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세월을 헤쳐온 도전과 사랑, 희생의 인생사
격동의 세월을 헤쳐온 도전과 사랑, 희생의 인생사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8.04.1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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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자서전 '동행' 출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최근 남편과의 파란만장했던 고난과 역경의 인생사를 정리한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펴냈다.

이희호 여사의 ‘동행’은 1922년 9월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태어나 자란 유년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올해 9월 노벨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노르웨이에 다녀온 근황까지 86년의 삶을 담았다.

1992년 펴낸 수필집 ‘나의 사랑 나의 조국’과 서간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1998년)에 이어 10년 만에 펴낸 이 여사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이 여사가 1962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결혼 이후 지난 1997년 김전 대통령이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기 까지 함께한 인고의 세월이 녹아 있다.

온갖 고초를 겪었던 남편을 곁에서 지켜보며 '조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남편의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기도 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지팡이를 짚고 무거운 걸음을 떼는 남편의 뒷모습이 결혼 생활 중 만난 가장 고독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한다.

특히 이 여사는 네 차례 대선에 대한 소회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1971년 95만표 차이로 패했던 첫 대선 도전에 대해선 '전쟁에서 이기고 전투에서 진 선거,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진 선거'라고 평하며 너무나 아쉽고 억울했다고 말한다.

1987년 두 번째 대선에서 패배하고 나서는 투표 사흘 전 보라매공원에 250만명의 군중이 운집한 데 흥분한 것이 독이 되었다고 회고하며 투표 이틀 전 후보 단일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데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은 느낌이라고 토로한다.

1992년 세번째 대선에 대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보았으며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대선에 실패한 뒤 정계은퇴를 하겠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데 "눈물이 주르륵 종이 위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기전 재야정치인 계훈제 씨와 한때 부부의 연을 맺을 생각을 했던 얘기도 책에 풀어 놓았다. 부산 피란 시절 계씨가 추구하는 꿈에 끌려 굳이 남녀 간 사랑이 아니더라도 동지적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폐결핵에 걸렸고 고민하다 결국 미국 유학을 결정했지만 죄책감은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1982년 허화평씨 주선으로 남편 석방을 요청하러 전두환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장면도 소개했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은) 사형시키려 한 '수괴'의 안사람을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 일상적으로 대했다.

때로는 바지 자락을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분"이라고 전했다.

또 친일 논란이 일었던 김활란 박사에 대해 "손쉽게 단죄하기에는 우리 역사의 굴레가 너무 무겁다. 그가 정작 친일파였다면 일본어에 서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동행’에는 이러한 격동의 세월을 헤쳐나온 이 여사의 도전과 사랑, 희생의 삶이 생생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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