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새정치연합은 정세균당?…그럴듯한 '소설'일 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정세균, "새정치연합은 정세균당?…그럴듯한 '소설'일 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25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균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분당과 신당창당,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4·29 패배, 중과실 아니다"…문재인 책임론 '일축' "정동영 전주 덕진 공천 배제, 내가 직접 결단한 것"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최악', 한심한 낙제 수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일을 하다 실수해 접시를 깨뜨린 경우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일을 하지 않아서 접시에 먼지가 쌓이게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정세균'을 이보다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또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지난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가난했던 학창 시절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한 정 의원은 이후 쌍용그룹 상무이사, 산자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 '자수성가'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19대 총선에서 4선을 지냈던 전북 무진장(무주·진안·장수)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 종로구에 도전, 친박(친박근혜) 좌장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정 의원은 이제 '종로 재선'을 통해 '자수성가'의 길을 지나 '대기만성'의 행보를 시작하려 한다.

'정세균의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사오늘>은 7월 22일 정 의원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찾아 그와 단독 인터뷰했다. 정 의원의 사무실은 그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지역 인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보좌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에 응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무더운 7월의 태양'처럼 그의 사무실은 이미 '종로 재선'에 대한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듯했다.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정 의원은 과중한 업무로 오른쪽 눈이 붉게 충혈된 상태라며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이날 인터뷰에 임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정 의원은 지난 22일 오른쪽 눈이 붉게 충혈되는 증상으로 인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 시사오늘

"품격 정치 선호하는 종로는 내 체질", '재선 자신'

-선글라스가 아주 잘 어울린다. 혹시 눈에 이상이 있나.

"그렇지 않다. ('허허' 웃으며)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렇지. 전날 밤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오른쪽 눈이 붉게 충혈이 됐더라. 보기 안 좋아서 선글라스를 낀 것이니 양해를 바란다."

-차기 총선 준비로 많이 바쁜 모양이다.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그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요새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에 매진하고 있다. '찾아가는 의정보고회'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옛날 방식처럼 주민센터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각 지역을 찾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의 성과를 전달하고 있다. 20~30명 단위로 만나 규모는 좀 작은 편이지만 그게 더 진정성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진행했는데, 올해 안에 총 100차례를 계획하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박진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종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다들 훌륭한 분들이지만, 내가 걸어온 정치 인생이 있지 않느냐. 꾸준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그간 성장을 해 왔고, 나는 흠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 정부와 당에서 일하면서 국민들에게 걱정 끼쳐드리는 일을 한 번도 한 적 없다."

-자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나.

"지금껏 해 온 것처럼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소리 내 웃으며) 내가 종로하고 체질이 잘 맞는 것 같다. 종로는 너무 순발력 있는 인물보다는 좀 점잖고 품격 있는 정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종로라는 지역은 나와 잘 맞는다."

-야권에서는 정 의원 외에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아직 없나.

"여권에만 인기 있지 아직 우리 쪽에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손학규 전 대표, 조국 혁신위원 출마설이 있다.

"조국 출마설은 금시초문이다. 손 전 대표랑은 최근에 몇 번 통화한 적은 있지만, 정계 은퇴하신 분 아닌가. 구기동 이사로 말이 많은데, 자제분 집에 짐 갖다놓은 것뿐이다. 손 전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정치 일선에 나설지 의문이다."

-'정치 1번지' 종로를 대권 발판으로만 삼으려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비판이 있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선택한 정치인의 성장보다는 지역 발전과 지역을 섬기는 게 중요하니까. 내가 당선되자마자 바로 그해에 대선이 있었다. 지역과 제대로 밀착되기 전에 본의 아니게 대선 레이스를 펼친 건 사실이고, 거기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그 후에 내가 굉장히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니까 다 이해해 주시고 잊어버려 주시더라."

-지역에서 이룬 주요 성과 몇 가지를 소개해 달라.

"우선, 창신·숭인동 일대를 국토교통부 지정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이끌어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고, 서울의 대표적 쪽방촌 지역인 돈의동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위한 57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또한 신분당선 연장 사업을 추진, 청운·효자·부암·평창동 일대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 연내에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에 대한 MOU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과 신당창당,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
"4·29 패배, 중과실 아니다"…文 책임론 '일축'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 시사오늘

정 의원은 최근 야권에 불고 있는 '분당'·'신당창당' 바람을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분당·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에게 명분도, 인물도, 재정 능력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분당과 신당창당에 대한 말이 많다. 어떻게 전망하나.

