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대구 경북 X닦아주는 데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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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대구 경북 X닦아주는 데냐˝… ‘부글부글’
  • 부산=정세운 기자
  • 승인 2014.02.0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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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 르포-부산③>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민심 달래기엔 역부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부산, 정세운 기자)

1월 29일 오후 부산역에 내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부산에 본사를 둔 A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정 모 씨.

필자는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인사들과의 인터뷰인 <민주산악회 되짚기>를 연재하면서, 2~3년 전부터 부산을 들락거렸다. 정 모 씨는 그러다 알게 된 사이다.

“설 민심 취재차 왔재. 내가 정치 전문가 하나 섭외해 놨다. 거기로 가재이.”

정 씨는 부산 서구에 위치한 한 횟집으로 향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임 모 씨(남, 67세) 와 부산민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대화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각종 국책사업 제외, 민심 ‘화약고’

-부산민심은 어떤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안 됐지, 부산저축은행 때문에 서민만 피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해양수산부는 세종시로 갔다. 실업자는 넘쳐난다. 한마디로 화약고다.”

-그래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부산은 더 이상 새누리당의 텃밭이 아니다. 민심은 요동치는데 잡아 줄 선장(정치인)이 없다.”

부산은 야도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던 곳이다. 그러다 1990년 3당합당 후 여도로 변했다. 20여 년간 새누리당에게 끊임없는 지지를 보냈다.

변화가 보인 시기는 2010년 지방선거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44.6%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의 아성을 뒤흔들었다.

2012년 총선에선 문재인 문성길 김정길 등이 나서며 ‘낙동강 벨트’를 만들어 태풍의 눈이 됐다. 하지만 문재인을 제외한 두 명은 낙선했다. 결국 민주당의 부산도전은 미풍에 그쳤다.

-YS가 같은 지도자가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 YS가 부산에서 깃발을 꽂고 ‘날 따르라’했을 땐 호응이 높았다. 대의명분이 분명했다. 곱상하게 생긴 정치인이 무시무시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울 땐 모두 뒤에서 박수를 쳤다. 김무성 안철수 문재인 등이 부산의 내로라하는 정치인이지만 화약고가 돼 버린 부산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계속 새누리당만 당선된다.

“3당 합당 후 우리는 무조건 새누리당만 찍었다. 결과는 각종 국책사업에서 제외되고,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YS 정권 때 대구 경북(TK)은 사사건건 발목만 잡았다. 선거 때 무소속이나 김종필이 만든 자민련을 지지했다. 근데 부산은 TK 정권하에서 변변치 못한 대접을 받는데도 계속 지지만 한다. 오죽하면 내가 친구들과 만나면 ‘부산은 대구 경북 X닦아주는 짓만 한다’고 한탄한다. 그래도 민주당을 찍을 수 없어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거다.”

-김무성 안철수 문재인 등 차기 대권주자는 즐비하다.

“웃기는 소리다. 김무성은 청와대 눈치나 보고 있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 때 경남고 선배인 YS를 한 번 찾아가지 않았다. 호남 눈치보느라고 그런거지. 그 사람이 무슨 부산인가. 호남 사람이지. 안철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너무 약하다.”

임 씨는 “부산까지 내려 왔으니 젊은 사람 목소리 좀 듣고 가라”고 권했다.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는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화약고가 돼 버린 부산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란 말이 돈다. 사진은 1월 19일 부산 영도에서 연탄 나눔 봉사하는 김무성 의원.ⓒ뉴시스

“서병수, 잘 모릅니더. 관심 없어예”

필자는 택시를 잡아타고 부산 사하로 가자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이 유력한 서병수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택시기사에 물었다.

“누구예? ‘서병수’예? 이번에 부산시장 나온다 카대예. 근데 부산사람들 서병수 잘 모릅니더. 그냥 박근혜 대통령과 친하다는 정도만 알까. 그리고 요즘 누가 정치 얘기합니까. 먹고 살기 힘든데. 젊은 사람 만나보이소. 다 실업잡니데이. 암튼 정치에 관심 없습니더.”

택시기사나 횟집 주인인 임 씨 얘기를 종합해보면 부산은 더 이상 새누리당의 텃밭은 아닌 듯싶다.

29일자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6·4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범 야권인사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하에 위치한 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젊은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모 씨(여, 29세)는 “부산 국회의원은 대부분 새누리당이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이다. 그런데 지지해서 남은 게 뭐냐. 살기는 힘들어졌고, 청년 실업자는 넘쳐난다.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행 기차를 타기 전, 영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 모 씨(남, 35세)는 부산민심을 이렇게 말했다.

“부산 사람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좋아한다. 다만 대구 경북에 비해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살기 힘들어졌는데도 계속 새누리당만 믿고 지지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갈아치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건 사실이다.”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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