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동의 슬픈 비화 , 거처 옮기면 '시련'…문재인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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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의 슬픈 비화 , 거처 옮기면 '시련'…문재인 운명은?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5.09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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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정치 1번지' 구기동…허주, "정치인에겐 맞지 않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정계를 은퇴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구기동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 전셋집 하나 옮기는 것뿐인데 그의 행보에 정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심지어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설’도 돌고 있다.
 
구기동에 집을 마련한 것은 특별하다. 구기동은 예로부터 평창동과 쌍벽을 이루는 ‘부촌’이다. 특히 구기동 일대엔 굵직한 정계 인사들이 거주하기로 유명했다. 현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 YS차남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 김종인 전 경제수석 등이 거주한다.
 
하지만 “구기동의 지세가 정치인들에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정치인이 구기동에 집을 마련하면 시련을 겪었다. 구기동에 얽힌 슬픈 비화를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공직자재산공개법’ 구기동 호화 자택부터 시작
 
“저기 저 집은 누가 살길래 저리 호화스러운가.”
 
북한산을 등반하던 YS는 구기동의 한 저택을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같이 등산하던 김덕룡 전 의원은 “박준규 국회의장의 집입니다”라고 답했다.
 
“공직자가 저렇게 호화스러운 저택에 살아도 되는 것인가.”
 
국가의 녹을 받는 공직자가 너무 호화스러운 집에 사는 것을 보고 YS는 ‘공직자 재산공개’를 떠올렸다. 청렴해야 하는 공직자에게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YS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이틀 후인 1993년 2월 27일, 첫 국무회의서 자신과 가족의 재산 17억 7822만 원을 공개하며 공직자재산공개를 천명했다. 
 
구기동 호화주택을 보유한 박준규 국회의장, 그는 YS와 30년 지기였다. 우정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비리 관행을 없애는 것이었다. YS는 친구와 등을 지며 공직자재산공개를 강행했다. 공직자재산공개로 박 전 의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정계 은퇴를, 유학성·김문기 의원 등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최형우 김현철 서석재...상도동계의 시련
 
YS정권이 들어서면서 구기동은 맞닿아있는 평창동과 함께 ‘부촌’으로 성장했다. YS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교수가 이사하면서 상도동계는 대거 구기동으로 집을 옮겼다.
 
구기동의 기운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구기동으로 이사한 이들의 정치적 운명은 그리 달지만은 않았다.
 
김현철 교수는 YS정권 말미에 비리의혹 등으로 옥고 생활을 겪으며 정치적 고초를 겪었다. 최형우 전 장관은 구기동으로 이사한 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정계를 떠나야 했다. 고(故) 서석재 전 의원도 구기동으로 이사를 온 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 후 2009년 숙병에 의해 운명을 달리했다.
 
이회창 전 총리도 지난 1998년까지 구기동 주민이었다. 이 전 총리는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중구 신당동으로 이사했다. 그러다가 왕의 기운이 서려있다는 종로구 옥인동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지만 대권을 잡을 수는 없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구기동 인근에 거주한다. 김 전 실장은 재직 당시 ‘십상시 파문’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에서 사퇴한지 세 달 만에 ‘성완종 파문’에 연루됐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구기동 주민이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1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고 강원도지사직을 박탈당했다. 이 전 지사는 10년간 피선거권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한다. 이 전 지사의 정치 생명에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정치인들이 구기동만 가면 쓰디 쓴 잔을 들이키니, 고(故) 김윤환 전 의원은 “구기동 일대는 기가 너무 세서 정치인들과는 맞지 않는다”고 평하기도 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구기동 징크스 깰 수 있을까?
 
역사적 비화를 가진 구기동, 정치인들 사이에선 ‘구기동 징크스’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이곳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거주한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이사온 뒤 4년째 살고 있다.
 
문 대표는 현재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 1위다. 문 대표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문 대표도 ‘구기동 징크스’를 깨고 차기 대권이 순탄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구기동, 평창동은 예전부터 '정치 1번지'라고 부를 정도로 거물급 인사가 많이 살았다"라며 "하지만 그 곳 기운이 정치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말이 돈다. 구기동, 평창동에 이사한 인물들이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표가 구기동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징크스를 깰 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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