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명과 암… 자산인가? 빚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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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명과 암… 자산인가? 빚인가?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9.01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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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활용해 자산가치 상승·주거안정 ˝자산 맞다˝
집값 하락하면 남는 건 부채, 깡통주택 돼 ˝빚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주택담보대출, 자산일까? 빚일까?

회계적 관점에서 본다면 ‘부채’라는 점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도 이 부채를 자산으로 봐야 할지 빚으로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큰 이유는 월세, 전세 등 주거비용 지출이 주택담보대출 뒤 발생하는 금융비용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뉴시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 보증금 100만 원당 월세 1만 원을 매기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전세 시세가 2억 원이라면 월세 전환 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이 되는 식이다. 금리로 따진다면 월세 금리는 무려 12%다.

전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내림세를 면치 못하자 사람들은 주택 구매보다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전세를 선호했고 그 결과 전국의 전셋값은 지난 2009년보다 61.4%나 오르게 됐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5년 전보다 142.8%나 급등했다. 매일 전셋값이 올랐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대출받아 집 사면 월세보다 비용 적어
부동산 규제완화에 집값 상승은 덤

정부는 전셋값 안정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 60%로 10%p씩 완화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8월부터 시행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거나 이를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거래량이 2배 이상(서울 기준) 급격히 늘어났다. 높은 전세가가 매매가격 하락을 막고 있던 중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들썩인 것이다.

특히 서울 성북구, 서대문구와 경기도 화성, 군포, 오산, 수원, 안양 등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70%를 넘는데다 전세가가 한동안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부동산 투자로 돈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1일 부동산규제가 풀린 이후에는 1조 원 가량씩 증가하던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3조8천억 원 가량 늘어났다는 한국은행 가계부채 통계가 그 증거다. 여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1일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대출을 빨리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자산가치 상승과 주거 안정이라는 중요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1일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뉴시스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고정금리의 경우 올 6월 기준 3.58%까지 떨어졌다.

앞서 예로 든 전세 2억 원 아파트에 지금까지 나왔던 수치들을 적용해보면 이 주택은 약 2억8500만 원(전세가율 70%)으로 현행 LTV 제도에 따라 최대 2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월세 보증금 1억 원을 준비한 뒤 1억 8500만 원만 대출받는다고 하면 고정금리 3.58%로 대출을 받았을 때 연 이자는 662만 원. 매달 지출되는 비용은 약 55만2000원으로 소모성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월세에서 아낀 45만 원 가량은 원금 상환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여유 자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집값마저 올라준다면 금상첨화, 말 그대로 자산이 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시중 은행이 비은행권 대출 수요를 흡수해 이자 부담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 등 일부 업계에서는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여유가 생겨 경제가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금융권, 자산 평가 보수적
깡통주택 위험부담 무시 못해

하지만 B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빚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의 변동과 이자율의 변동 등 여러 부분에서 위험요소가 발생하는 만큼 등락과 관계없이 부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규제 완화 이후 발생한 대출이 주택 매매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했던 깡통주택의 발생이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이 주택담보대출 총액보다 낮아진 집’으로 집을 팔더라도 남는 자산이 하나도 없음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상당수가 깡통주택으로 전락했다. 한창 가격이 오를 당시 규제 한도에 맞춰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LTV가 70% 이상이 돼버린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런 대출이 약 37조 원(9.1%)으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55만9000가구가 이자 상환도 벅찬 하우스푸어가 됐다.

B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자산에 대한 평가를 매우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있다면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이 자산으로 평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달 28일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1조5000억 원으로 7월보다 3조8천억 원 늘었다.  ⓒ뉴시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 대출은 사상 최대인 1040조 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지난달 28일 기준 301조5000억 원이나 됐다. 주택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8월, 이례적으로 대출이 늘어난 것은 생활자금이나 자영업 사업 자금 등 다른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지난달 29일 “한국 가계 부채의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며 “LTV와 DTI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다시 폭탄 돌리기를 시작했다는 비아냥거림도 이어진다. ‘빚 내서 집사라’는 규제완화 정책은 미래세대에 고통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체계의 설계방향'보고서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부채가구는 유동성이 지극히 낮은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성과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큰 부채구성을 보인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부채수준이 위험해 질 수도 있고 일시상환대출 만기시 차환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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