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 "장애인재활 새 지평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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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경, "장애인재활 새 지평열 것”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6.1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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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 재활승마과 학과장>
승마치료효과 보고서 보고 개설 결정...한국형 장애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꿈’

“말은 사람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동물이에요. 동시에 말을 탄 사람은 실제 걷는 것과 비슷한 움직임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동물 매개치료보다 특별하죠.”

유난히 햇살이 눈부신 6월 어느 날. 경기도 소재 한 승마훈련원에서 만난 성덕대학 재활승마과 이인경 학과장은 이렇게 말의 영험함을 설명했다.

이 학과장은 국내 최초로 학과를 개설해 화제가 되고 있는 성덕대 재활승마과 학과장이자 학과 개설 3년 전부터 직접 발로 뛰며 준비한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어깨에는 말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토트백이 메어 있었다. 

 

▲ 말에 반해 재활승마과 교수가 됐다는 이인경 성덕대학 재활승마과 학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질병이나 장애에 맞는 재활승마치료프로그램을 만드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희정기자

말(馬)에 반해 재활승마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말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특징들 때문에 재활승마는 그 어떤 동물 매개치료보다 특별하다고 말했다.
 
- 재활승마란 무엇인가요.

“재활승마는 말을 매개로한 동물치료 중의 하나입니다. 말은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사람과 함께 출전하는 동물이면서 상도 함께 받는 동물이에요. 사람과 도구의 관계가 아닌 영혼과 영혼의 관계를 갖고 있을 정도로 사람과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의 걸음걸이는 사람과 비슷해요. 말을 타는 사람 역시 바르게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거죠. 이런 말의 정신적,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장애인의 재활을 목표로 삼는 활동이 바로 재활승마입니다.”
 
- 재활승마가 특히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가 있습니까.

“뇌성마비환자나 시각장애, 뇌기능 손상, 척수 손상 등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이용돼요. 이는 말의 특성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말의 걸음걸이는 사람과 비슷하죠. 이에 말을 타는 사람은 자신의 두 다리로 직접 걷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요. 뇌성마비 환자처럼 한 번도 비장애인들의 걸음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의 걸음걸이를 통해 바른 움직임을 경험해 보는 것 자체가 치료가 되는 것이죠.”
 
- 성덕대학에서 재활승마과를 어떻게 개설하게 됐나요.

“저희 학교는 보건복지계열에서 특성화된 학교에요. 1998년 음악치료교육연구소와 작업치료연구소, 2006년엔 성덕통합치료연구소와 센터를 개설해 운영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 그러던 중 승마치료의 효과가 놀랍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견하게 됐어요. 이를 기반으로 재활분야 파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분야 교수들의 재교육, 외국 연수 및 훈련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했어요. 이러한 3년간의 노력 끝에 재활승마학과가 탄생하게 됐어요.”
 
- 국내 유일이라는 의미가 큰 것 같은데요.

“현재 국내에서 재활승마는 일부 사설 승마장에서 봉사자나 일부 말 전문가들이 흉내내는 정도에요. 일부 공기업이나 사 기업체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재활 승마를 단기간 제공하기도 하고요. 다들 말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에 앞서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 연구의 뒷받침, 국내외적인 인프라 구축, 미래지향적인 기획 등이 절실해요. 특히 재활승마는 승마, 재활치료법, 수의학적 지식 등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이에 우리학과는 ‘최초의 정규 학과’라는 것보다 재활승마의 허브(HUB)가 돼 교육, 연구,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전문가 풀(pool)구성, 표준자격제도 정립 등을 목표로 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어요.” 
 
- 학과 자랑 한마디만 해주세요.

“모든 교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국내에 처음 생긴 학과라 그런지 교수님들 열정이 다들 대단해요.  우리 학과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 대부분이 교수들이 직접 국내외로 발로 뛰며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죠. 또 학교에서 학과 및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모든 학생들이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으로 받고, 실습비용도 전액 학교에서 부담하죠. 해외랑 교류가 많은 것도 장점이에요. 이 학과가 생기기전 작업치료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활승마관련 해외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번엔 재활승마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에요. 물론 재활승마가 정착된 해외에 직접 나가 시킬 것이고요.”
 
- 학과장께서 직접 재활승마를 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원래 생물학을 전공하고 작업치료분야에서 활동했어요. 작업치료에서 여러가지 치료요법에 대해 공부하다 동물매개치료가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접하게 됐죠. 이 중에서도 말은 특별했어요. 아까 말한 신체적 특징과 정서적 특징에 관련해서요. 말처럼 효과적인 동물 매개치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 재활승마 전망은 어떤가요.

“재활승마는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재활의학의 유망분야에요. 실제로도 재활승마의 효과는 외국의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어요. 재활승마를 체험한 사람들도 재활승마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국민생활수준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복지 제도에도 눈을 뜨게 됐죠. 재활승마는 이미 해외에서 그 효과가 입증돼 앞으로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장애인을 위한 획기적이고 유용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재활승마와 장애인승마의 차이점은 뭔가요.

“우리나라에서 승마는 물론 말(馬)에 대한 생소함 때문인지 오해가 많이 생겨요. 재활승마는 치료에 목적을 두고 실시되는 활동이에요. 환자의 ‘재활’에 초점을 두고 장애인이 가진 제한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활동이죠. 하지만 장애인 승마는 치료적인 목적보다 ‘스포츠’의 개념이 큽니다. 장애인의 신체적 능력을 개발해 승마 경기를 위한 훈련을 실시하는 ‘패럴림픽(Paralympic)’의 개념이죠. 한마디로 장애인 승마는 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선수 발굴이 목적이라 할 수 있고, 재활승마는 치료가 목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구분되질 않아 장애인 승마가 재활승마 치료로 오인된 채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재활승마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표준교육과정을 개발 정착시키고 기존 종사자들을 위한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기적인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자격과정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또한 재활승마용 말은 다른 말보다 순해야 하기에 때문에 이를 훈련시키는 전문 인력 양성도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이고요. 또 외국 관련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양한 재활 승마 기법을 보급하고, 나아가 한국형 질병이나 장애에 맞는 치료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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