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사외이사 ‘자기추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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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지주, 사외이사 ‘자기추천’ 논란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3.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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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대, '자문단 일원 후보 추천' 공정성 흠집 주장
지난해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지주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권력기관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KB금융지주가 또다시 사외이사 인선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위해 구성한 사외이사후보인선자문단(이하 자문단) 소속 인사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는 것.

한 시민단체가 제기한 이번 논란은 은행연합회가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한 ‘모범규준’이 시행된 이후라 그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 KB금융지주가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식 장면.     © 뉴시스

◇ 후보 추천 자문단 인사, 후보로 추천

 
경제개혁연대는 오는 26일 열리는 KB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의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개혁연대는 이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된 경위 등에 대해 해명하라며 KB금융지주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월10일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산하에 자문단을 처음으로 구성했다.

자문단은 15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3월초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과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영남 사외이사 후보가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 등과 함께 5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3인 중 한 명인 이영남 대표가 5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일원”이라며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사외이사 후보군을 물색하기 위해 자문단을 구성한 것이 사외이사들의 권력기관화라는 비판과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자문단 스스로가 자문단 일원을 추천함으로서 자문단 구성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고 주장했다.
 
◇ KB금융지주는 “난! 모르오” 
 
▲ KB금융지주 강정원 대표이사 부회장     ©뉴시스
개혁연대의 말대로 KB금융지주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은 이해가 안가는 구석이 많다. KB금융지주가 사추위를 구성한 목적이 현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 전달을 차단하고, 사외이사들이 자기를 추천하거나 동료를 추천하는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이러한 취지가 이번 이영남대표의 추천으로 한방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KB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는 KB금융지주가 여성 벤처기업 CEO로서의 경력을 높이 평가해 이영남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표이사 및 지배주주로 있는 이지디지털은 2003년 이후 작년까지 7년 동안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 대표의 CEO로서의 능력에도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디지털은 지난 1988년 설립된 회사로 컨트롤러, 오슬로스코프 등 계측장비 전문업체로 지난해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울러 이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KB금융이 이 회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토록 하는 암묵적 압력으로 작용, 심각한 지배구조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영남 후보자에게 여러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이지디지털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님이 다른 언론과 이 문제에 관해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 사외이사 보수 KB금융지주가 1위
 
KB금융지주가 4개 은행지주사 중 사외이사들에게 가장 많은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돼 또 다른 잡음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지난해 사외이사 9명에게 지급한 보수는 총 5억73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 6370만원으로 한 달 평균 이사 한 사람당 530만원을 보수로 지급한 셈이다.

사외이사의 지명도와 연륜을 높이 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사외이사의 업무상 특성을 볼 때 지나친 급여 지급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KB금융지주 다음으로는 신한금융지주가 13명에게 6억1800만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4800만원꼴로 보수가 나갔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4200만원, 4097만원으로 KB금융에 비해 40%가량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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