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혜훈의 길었던 2014년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나경원·이혜훈의 길었던 2014년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2.23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 엇갈린 희비③>동갑내기 여성 정치인의 浮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도 그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의도에서도 올 한해 수많은 일이 벌어졌고 다양한 정치인들의 희노애락이 교차했다. <시사오늘>은 연말을 맞아 그 중에서도 가장 대비되는 운명을 겪은 인물들을 조명해봤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여러 모로 닮은 꼴 정치인이다. 82학번 서울대학교 동기고, 정계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특보를 맡으며 나란히 발을 들였다. 18대 국회에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여성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의 시작도 같았다. 두 사람 다 원외인사로 출발했다. 그러나 긴 한 해를 거의 보낸 뒤, 나 의원은 회심의 미소를 띄웠고 이 전 최고위원은 아쉬움을 삼켰다.

▲ 새누리당 나경윈 의원 ⓒ뉴시스

<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선거의 여왕이 돌아왔다…화려한 원내 복귀

나 의원은 꽤 긴 시간을 침묵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 이후다. 완벽에 가까운 경력에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진 그는 그 전까지는 거칠 것이 없었다. 17대에 비례대표를 거쳐 18대 지역구(서울중구)를 받은 후 낙승을 거뒀고, 모습을 비추는 선거마다 이긴다 하여 ‘선거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그런데 암초를 만난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안철수 바람을 등에 입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일격을 당하고 낙선한다. 곧바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고, 친이계인 나 의원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되진 않았다.

조용히 중구에서 다음 찬스를 기다리던 나 의원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고사하는 등, 내세울 주자가 없어진 당의 러브콜이 들어왔다.

사실 선뜻 받아들기엔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공들여온 지역구는 가볍게 바꿀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 나 의원의 정치 신조였다. 게다가 시간이 촉박한데다 상대가 만만찮아 승패를 점치기도 어려웠다. 상대도 영 만만치 않았다. 박원순의 오른팔이라는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과 진보 최강의 패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출격을 대기 중이었다.

결국 나 의원은 출마 승부수를 던졌고 보기좋게 먹혔다. 막판이나마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접전 끝에 1.2%p차로 간신히 제쳤다. 극적인 복귀였다. 여성 의원 중 최다선(3선)은 부상처럼 따라왔다. 주가가 폭등한 나 의원에겐 축하와 함께, 정치적으로 손을 잡으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나 의원은 현재 보수혁신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임명직 최고위원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여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지난 9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나 의원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이젠 당내 지형에서 꽤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선거의 여왕다운 화려한 재기다.

▲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 ⓒ뉴시스

<悲>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

야심찬 도전, 그러나 좌절과 방황의 한 해

이 전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2013년)부터 이미 서울시장직을 겨냥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당에서 ‘차출’되다시피 한 중진들에게 밀려 나서 보지도 못했으며, 이어진 7‧30 재보선에서도 울산서 회군(回軍)했다.

나 의원이 친이계가 됐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길을 택했다. 더욱 만만찮은 시작이었다. 비례대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서울 서초구 갑에 나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달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사실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라든가, 당에서 전해주는 전망도 사실 밝지 않았었다. 그러나 자주 오는 기회도 아니니 만큼 최선을 다해서 선거를 뛰었고, 어느 순간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더니 결국 꽤나 극적으로 당선됐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8대 총선에서 다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이 전 최고위원은 그 전보다 압도적인 득표율(75.0%)을 보인다. 17대 당선 당시(56.4%)를 훨씬 상회하는 기세다.

그 해(2012년) 5월에는 전대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다. 19대서 공천을 받지 못해 원외인사 신분이었지만, 2위를 기록하며 자력으로 최고위원(여성직 최고위원 1위는 순위 안에 못 들어도 입성)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으로 이 전 최고위원이 준비한 카드는 서울시장 출마였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그는 ‘경제전문가’ 간판을 앞세우며 박원순 카드를 꺾을 인물은 자신 뿐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상 상대인 박 시장의 힘은 너무도 강력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고심 끝에 정몽준 의원을 내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경선 흥행을 통한 시너지를 위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도 러브콜을 보냈다. 7선에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사이에서 이 전 최괴위원은 별 수 없이 후보자릴 내줘야 했다. 심지어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밀었다는 후문이 돌며 씁쓸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후 이 전 최고위원은 7‧30 재보선 출마설이 돌았다. 지역구가 서울인 만큼 동작을도 후보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몽준 전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지역구 물려주기를 준비한 거 아니냐는 루머가 돌며 조금 빨리 손을 떼게 된다.

이 때부터 이 전 최고위원의 행보는 조금 흔들린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울산이었다. 울산은 그의 시아버지의 정치 무대였던 곳이다. 그러나 이미 울산에 뿌리를 막고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당내 세력은 강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를 한 달 앞둔 6월 30일 경선 룰에 반발하며 공천을 자진 철회한다. 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2년 동안 울산시장을 한 분(박맹우), 지역에서 재선 구청장을 지낸 분(김두겸)과 100% 인지도만으로 경쟁하는 여론조사 경선을 하라는 것은 '이혜훈 만은 안 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이 의리를 지키는 정당이기를 바라면서 나라와 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할 것”이라고 밝히며 울분을 토로했다.

비록 올해의 도전은 모조리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아직 다음 총선까진 시간도 충분하고,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인으로서도 상당히 어린 나이(만 50세)다. 게다가 정가에선 구해도구해도 손이 모자라다는 ‘경제통 정치인’으로서도 상당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다시 나 의원과 조 수석과 함께 '동갑내기 여성 트로이카'의 위용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