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학습지 업계①> 학습지 교사의 죽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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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학습지 업계①> 학습지 교사의 죽음…왜?
  • 방글 기자
  • 승인 2013.02.0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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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업계에 무슨 일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학습지 업계가 교사를 영업 일선으로 내몰아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서비스업임에도 교사를 영업 직원으로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학습지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교사들의 자살까지 이어져 영업 압박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사 측은 숨기려고만 하고 있어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2004년 4월 구몬학습 동울산지국에서 근무하던 이정연(28) 교사가 스트레스로 인한 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했다. 동료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정연 교사는 사망 당시까지도 과중한 업무와 실적을 강요하는 회사에 시달려왔다.

당시 200명에 달하는 허위 회원의 회비 대납을 위해 빌린 카드빚도 알려져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상당했다.
 
그로부터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5년 3월, 서울 금천지국에서 근무하던 재능교육의 서모(24)교사가 자신의 집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서 교사는 재능교육에서 두 달간 학습지 교사로 일했고, 회사로부터 ‘휴회 회원 홀딩’과 회비 대납 등의 부당영업을 강요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직 시 위약금 30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심리적 압박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학습지 업계 1위 대교 울산중부의 교육팀장과 아산지점장 등 2명의 자살이 이어졌다.

경찰과 사 측은 ‘개인적인 일’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주변인들은 회사의 휴회 홀딩과 허위입회 강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대교 측은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교사들의 자살은 경찰 조사 결과 개인 문제로 판명났다”고 해명했다. 

▲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가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렇게 학습지 교사들을 옥죄는 사 측의 영업 행태는 크게 △가라 회원 (허위입회)△휴회 회원 홀딩 △회비 자동충당제 등 3가지로 압축된다.

가라회원 입회는 존재하지 않는 회원을 신규 회원으로 등록해 허위 회원에 대한 회비를 학습지 교사가 직접 충당하는 것을 말하고, 휴회 회원 홀딩은 학습 중단 회원에 대해 교사가 서류처리를 못하도록 해 발생하는 회비를 떠넘기는 것을 일컫는다. 회비 자동충당제는 장기체납, 회원의 무단 이주 등의 이유를 교사의 부주의로 보고 교사의 수당에서 빼가는 것을 의미한다.

방문 학습지 열풍이 한 물 지나갔지만, 회원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몇몇 학습지 교사들은 “학습지 업계는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성장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학습지 교사들이 마시는 물까지 회사가 강요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교의 계열사 대교홀딩스(대표이사 강영중)는 ‘강원심층수’에 58%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어 1대 주주다.

이로 인해 학습지 교사들은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강원심층수’ 먹기를 강요할 뿐 아니라 영업까지 시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학습지 업계의 상위 4개 업체는 한국의 5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했다. 학습지 업계 1위 대교는 6명의 한국공문수학연구회에서 출발해 34년 만에 연매출 8185억(2011년 기준)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대교는 ‘바우처 미수금’ 명목의 부당금까지 교사들에게 징수했다. 바우처 지원금은 정부가 회원에 지급하는 것으로 교사들과 상관이 없음에도 회수가 안 됐다고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난숙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비대위원장은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회사로부터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강종숙 위원장도 “학습지 업체는 현금장사에 미수채권(악성채권)도 없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이 바로 이런 것”이라며 “그들은 부자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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