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학과 통폐합 논란…대학구조조정, 이제 시작?
스크롤 이동 상태바
건국대 학과 통폐합 논란…대학구조조정, 이제 시작?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4.04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필담>대학구조조정에 반발하는 학생들…문제는 무엇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건국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시사오늘

건국대학교 학과 통폐합이 논란이다. 지난달 17일 통과한 2016년 건국대 학사개편안에 따르면 73개 학과 중 10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2개 학과는 폐지한다. 영화학과는 영상학과와, 텍스타일디자인학과는 공예학과와 합쳐진다. 소비자정보학과와 경영정보학과는 사실상 폐지수순을 밟는다.

건국대가 학과를 통폐합하는 이유는 ‘경쟁력’ 때문이다. 소규모 전공과 유사 학과를 통합해 학과규모를 키우고 교육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과 죽이기’라고 저항하고 있다. 학생들이 심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학교 측에서 한마디 상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가 통폐합을 결정한 방식에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들에겐 일방적인 통보였기 때문. 게다가 학교는 2016년에 4과가 통폐합된다고 발표했지만 2015년 신입생을 모집했다. 신입생들은 없어지는 과에 입학했다.

학생들은 지난 31일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자가 건국대를 찾은 4일에도 학생들은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 앞, 건국대 총학생회는 '일방적인 통폐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 시사오늘

대학구조조정 불가피한 이유…대학정원이 고등 졸업생을 추월

건국대 사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학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사실상 2018년엔 대학정원이 고등 졸업생을 추월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인구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대학 정원이 줄어들면 대부분의 학교 운영비를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사립학교는 경영이 힘들어진다. 인원이 감축되면 재정적 위기가 닥친다.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총체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칼을 빼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학구조조정의 이유다.

정치권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백성기)를 만들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당정협의에서 오는 8월말 대학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2017학년도부터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평가가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당에선 이를 뒷받침해줄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건국대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대학교들은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갔다. 몇 해 전부터 논란이었던 중앙대학교를 포함해 이화여대 등은 구조조정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앙대학교는 ‘2016년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반발이 심하다. 중앙대학교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일방적으로 공고한 학칙개정안을 철회하고 학교가 약속한 교수-학생대표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발전안과 입시요강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건국대 예술문화관 앞에는 통폐합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어져 있다 ⓒ 시사오늘

"취업률 불리한과, 구조조정 될 수밖에 없다"

학교의 통폐합 기준인 ‘경쟁력’은 사실상 ‘취업률’로 볼 수밖에 없다.

인문학과나 예술학과 등은 취업률이 낮다. 학문 자체가 취업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 순수문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학문의 발전과 철학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취업률로만 따진다면 구조조정 1순위는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과’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순수문학 학문이나 예술계열의 과들이 각각 대학마다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취업률은 순수 학문의 경쟁력을 나타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평가는 가능하면 정량적으로 숫자로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질적 평가를 중심으로 할 생각이다. 대학을 줄 세워서 끊는 평가가 아니라 대학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학생을 뽑고, 교육을 시키고, 유용한 학문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노력을 하는지, 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본질을 평가하고자 한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바꿔 대학이 갖춰야 할 교육의 기본적인 여건 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12)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질적 평가’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 위원장도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회에서 쉽지 않다. 선진화된 나라들은 모두 질적 평가한다. 우리도 이번에 그렇게 해보자는 취지로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쟁력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과 동시에 학교의 소통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의 '일방적인 통보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전히 학생들은 자신의 과가 없어진다는 것에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건국대 학생들은 학교에게 △학사행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학사 개편 과정에 대한 설명회와 학생 토론회 개최 △학내 문제 협의 공론기구 설치 등을 요구한다. 학교와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와의 소통을 원하고 있다 ⓒ 시사오늘

“당신의 과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시사오늘>은 시위를 이어가던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학생과 만나 심경을 물었다. 그는 "현재 건국대가 대한민국 예술을 짓밟는 행위"라는 말을 남기고 씁쓸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내 학과가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어떻게 생각이 들 것 같느냐”고 반문한 뒤 “영화학과에 입학할 때 취업을 하리란 생각을 하지 않고 왔다. 내 꿈이 있기 때문에 들어온 것인데, 취업률로만 학과 경쟁력을 따진다는 것은 순수 예술을 짓밟는 행위다. 장차 우리나라 예술을 이끌어나갈 사람들이 부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