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동운동으로는 노동자의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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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노동운동으로는 노동자의 미래없다”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8.12.03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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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의 노동운동 ‘선봉장’ 정연수 전 노조위원장

<이력>
 전 서울지하철 공사 노동조합 14대 위원장
 전 전국 지방 공기업 협의회 상임의장
 현 전국 지방 공기업 협의회 최고 지도위원
 현 전국 지방 공기업 연맹 지도위원
 현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원우회 18기 회장


“이제는 노동계가 나서서 높은 도덕성과 전문 능력을 배양해야”
“노동자의 협력과 자발적 동참 없이 경제난국 벗어나기 어려워…”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은 그동안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노동조합은 시민들로부터 ‘파업철’이라는 오명의 질타도 받았다. 이 때문이었을까?

노동조합은 지난 11월 20일 사측과의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서 최근 경제 불황을 고려한 ‘파업철회’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한발 물러서며 협상에 합의했다.

물론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최근 경제 불황 속에 파업이라는 국민정서와 강경일변도의 대정부 방침하에서 협상의 결렬, 파업의 수순으로 진행될 경우 떠안게 될 대내외의 비판적 여론이 큰 압박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 시사오늘

서울메트로 노조는 지난 1987년 노조 설립이후 4차례의 파업과 5번의 부분파업을 결행 할 정도의 원칙을 위한 강경노선을 걸어왔다.
노조는 규약상 사측과 임단협을 체결하고 나면 조합원 인준과정을 거치게 돼 있어, 임단협안이 조합원 요구를 충족시킬 때만 집행부가 유지됐다.

이러한 원칙의 틀안에서 일부 왜곡된 면도 없지 않아 굴절된 일부 강성 구성원들에 의한 영향으로 14차례나 집행부가 바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메트로의 치열한 강경(?)노조 역사 속에서도 ‘원칙있는 온건 합리 노조’평가를 받았던 집행부가 자리매김 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4월이다.
당시 노조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동운동’을 선언한 정연수 노동위원장 체제였다.
그는 당시 “획일적인 일부 강경노선의 시각도 중요하지만 노조내부의 많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사고를 존중한 새로운 시각에서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강경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현수 노조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 조용한 혁신에 의한 과감한 변화보다는 그동안 익숙해져있는 강성이미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지난 4월 서울메트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아깝게 고배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노사협상 과정을 통해 정 전 위원장의 ‘원칙을 중시하는 온건노조’체제가 재평가 받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 전 위원장에게 이번 노조협상에 대한 견해와 앞으로 국내 노조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이야기를 들기 위해 11월17일 시청 지하철 1호선 역무실을 찾았다.

▲     ©시사오늘
"단순 임금요구, 투쟁, 파업, 해고 등 악순환을 반복"
 
-지난 4월 서울메트로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는데 현 집행부와의 관계와 노선에 변화는 없는가.
“먼저 큰 소임을 걸머진 현 집행부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큰틀에서 하나이기 때문에 노선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한 것 같다. 우리의 현실과 정치권은 노동운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기초적 지식마저 부족한 상태이다.

전체 노동운동을 보면 일부이긴 하지만 목소리가 큰 부분들을 보면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식의 해방 전·후 지형 방식에 변화 없이 지난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며 단순 임금요구, 투쟁, 파업, 해고 등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내부는 아직도 ▲자본주의 시장자체를 부정하는 노동운동 ▲공유해야 할 자본과 경영을 적으로 규정 ▲과거의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 ▲소수 상급단체의 지시 일변도 ▲단순 임금인상 요구에만 집착하는 교섭방식 ▲노동계가 자주적 주체성 없이 자본이나 정권과 적당히 결탁해 일부 정치에 편승하는 소수지도부 위주의 노동운동 등이 문제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건전한 노동운동 및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양대 노총 방식의 노동운동은 국민으로부터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여론주도 일부언론의 집요함에도 기인하지만 노동운동 내부의 미래를 위한 새로움에 대한 변화를 말하지 못한 구태에 의한 노동운동은 소수 노동운동 지도부의 완장만 유지 할뿐 노동자의 미래도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위원장께서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당시 노동계가 민노당과 통합민주당, 한나라당을 사이로 엇갈린 행보를 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노무현 정부의 실험주의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았지만, 결과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고용불안, 부동산 폭등(임기 초중반) 등의 문제가 야기되며 실패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서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 서울 모델을 통해 노와 사의 만남을 가진 경험이 있다. 시정운영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당시 서울시와의 노사관계는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특히 노조의 경영참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위원장 재임 당시 1800억 규모의 지하철 공사 시설투자에 대해, 처음으로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설문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해 집행사업의 확정과 사업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사장과 현장실사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는 노조 경영참여의 기회를 실천했다.

