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재벌’ 위주 정책 고용구조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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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재벌’ 위주 정책 고용구조 ‘악화’
  • 윤동관 기자
  • 승인 2010.04.2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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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각종 감면 혜택 불구 고용확대 ‘뒷전’
‘친재벌’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고용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매출 순위 30대 기업들이 늘린 고용 인원은 2696명인 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은 해마다 꾸준한 고용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정부의 대기업 규제 완화 정책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정부의 친재벌 위주의 정책이 고용구조를 악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이명박(MB) 정부 들어 대기업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과 출자총액제한제폐지 등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고용확대를 주문했지만 성과는 사실상 거의 전무한 실
정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비해 평균 30~40%가량 치솟았던 원· 달러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대기업의 수입제품을 비싸게 사주는 국민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마치 엄청난 투자를 벌이고, 대대적인 고용을 할 것처럼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고용인원 0.6%는 지난해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신규 채용을 확대 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비춰 보면 초라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감세와 규제 완화 혜택을 얻어내며 이익을 크게 늘렸으면서도, 정작 고용 확대는 뒷전이었다.

대기업 규제 완화 정책 원점서 재검토 목소리

문제는 현 정부의 ‘친재벌’ 위주의 정책으로는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를 핵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고용구조와 경제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는 2000년대 내내 지속돼온 부동산 거품으로 부동산 가격은 어젠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춰가며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고, 벤처기업은 기술개발을 채 꽃피우기도 전에 대기업들에게 잠식당하는 등 구조적인 모순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은 전체기업수의 99%, 민간고용의 8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의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등 여전히 생존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일방적 단가 인하, 감액 등 부당한 비용 전가 행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대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의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도 상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사업 환경과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재벌에게 계속 특혜를 주고, 단순히 대책을 내놓는다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뿐만 아니라 고용확대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사업 영역을 대기업이 침범해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등 고용창출에도 역효과를 내고 있다. 재생타이어, 골판지 상자, 국수, 두부, 어육연제품 등 한때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었던 분야에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존립 위기에 처한 경우는 대표적인 경우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실장(연구위원)은 “자본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수출위주의 매출 성장이 고용확대의 감소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대기업에 일류적인 규제 완화정책보다는 중소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 위주의 선택적 규제완화가 기업의 고용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또 “불공정거래 관행을 보더라도 대기업의 경우 적발 시 현실적으로 미봉책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며 “오히려 대기업과의 교섭력에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률적 정책보다는 선택적 규제완화 필요

중소기업 진흥법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를 발주할 때 몇몇 자재는 나눠서 따로 발주하도록 돼 있고, 품질이 동등할 경우 해당 지역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쓰도록 되어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 일방적 위탁취소 등에 의한 수급사업자의 피해 방지대책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방침으로 일관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생존존립이 어려웠고, 우수한 인재마저 대기업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단발성 지원보다는 총제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보호제도가 글로벌화 되려면 현행 지역의무 공동도급제(가점제 포함)나 지역제한 입찰, 등급제한 입찰, 도급하한제 등을 개선하거나 대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친 대기업 정책에서 중소기업 육성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일시적인 자금을 지원해 주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ㆍ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연구 개발능력, 규모의 경제, 시장경쟁력 등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상품차별화 등을 통해 경제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상호 경쟁적 시장 행위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시장 가격의 경직성을 발생시키고 있어 시장집중 현상 완화문제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금과 같은 다양한 국제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육성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만은 기업구조면에서 정부의 지원과 육성책으로 중소기업이 나라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대만경제의 구조적 특징은 한국의 대기업 정책과 달리 중소기업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불균형적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만 등 선진 중소기업 정책 벤치마킹해야

최근 재벌닷컴이 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계열사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3월 말 현재 계열사 수는 총 980개로 지난 2005년에 비해 4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동안 그룹 당 평균 10개 계열사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MB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만에 전체 증가분(299개)의 63.5%인 190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룹별로는 금호아시아나와 LS 계열사가 27개씩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SK(26개) 효성(23개) GS(19개) 롯데(17개) LG(16개) 한화(16개) 현대차(14개) 순을 기록했다. 삼성, LG, GS, 롯데, 효성, LS 등은 MB 정부 출범 이후 회사를 신규 설립하거나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에 적극 나서면서 계열사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LG에서 분가한 LS는 5년 동안 증가한 27개 계열사 중 80% 이상이 2008년 이후 신규 설립되거나 계열 편입됐고, GS는 19개 중 18개, 롯데는 17개 중 15개, 효성은 23개 중 14개였다. 특히 LG와 삼성은 2005~2008년 사이 계열사가 각각 38개에서 35개, 62개에서 59개로 감소했다가 MB 정부 이후 19개, 7개가 다시 늘었다.

