어지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첫 실전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의 꿈'에 한걸음 성큼 다가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 강국 주요 7개국(G7)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밝혔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누리호는 실용급 위성 8기를 싣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들 위성은 남극 세종기지와 비콘신호를 교신함으로써 궤도 진입을 확인했다. 위성들의 기능은 앞으로 수년간 안보, 기상 등 분야에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3차 발사 성공은 실제 쓸 수 있는 위성이 처음으로 우리 발사체에 탑재돼 우주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는 의미다. 누리호가 명실상부한 ‘우주 화물선’의 가능성을 대내외에 보여준 것이다.

우주강국의 큰 이정표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의 전 과정을 우리의 독자 기술로 진행하는 한국형발사체(KSLV) 계획이 시작된 지 13년 만에 거둔 쾌거다.

누리호는 사상 처음으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550㎞ 목표 고도에 안착시켰다. 한국은 독자 개발한 발사체로 자국 땅에서 자체 제작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주 강국으로 가는 길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누리호 발사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주변 육상과 해상, 공중에 안전 통제가 이뤄지는 가운데 긴박하게 이뤄졌다.  

고도 550㎞에서 초속 7.6㎞로 비행하며 위성을 차례로 내보냈다. 위성들이 나가는 간격이 20초밖에 안 돼 위성끼리 혹은 위성과 발사체가 충돌할 위험이 있었지만, 치밀한 자세 제어를 통해 극복했다.

누리호 기술진을 비롯한 전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누리호는 1단과 2단 분리, 페어링 분리를 거쳐 목표 고도에 도달했고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들을 차례로 분리해 내며 국민 염원에 부응했다.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31년 만의 쾌거

우주산업화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1992년 초보적 과학위성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31년 만에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획을 그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우주산업의 주체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번 발사에 쓰인 위성들은 모두 진짜 위성이다. 위성 2호는 주야간 악천후에도 지상 관측이 가능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나머지 큐브 위성들도 우주방사선 관측 같은 작업을 우주에서 수행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하자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연구진과 기술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의 우주경제시대를 위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5대 장기개발과제에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이란 담대한 목표도 담겨 있다.

전체 참여 민간 기업 300여 곳

더 큰 의미는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작, 시험평가, 발사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 8기의 위성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등 한국인의 손으로 제작됐다. 전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기업 수는 300여 곳에 이른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반복 발사를 통한 발사체 신뢰성을 높였고, 민간 우주 시대를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한 것은 민간으로 기술 이전 촉진 등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많은 민간 기업이 누리호 제작에 참여했지만 발사 과정까지 함께한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이다. 이번 발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했지만 2025년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부터 발사까지 총괄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차 발사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하던 역할을 다음 4차 발사부터 온전히 넘겨받기 위한 과정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쌓아온 발사체 기술과 노하우가 민간기업에 이전되고 6차까지 반복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안정성이 확인되면 민간 중심의 발사체 산업 육성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공에서 민간으로

누리호의 실전 역량과 신뢰성이 입증됨에 따라 우주 개발 속도와 상업발사 일정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에 ‘한국형 나사(NASA)’로 불리는 한국항공우주청(KASA)을 세워 한국형발사체의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과는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우주동맹’에 시동을 걸기로 약속했다. 군사용 정찰위성 등을 자력으로 쏠 수 있게 돼 안보역량 제고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2045년엔 2020년 1%이던 세계 우주산업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 첫걸음이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다.

정부가 이번 3차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민간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시키기로 한 것도 우주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주기술개발과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래 먹거리산업

우주는 신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미 반도체 시장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이번 누리호의 성공을 발판 삼아 우주산업이 반도체, 배터리처럼 또 하나의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산업이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주 개발은 방송·통신 산업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치는 만큼 세계 각국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우주를 주목하고 있다. 2020년 3850억 달러(약 480조 원)였던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 2조7000억 달러(약 3360조 원)라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우주 개발의 산업적 측면

우주 개발은 4차 산업혁명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준다. 우리는 더 분발해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향상하고, 반복적인 발사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한다.

강대국이 자존심을 걸고 나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성장을 이끈다. 300여개 민간기업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우주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누리호 모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리호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위성을 비싼 값을 치르며 해외 발사체에 실어 보내지 않아도 된다. 우주산업에 본격 진출할 길도 열렸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비롯한 인프라와 관련 제도를 속도감 있게 뒷받침하기 바란다.

항공우주산업은 부가가치율이 50%에 육박해 다른 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미중이 앞서 나가는 우주 개발 경쟁에 일본, 유럽연합(EU)이 뛰어든 이유다.

이번에 큰 획을 그었지만, 우리로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선두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크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7년까지 모두 3차례의 반복 발사를 통해 한국형발사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야당 적극 협조 있어야

정부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우주개발에 매진해 온 연구진의 처우를 높이고 우주개발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등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진입 환경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지난달 제출한 우주항공법 특별법이 통과돼 올해 안에 개정할 수 있도록 야당이 적극 협조하기를 바란다.

지난해 말 국가우주위원회는 중장기 계획인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핵심 목표는 2045년까지 유인 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민간 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계획도 담겨 있다.

우주 산업화의 큰 그림은 이미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발표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에서 제시됐다. 5년 내 독자 발사체 엔진 개발, 2045년 화성 무인 탐사기 착륙 등이 우주 경제 강국 실현을 위한 당면 과제들이다. 하지만 ‘한국형 나사’로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은 여야의 정쟁으로 표류하고 있고 민간 소형 발사체 발사장 구축 사업은 2년째 환경 규제에 가로막혀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에 미래를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한, 오직 과학적 판단에 근거한 기본 계획과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수백억 원씩 내고 외국의 로켓에 싣던 우리 위성들을 자체 능력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되고, 언젠가 다른 나라 위성도 돈을 받고 대신 쏴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우주를 선점한 나라들을 따라잡으려면 로드맵만으로는 부족하다. ‘5대 우주 강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고 기업들이 맘껏 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가 무한한 우주에 미래를 쏘아 올릴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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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2023-06-04 21:16:58
많이 배웁니다.언론인의 기본을 항상 유지하여 주시어 더욱 감명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