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센 이주영, 럭키우먼 윤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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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센 이주영, 럭키우먼 윤진숙?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2.1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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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엇갈린 희비①>해양수산부 장관교체 타이밍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도 그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의도에서도 올 한해 수많은 일이 벌어졌고 다양한 정치인들의 희노애락이 교차했다. <시사오늘>은 연말을 맞아 그 중에서도 가장 대비되는 운명을 겪은 인물들을 조명해봤다.

▲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뉴시스

<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떠밀리듯 내려온 장관직, 이것이 새옹지마

지난 2월 7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임됐다. 10개월간의 장관 재임 기간 동안 끊임없이 구설수에 시달렸던 윤 전 장관이다. 자질 논란부터 시작해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윤 전 장관은 연안관리, 해양환경 등을 전공으로 주로 학계에서 활동하던 학자 출신이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의 내각 구성 때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청문회 전까지는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준비한 전문가형 인재의 하나로 지목받았고 청문회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청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2013년 4월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자질 논란이 제기됐다. 야당은 이를 근거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 측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여론도 악화됐다. 각종 청문회 패러디물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국회는 결국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한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 분야에 여성을 발탁해서 키우려던 생각”이라며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시고 도와 달라”고 일축했다. 나중 일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한동안 불통인사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윤 전 장관은 계속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예산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보좌진에게 묻고 대답하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한 TV앵커가 ‘왜 자신이 구설에 자꾸 오른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인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또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그 중 결정타는 1월 터진 여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였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늦은 대응과 책임자답지 않은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보상 문제는 원유사와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말로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현장 방문 시 코를 막으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이에 대해 따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 결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감 때문에 코를 막은 것이지 악취 때문이 아니었다. 냄새 때문에 입을 막았다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윤 전 장관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린다. 윤 전 장관은 2월 “평생 바다를 친구이자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해수부의 새 출발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는 퇴임사를 남기며 퇴장한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졌다. 4월 16일 최근 몇 년간 들어 최악의 인명사고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며 온 나라를 충격의 도가니에 밀어넣었다. 윤 전 장관 퇴임 후 약 두 달 뒤에 벌어진 일이다.

해상재난의 책임에서 해수부 장관이 무사할 리 없다. 후임 장관은 지금까지 모든 일을 젖혀두고 사고 수습중이다. 정계 일각에선 간발의 차로 자리에서 내려온 윤 전 장관에게 “운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럭키우먼’인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뉴시스

<悲>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원내대표 꿈은 물 건너가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윤 전 장관의 후임이 바로 이주영 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집권 여당의 4선 의원으로, 당에서 소위 ‘잘나가는’ 중진이었다. 입각 전까지 개헌추진의원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었고 원내대표로 나설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 중이었다.

이 장관의 입각도 사실 갑작스러웠다. 지역구가 바닷가(경남창원시마산합포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장관은 법조인이다. 해수부 장관직과 크게 관련없는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연이은 인사 실책으로 공격받고 당-청의 조율이 필요했던 박 대통령의 선택은 친박계면서 정치경험이 많은 이 장관이었다.

그런데 장관 취임 불과 40여일 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시쳇말로 ‘손에 일이 익기도 전에’벌어진 사고에 이 장관은 적잖이 당황했다. 다급하게 진도로 내려가 사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되려 보좌관이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자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이 장관은 격분한 사람들로부터 온갖 욕설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실종자 수색은 길어졌다. 그간 이 장관은 수염도 깎지 않고 머리도 자르지 않고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위로에 전념했다. 사퇴설이 나왔지만 마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유임했다. 비난 여론은 잦아들고 오히려 이 장관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간간히 나오는 때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역대 장관들 중 그야말로 ‘역대급’고생을 해야 했다.

진도군청 간이침대에서 지내던 이 장관은 세월호 특별법 여야협상이 타결된 뒤 지난 달 18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되고 나서야 정부세종청사로 돌아왔다. 덥수룩한 수염은 정리했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은 긴 채였다. 이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마음의 짐이 사라질 때까지 (머리카락은)깎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 교체 타이밍으로 인해 정치사에 남을 비운의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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