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상점, ˝한국사람 안 받아요˝…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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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상점, ˝한국사람 안 받아요˝…왜?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2.1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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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 '급증한' 외국인 전용 상점, 운영자는 대부분 중국인&화교?
상점-여행사 간 '커미션' 증가…요우커 한국 관광 만족도는 16개 국가 중 14위
외국인 전용 상점 앞에 놓인 '불법주차'…민원 잇따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직장인 이모 씨(34세‧여)는 송년회 장소를 예약하기 위해 성산동에 위치한 돼지갈비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간 이 씨는 어색한 기운을 느꼈다. 손님을 환대할 종업원들이 이 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약을 하기 위해 사장을 찾았다. 사장은 서툰 한국말을 쓰며 이 씨에게 “한국 사람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 사장은 “중국 단체 손님을 받는 식당”이라면서 일반 한국 손님은 예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당한 이 씨는 식당에 나와 다른 식당을 찾았다.

한국에 ‘한국인 접근금지’ 구역이 있다. 북한과 근접한 휴전선 부근인 비무장지대(DMZ)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서울에 수백개씩 있는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에 의한 식당과 면세점 등이다.

최근 3~4년사이 마포구 성산동, 서교동, 연남동 그리고 서대문구 일대에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이 100개 이상 생겼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홍대 이대 신촌 여의도 등 도심 근처와 가까워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다.

특히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영향도 크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을 열거나 식당을 운영한다.

‘외국인 사장님’들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이 급증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일단 대부분 화교, 중국인 등이 운영하다보니 우리나라에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실속은 중국인이 챙긴다는 지적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요우커의 한국 관광을 담당하는 여행사 대부분이 화교나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다”면서 “요우커들이 한국으로 몰려온다고 해도 실속은 중국인이 챙긴다”고 전했다.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2014년 1월부터 2014년 12월 까지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판매소가 마포구에 45개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이)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업주가 대부분 화교냐는 질문에 “사업자 등록할 때 대표 명의로 등록해서 이름만 보고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이 화교가 운영한다고 알고 있다. 관광사업 등록 기준에 외국인이나 화교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벌일 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인 대상으로 하는 상점에 내국인을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고객 유치에 내국인은 천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마포구보건소 위생과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중국인을 위한 식당이라고 해서 중국인만 받고 내국인을 받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라며 “해당 식당 주변 단속을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면세점 ⓒ 시사오늘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상점-여행사 ‘커미션’ 급증

소규모 외국인 대상 상점이 급증하자 여행사와 상점 간 ‘커미션’(commission‧공적 또는 사적 영역에서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해 주거나 거래 따위를 주선해 준 데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거래가 급증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식당은 여행사가 관광코스 리스트에 넣어주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주고, 여행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식당을 찾는다. 관광객 한 명당 얼마 씩 받는 것을 일컬어 ‘투어 피’(Tour fee)라는 용어도 생겼다.

보통 여행사는 항공료와 숙박 등에서 커미션을 챙긴다. 최근 4~5년 사이 중국인 대상의 상점들이 급증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져 상점 고객을 유치해서 커미션을 받는 기이한 형태도 생겼다.

이런 구조의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에게 돌아간다. 질 낮은 서비스와 쇼핑을 강요하는 여행 코스에 좋지 않은 추억만 안고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재방문율이 낮아질 수 있어 해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요우커를 대상으로 만족도 평가를 실시한 결과 5점 만점에 4.11점으로, 주요 조사 대상 16개 국가 중 14위에 머물렀다. 또 향후 3년 내 한국 관광을 목적으로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점수도 3.95점으로 14위에 머물렀다. 만족도가 다른나라 관광객에 비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음식점 앞에 불법주차된 관광버스 ⓒ 시사오늘

관광객 대상 소규모 상점…주차공간 없어 불법주차 ‘기승’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소규모 상점이 최근 급증하자 주변 주민들의 민원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사례로 관광객들의 소음, 금연 지정 구역에서 흡연 등이 있다. 그 중 소규모 상점 앞에 관광버스가 불법주차를 일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면세점 관련 규정 법에 따르면 주차공간을 구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면세점은 주차공간을 만들지 않고 도로 위 불법주차를 일삼는다.

이와 관련 마포구 교통지도과는 “이 문제에 대해 민원이 많이 들어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몇 차례 요청했다. 문체부는 ‘면세업’을 ‘자유업’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답했다. 자유업은 주차장이 없어도 불법이 아니다. 식당 같은 경우 주차장이 없어도 법적인 문제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로선 면세점 앞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답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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