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왜 복합할부 수수료를 1.3%로 주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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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왜 복합할부 수수료를 1.3%로 주장할까?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03.0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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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할부 폐지 꼼수…연쇄 취급 중단 땐 선택권·가격 경쟁력 사라질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지난 4일 기아차와 신한카드는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이 추장하는 수수료율 간극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신한카드는 금감원의 적격비용 산출을 근거로 1.5%를 주장하고 현대·기아차는 상품 구조가 체크카드와 유사하다며 1.3%를 주장했다.

현대·기아차는 왜 1.3%를 주장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복합할부가 정상적인 할부거래가 아니라며 금융감독원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미 4조 원대의 시장이 형성됐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는 즉시 주요 카드사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0.7%로 낮추라는 공문을 보냈고, 심지어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별도 계약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사의 반발과 횡포가 심하다는 여론에 밀려 KB국민카드와 협상할 당시에는 1.1%까지 높였다.

현대·기아차는 KB국민카드와의 협상에서 절대 숫자를 찾아냈다.

현대·기아차가 찾아낸 절대숫자 1.3%

▲ 현대·기아차 ⓒ뉴시스

현대·기아차는 국민카드와 10월 말 가맹계약 만료를 17일이나 지난 뒤 한발 씩 양보해 1.5%에 합의했다. 이를 놓고 양측의 시각은 크게 달랐다. 국민카드는 꾸준히 주장한대로 “적격비용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맞춘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현대·기아차는 이때까지 우격다짐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을 뿐 단 한 번도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체크카드를 부각시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카드사 대부분은 국민카드와 달리 체크카드에 1.3%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대·기아차는 대외적으로 카드사가 위험부담도 없는 상품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체크카드 수수료율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복합할부 상품은 자동차 회사와 캐피탈 간 거래에 카드사가 끼어들어 아무런 위험 부담없이 수수료만 받아 챙기는 비정상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복합할부 상품에서 카드사가 부담하는 위험부담은 실제로 극히 낮다. 결제가 이뤄진지 하루나 이틀 뒤에는 연계된 캐피탈에서 카드 값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합할부 수수료율 1.3%는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다.

현행 1.9%를 기준으로 했을 때 카드사는 기아차에서 받은 수수료 중 신용공여 등의 비용으로 0.33%를 떼고 나머지를 고객(포인트 0.2%)과 캐피탈(1.37%)에 넘긴다. 캐피탈은 판매사원(판매수수료 1%)과 고객(금리할인 0.37%)에게 돌려준다.

기아차 말대로 0.6%포인트를 내리면 수수료 배분이 재조정 돼 모두 손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카드사가 떠안으면 역마진이 발생한다.

또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 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매기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복합할부 취급과 관련한 논쟁이 격화되자 적격비용이 1.5%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카드사는 금감원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대·기아차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영세상인들의 수수료를 낮추고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올리라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동통신사나 할인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1.8%대 수준으로 인상했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현대·기아차만 떼내 수수료를 인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반면 현대차는 1.3%를 채택함으로써 체크카드라는 완벽한 근거가 생긴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도 협상을 포기하고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했다.

▲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복합할부를 폐지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현대·기아차 복합할부 폐지 노리나?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궁극적으로는 복합할부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사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가맹점 수수료는 2010년 1100억 원에서 2013년 2000억 원대로 크게 늘었다.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0년 자동차 할부 시장의 86.6%를 점유한 독과점체제가 복합할부 도입 4년 만에 점유율은 12%포인트나 떨어진 74.7%가 되면서 무너지게 생겼다.

게다가 할부 점유율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부대업무인 신용대출 비중이 커져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여전법에 따르면 캐피탈은 부대업무가 본업의 5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현대캐피탈은 커지는 복합할부 시장을 두고 볼 수 없어 자동차 카드 결제 상품 비중을 늘리려다 적발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캐피탈이 독점적 지위를 누릴 당시를 못 잊어 복합할부를 없애버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복합할부로 차량을 구입하면 캐피탈보다 1~2% 더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판매 직원마저 캐피탈 보다 신용카드로 사는게 더 싸다며 추천하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가 계속해서 체크카드 수수료를 고집해 복합할부 취급이 중단된다면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잃는 것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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