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장애 바로잡는 ‘재활승마’>
“말(馬)이 가진 재활능력 인간의 신체장애도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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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장애 바로잡는 ‘재활승마’>
“말(馬)이 가진 재활능력 인간의 신체장애도 이겨낸다”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6.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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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0년 재활 승마 효과 고대 문헌 ‘기록’
독일 95년 국민보험 적용...오랜 투병자도 ‘직효’

미국 텍사스에 사는 주부 로버슨 트레이시(여, 27)씨는 1999년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다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도 기가 막혀 주춤했지만 다시 일어서려해도 다리가 힘을 받쳐주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런 꼴을….” 트레이시는 울부짖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트레이시에게 의사가 내린 진단은 근육에 힘이 빠져 누워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서기 힘든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트레이시는 큰 충격에 빠졌지만 노력을 하면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다리의 힘을 키우는데 매달렸다. 하지만 호전은 커녕 날이 갈수록 일어서기가 더 버거웠다. 

트레이시는 병을 고치기 위해 고민 끝에 수중치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엔 조금 힘이 생기는가 싶더니 다시 풀썩 주저앉아 좌절만 줄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재활 승마를 접하게 됐다. 재활승마 치료 시작 후 처음에는 말(馬) 위에 똑바로 앉아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발성 경화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이를 꾹참고 치료를 받자 10주만에 자신을 부축해주던 도우미가 필요 없게 됐다.

 

▲ 사람과 말이 교감을 나누는 것도 재활승마의 한과정이다.     © 시사오늘

트레이시는 2주만 재활승마를 하지 않으면 다시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 신세였지만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5년 뒤에는 생활승마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그 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말(馬)과 친해지기를 바라며 현재 자신의 고향에 있는 재활승마치료소 ‘올스타 이큐스트라이안(all star equestrian foundation)’에서 승마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말(馬) 걸음 사람과 비슷 장애 치료에 ‘딱’
 
트레이시의 경우처럼 하루아침에 장애인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많다. 교통사고를 당한다거나 병으로 다리를 못쓴다거나…. 선천적이 아니더라도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될 위험은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213만7226명으로 2005년 169만9329명보다 25.8%나 증가했다. 100명당 4명은 장애인이라는 말이다. 이런 장애인수는 고령화로 인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장애인 복지와 치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 최근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는데 효과가 뛰어나 관심이 집중되는 재활치료법이 있다. 바로 ‘재활승마’다.

‘재활승마’는 말(馬)의 민감성·크기·보폭·진동 등과 같이 말(馬)이 가진 치료적 요인을 장애 유형과 특성에 맞게 적용해 신체적, 정신적 재활을 도모하는 동물 매개치료 방법 중의 하나다.

 

▲ 재활승마 치료에 앞서 말들이 몸을 풀고 있다.     © 시사오늘

특히 말(馬)은 걸음걸이가 사람과 비슷해 말(馬) 위에 탄 사람은 자신의 두 다리로 직접 걷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사람의 평균 체온보다 조금 높은 말(馬)의 체온은 말(馬)에 탄 사람의 긴장감을 줄여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이인경 성덕대 재활승마과 교수는 “재활승마는 소아마비와 같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독일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국민보험이 완전 적용되는 등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활승마’는 효과적인 장애재활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국내 재활승마 프로그램 통해 5백여명 경험
 
재활승마는 그 역사도 유구(悠久)하다. 재활승마에 대한 첫 기록은 기원전 400년 ‘부상당한 병사를 말(馬)에 태웠더니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고대 그리스 문헌에 나와 있다.

실제로 1~2차 세계대전에서도 승마가 부상자의 신체기능 향상과 정서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기록이 전해 내려온다.
 
1900년경 성형외과 의사로 활동하던 영국인 의사 헌트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병사가 전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자 자신의 말(馬)을 태워 자신감을 회복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재활승마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던 덴마크의 리즈 하텔(Liz Hartel)이 승마의 마장마술(馬場馬術)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면서부터 집중적으로 관심을 끌게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한국 마사회와 삼성승마단등이 재활승마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승마단의 경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재까지 약 540명이 재활 승마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재활승마지만, 한편으로는 기계도 아닌 커다란 말(馬)위에 올라가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적지 않게 두려움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 교수는 “말(馬)은 사람이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해를 끼치지 않는 온순한 동물”이라며 “치료시 앞뒤, 양옆으로 4명의 사람이 달라붙어 치료를 진행하는 만큼 낙마와 같은 큰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재활승마는 신체적 효과뿐만 아니라 정신적 효과 또한 톡톡하다. 특히 오랜 투병과 약물용법에 지친 환자에게는 새로운 의욕을 고취시켜줄 뿐더러 자신감과 집중력을 증대시켜 우울증을 해소시켜준다.

심신이 피로한 장애인들에게 재활승마가 국내에서도 신비의 재활요법으로 활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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