이에 현장 조합원들의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먼저 집행함으로서 업무의 효율성은 물론 노, 사간에 새로운 문화를 조성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노, 사간의 진솔한 협력과 지원 그리고 내용의 실천적 공유가 있을 때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펼칠 수 있음을 가늠하게 됐다. 이러한 내용의 원론에 대해 서울 시장시절 어느 정도는 인식을 같이 했다 생각하며 효율적인 실용경제, 실용정치를 잘 이끌어 갈 것을 주문도 하고 지금도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기업발전과 국가 경제발전에 자신을 희생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
 
-노조의 정치참여를 통해 노조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노조의 정치참여는 중요한 과제다. 선진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노동조합을 통해 조직과 기업에 훈련된 노조출신들이 지방 정치 중앙정치와 경영 전반에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다.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사회적 코포라티즘’을 통해 정부와 ▲임금수준의 문제 ▲세재의 문제 ▲기업구조조정의 문제 등 각종 현안의 대부분이 정치적 수준에서 해결되고 있으며 노조의 조직 지배력과 조직율도 뛰어나다.

현재까지의 국가발전을 노동계가 피동적 입장에서 정부와 소수 경영인의 의지에 의존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국가 성장의 에너지는 절대국민인 노동자가 주인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는 것이며, 노동현장에서 정치 참여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대부분 공기업 노조가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이라는 특수성을 볼 때 정치활동에 대한 공기업 노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현실 정치인의 구조는 대다수가 정치인, 법조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기업발전과 국가 경제발전에 자신을 희생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는 엄청난 정치적 모순이며 이러한 정치집단은 결국 국민의 정서와는 떨어진 그들만의 고질적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과 임원은 대통령선거 결과의 승전 전리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들이 정치적 이해로 임용한 임원들의 경영결과가 현실의 공기업 경영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낙하산을 통해 임용하고 정치자금을 요구하면 기업의 비리가 진행되고 특별채용을 지시하면 방만한 경영이 운영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기업 노조는 정치의 이해에 의해 임명된 계약직 사장과 임원을 감시하고 건강한 공기업 운영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가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과 사기업 노조의 자세에 다른 점이 있는가?
“공기업과 사기업은 지배구조의 차이가 명백하다. 사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적자본과 자기자본에 의해 실질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인격을 지닌 기업의 경우 주주와 경영인 관계로 정의되기도 하지만 사실상의 자본지배자가 그의 의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이다.

공기업의 지배구조는 소유자인 국민과 관리인인 경영자(사장 임원 등) 사이의 이해관계가 성립된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경영인이 대리인으로 운영하게 된다.”

-현 경제 여파로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도 대량 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의 조정능력에 문제를 제기 하는데, 노사정 위원회가 향후 노사관계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현재 노사정 위원회는 반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처럼 노동계가 광범위한 조직 지배력을 가지지 못하고 조직화된 노조 조직은 대기업 공공부문 중심으로 전체 노동자의 일부분의 조직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노동계 전체를 대변하기에 취약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정부 정치권 차원의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중요하다 생각된다. 시대와 세계화에 맞는 협의 체계, 연구 개발 세미나 학술 대회 등 부단한 노력과 홍보를 통해 시민사회에 알리고 새로운 시대의 구심적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노사정위의 바람직한 활동은 노?사?정은 물론 시민사회 등 큰틀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내는 것이 진정한 소임일 것이다. 일부에 편향됨 없이 전체를 아우르는 아주 큰그릇이 돼야 할 것이다.”

