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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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 '하루'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4.0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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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고 명품·골동품 쇼핑 탁월…고가 기기는 새것 못지않게 비싸
외국인 관광객 선호 관광명소…시민위한 교통안전 개선 불가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쇼핑 중인 시민들. ⓒ시사오늘

“This is 동묘 world.”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가수 지드래곤에게 동묘역 인근에 위치한 ‘황학동 벼룩시장’을 소개하며 외친 말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황학동 벼룩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 명소로 꼽힐 만큼 인지도가 높은 국내 대표 벼룩시장 중 하나로, 골동품이나 중고 제품을 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본지 기자는 따뜻한 봄 날씨와 더불어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지난 3월 30일, 짝퉁 명품가방부터 자전거 안장까지 중고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는 황학동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짝퉁 명품·형형색색 옷무덤, 소비자 발길 잡아

황학동 벼룩시장은 매체를 통해 수차례 접했지만 직접 가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대와 떨림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역 출구로 나오는 길. 동묘역 3번 출구를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청계천, 벼룩시장으로 소개돼 있었다. 이미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관광명소로 정평이 나 있는 듯했다. 현금만 취급하는 벼룩시장의 특성을 사전에 체득한 뒤 시장에 들어서기 전 은행에 들러 현금을 두둑이 뽑았다.

출구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자를 반기는 건 나란히 선 노점 가판대와 뿌연 미세먼지였다. 따뜻한 날씨였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담배연기가 벼룩시장 전체를 휘감고 있어 아쉬움이 잇따랐다.

시장 안에 들어서자 가방과 의류, 상태가 양호한 신발들이 관광객을 반겼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북이 쌓인 옷무덤이다. 형형색색 다양한 색채가 어우러진 복고풍 의류부터 세련된 디자인의 명품브랜드 의류까지 순서 없이 뒤엉킨 중고 의류들이 길을 가득 메웠고, 이곳을 찾은 소비자 연령층도 10대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 벼룩시장 내 골동품 및 중고 데코레이션 가게. ⓒ시사오늘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챈 것은 짝퉁 명품가방이 진열된 가판대였다. 십여 명의 중년 여성들은 더 진짜 같고, 저렴한 명품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앞다퉈 가방 사냥에 나선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흥미로운 점은 중고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벼룩시장에서도 흥정이 오간다는 점이었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가방 3개를 집어든 뒤 가판대 주인과 흥정을 시도했다. 이 여성은 1개당 1만 원씩, 3개에 3만 원을 부르며 적극적인 흥정을 펼쳤다. 애초 개당 2만 원을 불렀던 주인은 “남는 게 없다”면서 몇 번이나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결국 그 손님에게 1만 원짜리 3장을 받고 물건을 내주고 말았다.

뒤이어 밥솥, 다리미, 오디오 등 중고 가전제품들이 주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남성 정장벨트와 맥가이버 칼, 브랜드별 진열돼 있는 녹슨 수동 카메라 가판대는 아저씨 고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올드팝 ‘yesterday’가 귓가에 맴돌아 자연스럽게 방문한 레코드 점에는 LP 판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고, 레저를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캠핑 아웃도어·골프 용품 매장도 뒷골목에 연이어 자리했다.

보통 중고 가전제품들은 1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벼룩시장 물건이라고 무조건 싸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수동 카메라 등 고가의 전자기기의 경우 아무리 낡은 제품이라도 예상 밖의 비싼 가격에 의아 했다. 가격에 놀란 기자를 보고 카메라 가판대 주인은 “그럼 여기 있는 것들은 죄다 몇 천 원 일줄 알았느냐”며 웃었다.

근사한 수동 카메라 하나 싸게 장만하려 했던 기자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골동품가게로 들어섰다. 사실 기자가 이곳을 찾아온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영국의 중고물품가게인 옥스팜(Oxfam)을 기대하고 방문한 골동품 가게에는 중고 클래식 기타부터 데코레이션용 장난감, 종교 물품, 옛날식 다리미, 오래된 자기 등이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었다.

그중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나는 구형 타자기와 라디오, 로스팅 기기가 눈에 띄었다. 카페 인테리어용으로 제격인 이들은 고풍스러운 자태만큼이나 중고임에도 10만 원 이상에 달하는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외에 인도풍 그릇과 7-80년대에 있을법한 유선전화기와 휴대용 전등 역시 수만 원대를 호가하는 가격표가 매겨져 있었다.

중고시장에 나온 물품이라고 무조건 싼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은 중고 물품들은 새것 못지않게 비싼 가격에 책정돼 있던 것. 벼룩시장 내 물품은 무턱대고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부끄러웠다.

다만, 노점 쇼핑의 묘미인 갖가지 주전부리와 식혜와 커피, 미숫가루 등은 1000원~2000원 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다.

또한 황학동 벼룩시장은 1일 개점 시간이 7~8시간으로 제한돼있어 인근 주점들은 낮부터 손님들을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술안주 가격도 시장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최소 1000원부터 최대 8000원까지 1만 원 이상인 메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 LP 등을 판매하는 중고 레코드점(좌), 동묘 벼룩시장에 위치한 이발소(우) ⓒ시사오늘

한 주점은 정장차림의 노신사부터 꾀죄죄한 차림의 중장년 아저씨까지 손님들이 북적거렸는데 저렴한 가격대의 안주와 막걸리는 불황 속 허덕이는 서민들의 낙을 충족해주고 있었다.

교통안전 취약·담배 문 상인 다수…단점 보완 필요

반면, 몇몇 단점도 눈에 띄었다. 물품 판매소가 길 가장자리에 위치한 벼룩시장 특성상 오토바이나 차량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교통안전 취약이 제일 불편한 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물품에 배이는 담배 냄새였다. 중고에 대한 안이한 개념 때문인지 물품을 사는 남성 소비자들, 심지어 판매자인 상인조차 담배를 물고 아무렇지 않고 장사하는 문화가 뼛속깊이 배여 있다는 점이었다.

한 여성 소비자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양옆에서 드나들어 사람들이 쇼핑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며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 관계자나 시장 상인들이 시민들의 교통안전에 좀 더 신경써주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직도 남성 컷트 가격이 4000원에 불과한 황학동 벼룩시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동네’라는 인상으로 뇌리에 깊이 남았다.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우리 고유의 벼룩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혹적인 관광명소로 회자될 것으로 전망한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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