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의료 정책과 왜곡되는 한국의 의료 수급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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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의료 정책과 왜곡되는 한국의 의료 수급체계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5.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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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최근 아내의 소아청소년과 스터디 그룹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다. 여의사 전문의 스터디 그룹인 만큼 남편들 역시 대부분 전문의로서 대학 병원에 교수로 재직하거나 개업의가 대부분이었는데 비 의료인인 나로서는 정부의 의료 정책과 왜곡되는 의료 수급체계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일반 대중과 여론의 무관심 속에 의학의 핵심 진료과목들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향후 국민건강과 관련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2015년도 전공의 전기 모집 결과를 보면, 26개 전문과목 중 정원을 130 % 이상 초과 지원한 상위 5위 권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였다.  
 
국민건강보험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비인기 진료과목이었던 진료과목 다수가 국민건강보험이 본격화 된 후에는 전공의들이 선호하는 인기 진료과목이 된 것이다.   
 
반면에 생명과 관련된 핵심 진료과목들에 대한 지원은 매우 저조하다.  흉부외과의 경우 48명 모집 정원에 19명이 지원하여 39.6%를 기록하였고, 외과의 경우 209명 모집 정원에 123명이 지원하여 58.9%를 기록하였다.  
 
더욱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국내 최대 메이저과로 불리는 내과가 588명 모집 정원에 542명이 지원하여 92.2%를 기록함으로써 내과 전공의까지 모집 정원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금년도 내과 전공의 미달사태는 정부에서 원격 진료 문제가 논의되면서 내과 전문의의 40%가 개업하는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체적으로 전공의 진료과목 선호-비선호가 의사로서의 적성이나 사명감보다는 미래 수입과 관련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보다 솔직히 말하면, 국민건강보험 비 급여 진료 항목이 많은 과목인가 아닌가가 전공의의 미래 수입 결정 요인이 되고 따라서 전공의의 진료과목 선택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메이저 과목 전공의 수급체제 붕괴는 서울의 대형 병원보다 지방병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지방 수련병원 중에서 흉부외과, 산부인과, 내과 전공의 지원이 0 명인 곳이 있을 만큼 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의료계에 확산되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 해당학과의 경우 전공의들이 주당 80 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한 ‘수련규칙 표준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부족사태로 수련규칙 개정 이전과 동일하게 혹사당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한 경우 해당 진료과목 학과장이 당직을 서야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진료과목 전공의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연수 등 여러 가지 유인책을 실행해 보았지만 결과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의 취득 후 미래 수입에 대한 보장과 의료사고 등 위험 부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단기 유인책만으로 핵심 진료과목 전공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전공의 2-3년 차에 핵심 진료과목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핵심 진료과목 전공의 미달사태의 또 다른 원인은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수보다 인턴 모집 정원이 많고, 전공의 1년차 모집 정원이 인턴 수료자보다 많은 기이한 구조 때문이라는 것인데, ‘Doctor's News’에 따르면, 병상 무한 경쟁을 부추긴 행정당국의 의료정책과 관리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원이 클수록 건강보험 재정을 더 얹어 주는 ‘건강보험 정책’이 병상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전공의가 저임금 인력으로 인식되면서 의대 졸업생보다 전공의 정원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련병원의 입장에서 보면 원가 이하의 저수가 속에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거나 전공의를 전문의로 대체할 경우 수 억 원에서 수 십 억 원까지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중견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병원장은 신용 불량자가 많은 직종이 의사가 되었고, 과거에는 의사 면허증으로 은행에서 대출 받아 개업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어림없는 이야기라며 열악한 의료계의 현실을 개탄하였다.   ‘Doctor’s News'에 따르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동네 병원이 한 해에만 1500-1600 여 곳이 폐업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지속될 경우, 결국 그 피해자는 일반 서민들이 될 것이라는 것인데, 멀지 않은 장래에 재벌총수는 선진국에 가서 시술을 받고, 일반 서민들은 값싼 후진국 의사들에게 시술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의료 수급체계의 왜곡은 단순히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핵심 진료과목 전공의 육성에 대한 공공적 성격의 지원이 필요하고, 현재의 저수가 의료정책이나 전공의 수련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료계의 목소리에 모두가 함께 고민하기를 기대한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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