▲     © 시사오늘
-특히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은.
“절대 다수의 국민인 노동자의 협력과 자발적 동참 없이 경제난국을 벗어나 선진입국이 불가능한 사실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먼저 노동자들에 대한 주체성과 자존심 그리고 사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노동자들이 어려운 경제 난국을 극복할 이시대의 국가 도약의 절대적 에너지임을 인정하고 노동자가 기업과 사회 국가의 주인임을 인식시켜 일하는 사람들이 신 바람나고 희생과 봉사가 즐겁고 행복한 능동적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에 현장노동자 출신들을 기용해 산업현장과 여과 없는 의사소통이 되도록 해 정치적 정책적 시너지를 발휘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선진유럽의 노사문화에 대한 제도 관행 법령 등에 대한 부단한 학습과 교육을 통해 자본과 경영에 대한 공유방안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고용안정에 대한 신뢰감을 줘야 하며 노동자들의 협력과 역량의 강화를 통한 경제난국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빠른 시기에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압장서서 투명한 노사정 협력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노동운동 통해 국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터”
 
-그렇다면 정 전 위원장은 노사 관계에 있어서, 기업과 노조가 바람직한 관계의 새로운 노력에 대한 해법은?
“해법이라기보다는 상호의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기업이 노조배제의 관행에서 벗어나 노조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의 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노조 또한 노사 대립의 사고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익에 우선하며 권익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행동의 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노사관계는 일회용관계가 아니라 정기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노사는 노사 공동 위원회의 상설 운영과 대내외 공동봉사, 지역사회 활동 등을 통해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 전 위원장의 패러다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면.(노조 방향의 다양성에 대한 의견)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변화와 개혁의 요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제 새로운 노사문화의 정착은 국가 운명의 중대한 과제가 돼있다.

현실은 다소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신진입국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노동계가 먼저 나서서 높은 도덕성과 사회봉사,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 능력을 배양해 기업 경영을 견인해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부패와 비리를 견제하는 운동을 통해 기업발전의 파수꾼으로 역할과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 전 위원장의 향후 계획은.
“20여 년 경력의 노조활동가로서 ‘처음 출발했던 그 현장으로’라는 슬로건을 늘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첫 마음으로 진지한 자기반성과 성찰들이 우선이고, 약자와 함께 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의 분열을 비판, 아래로부터 단결의 전망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공기업 노사관계에 있어서 사용자는 정부지침을 이행하는 관리자에 불과하다. 사용자의 실질적 경영결정 권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공기업운영은 구조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 지방의회 등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쳐 집행됨으로 공공부문의 근로조건 또한 이러한 지침과 법령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이나 복지관련 예산도 이러한 구조에서 정부가 전년도에 국회의결을 거처 예산을 확정하고 지침을 시달함으로 노조가 이미 결정된 정부의 임금예산에 대해 아무리 투쟁을 해도 정부의 지침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정부의 예산 편성 시부터 노조가 정부와 국회를 통해 근로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은 복수노조에 대한 교섭구조와 공무원 공공부문의 교섭 구조에 대하여 혼란이 야기 될 수 있다.

우선 복수노조에 대비해 전국 지방공기업 노조의 행자부와 횡적 교섭구조와 틀을 만드는 것과 복수노조의 교섭구조에 대한 새로운 전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지난 11월에 서울시 공무원교육원에서 노동교육원과 공공부문에 대한 공공부문 간부 교육을 시행했으며 내년도에도 사업계획과 예산이 확보돼 있다.

공공부문의 대국민을 위한 공익의 우선 속에 국민의 일원이기도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공공부문의 대정부 교섭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노조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해 국민이 가깝고 즐겁게 느낄 수 있게 국민을 상대로 하는 소통의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신문 등의 발간을 통한 공공부문의 실무자들이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시정의 지식과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정부와 정치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문제의 비판도 가차 없이 행함으로 국민적 신뢰와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러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통해 국정을 감시 및 견제하고, 국가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내실 있는 노동운동으로의 승화 발전을 위해 사명의식을 같고 미력이나마 전력을 다할 것이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10월 초순부터 말까지 ‘현대중공업 조합교육’ 노사초청에 참석해 ‘새로운 노조운동에 대한 이해’란 주제로 강연했다. 11월 12, 13, 14일에는 전국지방공기업연맹, 서울시 공무원노조, 전국지하철 노동조합 협의회 등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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