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국회의원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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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국회의원실 이야기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3.0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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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국회의원실 '로얄층'은 6~8층, 전망 좋고 햇빛도 잘들어 '선호'
3김시대 땐 2~3층 선호…상도동계는 2층, 동교동계는 3층 머물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국회 의원회관 정문 ⓒ시사오늘

국회 의원회관 배치도를 보면 정치인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국회 의원회관은 지난 2012년 신관이 완공돼 구관과 나뉜다. 신관이 구관에 붙여지면서 의원회관의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길을 잃을 법 한 ‘ㅂ’자형이다. 오죽하면 A부터 G구역까지 나뉜다. 알림판이 없다면 쉽게 의원실을 찾아가기 힘들 정도다.

국회 의원회관 ‘로얄층’이라 불리는 곳은 6층부터 8층까지다. 층수가 높아 햇볕도 잘 드는데다가, 바로 앞에 한강이 보여 전망이 좋기 때문.

이에 선수가 높은 의원이거나 당내 영향력을 끼치는 ‘실세’들은 높은 층수에 의원실을 두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6선·450호)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5선·454호)을 제외하고, 중진이라 분류되는 4선부터 7선까지 의원들은 모두 6층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6층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4선)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7선) 등이 있다. 

7층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5선)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6선)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5선)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4선)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4선)등이 자리했다.

8층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5선) △새정치연합 이석현 의원(5선)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4선) 등이 있고 9층엔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4선)이, 10층엔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6선)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5선)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4선) 등이 머물렀다.

반면 초선 의원들의 의원실은 3층이나 4층 등 낮은 층수에 많았다. 실제로 3층에 위치한 25개 의원실 중 17개는 초선 의원실이다. 나머지 8개 의원실은 재선 의원실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이 ‘법칙’을 피할 수 없다. 문 대표의 의원실은 국회 의원회관 325호다.

문 대표의 의원 실 호수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325를 거꾸로 하면 523이다.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날이다.

문 대표의 전당대회 라이벌이었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615호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의미한다. 박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 남북 첫 정상회담을 강조하기 위해 615호실을 고수한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도 박지원 의원과 비슷한 의미로 의원실을 518호로 정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숫자다. 안 의원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 ‘호남 풍(風)’이 ‘안풍(風)’을 뒷받침한 바 있다. 이에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국회 의원회관은 ㅂ자로 A부터 G까지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6층에 위치한 의원실 ⓒ 시사오늘

역대 대통령들이 쓰던 방은?

현재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6~8층 등 높은 층수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전직 대통령들은 낮은 층수에 의원실을 두길 원했다.

현재 국회 의원회관은 1989년에 구축한 건물이다. 이전엔 국회의사당 안에 의원회관을 두지 않았다. 당시엔 국회의사당 앞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이용해 국회의원 의원실로 썼다.

당시엔 지상과 가까워 계단으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층을 선호했다. 또 과거 의원실은 권력 실세를 중심으로 계파들이 뭉쳐있는 특징이 있었다. 3김시대(YS·DJ·JP)엔 우두머리 의원 주변으로 의원실을 뒀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의원실은 218호(구관)였다. 이를 기점으로 ‘상도동계’ 의원들인 최형우, 김영우, 김덕룡, 서석재 전 의원 등은 주로 2층에 의원실을 두고 YS 곁을 지켰다. 그러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돼 의원실을 비우자 그 방은 박종웅 전 의원이 썼다.

반면 '동교동계'의 주축인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의원실은 328호(구관)였다. DJ를 중심으로 3층엔 한화갑, 한광옥, 권노갑 등이 3층에 머물렀다.

김종필 전 총리(JP)도 2층에 머물렀다. 오치성, 김용환 전 의원 등이 2층에 의원실을 뒀다.

김대중 정부가 지나고 계파 간 의원실이 뭉쳐있는 특징은 없어졌다. 또 의원회관이 이전한 후 의원들은 보통 높은 층수를 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8호를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312호를 썼다. MB의 경우 의원시절부터 대권에 욕심이 있어 전직 대통령을 이용한 호실을 쓰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7, 18대 때 545호를 썼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엔 620호에 머물렀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7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1970~80년대를 회상하며 "당시 의원회관은 국회의사당 앞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좁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 곳을 보면 그 때가 떠오른다. 좁고 불편해도 지금처럼 호화스런 국회의사당보다 더 정감이 가고 좋았다"고 언급했다.

▲ 89년 국회의사당 내부에 의원회관이 구축되기 전 의원실. 현재는 아파트로 이용되고 있다 ⓒ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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