S대 강석훈 교수는 “이러한 고용 창출 효과 미비는 공정거래법 완화 등 대기업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대기업 집단이 규제 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기존 사업체를 공룡처럼 키우거나 중소기업의 영역에 진출하는 등 문어발식 확장에 앞다퉈 나서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존재하는 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발전은 요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하면서까지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이 사업목적에 추가한 새 업종은 신재생에너지, 탄소배출권 거래 등 이미 중소기업들이 확고히 자리 잡은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무차별 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자 도입됐던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가 폐지되는 등 규제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국내 회사에 순자산액의 4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출총제는 1999년 부활했다가 지난해 3월 초 국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10년 만에 폐지되는 등 현 정부 들어 대기업 규제가 완화된 틈을 타 계열사가 급증하면서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고용증가 불구 대기업 되레 고용감소

대기업의 전체 직원 수도 지난해 말 현재 모두 42만3164명으로 2008년 말 42만468명보다 269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7년 말 41만2145명에서 8323명(2%) 늘어났던 1년 전보다도 증가 폭이 둔화했다. 더구나 설비 증설로 4898명이나 채용 인원을 늘린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다수 대기업들의 고용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11조5776억 원)이 전년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고용은 8만5085명으로 고작 623명 늘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기아자동차는 104명이 줄었고, KT(-6750명), 현대중공업(-258명), 포스코(-191명), 현대자동차(-39명)등도 감소했다.

그나마 고용인원이 확대된 곳은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1145명), 신세계(1055명), 현대제철(992명)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데는 기업 규모별 국내 고용 구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전산업의 경우 종사자 수 4명 이하와 9명 이하의 영세자영업 수준의 사업체수만 급증하고 있을 뿐 그 이상 규모의 사업체 수는 경제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의 늘지 않았다. 제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인 이하와 9인 이하 사업체만 비교적 늘고 있을 뿐 종업원 10인 이상의 사업체 수는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산업의 경우 종사자 규모 300~499명 300인 이상 중견기업 이상 사업체수 추이를 보면, 종사자 300~499명 사업체 수는 1990년대 이후 1,200~1,400개 수준에 머물다가 2006년 이후 조금 늘어 2008년 1,600개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종사사수 5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거의 늘지 않아 여전히 1990년대 중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도 300-499명 사업체수는 2006년부터 400개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제조 대기업의 300-499명 사업체 수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0여 개 가량 감소했으며 오히려 제조 대기업이 줄고 비 제조 서비스업의 300-499명 사업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필규 박사는 “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조 대기업의 지속적인 감소는 국내 경제가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편 자본이나 기술집약적인 현상으로 기존 사업체가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지속된 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수도 차이 두드러져

전문가들은 고용 규모가 크고 일자리의 질이나 임금 수준이 비교적 양호한 대규모 사업장이 정체 상태이거나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규모별 사업체 종사자수의 추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인구 및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종사자수 300명 미만의 사업체 종사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종사자 수 300명 이상 대기업의 종사자수는 여전히 정체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전산업의 경우 300명 이하 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1993년 79%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88%까지 치솟은 뒤 2008년까지 소폭 낮아지고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수는 1993년 12%를 상회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전직하해 2001년 4.9% 수준까지 떨어진 뒤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나 2008년 기준으로 여전히 6.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고용의 약 88%를 종사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지만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고작 6%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300명 미만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대체로 증가하고 있지만, 1,000명 이상 제조업체의 종사자 수는 가파르게 감소했다. 300명 미만 제조중소기업의 종사자수 비중도 1993년 66% 수준에서 2001년까지 80% 수준에 이른 뒤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1,000명 이상 제조대기업의 종사자수 비중은 같은 기간 23% 수준에서 11% 수준으로 떨어진 뒤 12.5% 전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금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량 중소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시스템 강화를 통한 중소기업 간 차별화 전략도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중소기업 자체에서도 미래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정부의 보호와 지원에 안주하는 것에서 탈피, 보다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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