"분당이나 신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그런데 분열하면 정권교체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누가 분열 세력을 지지하겠느냐. 분당과 신당이 현실화되려면 기치와 인물과 재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제대로 된 기치를 내건 세력이 어디 있느냐. 인물과 돈도 없어 보인다. 그 세 가지가 갖춰져야 신당이 의미 있는 출발을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은 분열하고 싸워 싸코하는 거 더는 원치 않는다."

-'호남정치복원'을 내세운 '천정배 신당'이 가시화되고 있는 눈치인데.

"호남 민중들이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제발 니들 좀 이겨봐라', '2017년에는 정권교체 좀 해 봐라' 이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고, 호남의 명령이다. 분당해서 갈라서고, 별 특성도 없는 신당을 창당하고, 그런 걸 원하는 게 결코 아니다. 호남 민중의 뜻은 정권교체할 역량을 갖춰라 이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교체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나.

"(잠시 숨을 고른 뒤) 지금 그런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만날 지니까,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지니까 '너희들 더 이상 안 되겠다'하고 호남 민중들이 회초리를 드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싸움이나 해 싸코,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가능성과 수권능력을 보여주면 다시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친노(친노무현)계와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극심하다.

"글쎄…. 나도 상당한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퇴진론'도 요즘 들어 자주 언급되는데.

"문 대표는 어느 누군가가 임명한 게 아니라, 전당대회(전대)를 통해서 당대표에 올랐다. 아주 중차대한 과실, '중과실'이 있다면 책임을 묻는다든지 그런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4·29 보궐선거 패배가 전대 결과를 뒤엎을 만큼 '중과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과 엊그제 전대를 했는데, 그럼 전대를 또 하겠다는 건가. 재보선 질 때마다 전대하겠다는 말인가."

-비노계 박주선 의원은 7·30 보궐선거 패배도 친노와 문 대표 탓이라고 말했다.

"7·30 때는 김한길·안철수 의원이 공동대표 아니었나. (실소로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그때는 문재인이 아무 것도 아니었잖아. 광화문 단식과 거리 투쟁이 문제라고? 그러면 본인들이 중심을 잡아서 안 했으면 됐지. 그건 완전 잘못된 얘기다."

-궤가 다른 질문이지만, 얘기가 나온 김에 묻자. 7·30 재보선에서 '권은희 광주 공천 문제'로 당이 시끄러웠다. 당시 분위기가 어땠나.

"확실히 그때 우리는 반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권은희'를 반대한 게 아니라, '권은희를 빨리 끄집어내는 것'을 반대했다.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김한길·안철수 그네들이 그냥 한 게 아니겠어. 왜 그랬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나름 그쪽의 사정이 있었겠지, 설마 누구 미워서 그랬을까."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 시사오늘

"새정치연합은 정세균당?…그럴듯한 '소설'"
"혁신위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정 의원이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당시 정계 일각에서는 '정세균-문재인 연대'가 이뤄졌다는 풍문이 있었다. 이 같은 풍문은 최근 들어 더욱 확산,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정세균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이를 단호하게 부정했다.

-당이 매번 시끄러운 근본 원인은 결국 계파갈등이 아닌가.

"(한숨을 쉬며) 국민들은 계파를 만들어서 자신의 이해를 챙기고 하는 일은 아주 싫어하고 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다. 패거리 나눠서 서로 싸우고, 권력투쟁하고 그런 짓은 이제 더는 말아야지."

-그런데 정 의원의 2·8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정세균-문재인 연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전혀 아니다. 나는 이미 과거에 세 번이나 당대표를 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문 대표나 박지원 의원은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새판 좀 짜보자'는 젊은 의원들의 주장도 있었고 해서 내가 계속 하겠다고 하면 욕심쟁이로 비춰질 수 있으니까, 불출마하는 게 '선당후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한 거다. 특정 세력과 손잡고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최근에는 당내 요직을 '정세균계'가 꿰차고 있음을 들어 '새정치연합은 정세균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원래 여의도에서는 소설을 잘 쓰지 않나. 정세균당은 소설일 뿐이다. 실제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요즘 당무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그들을 추천한 적은 없다. 그들은 현 지도부의 평가를 받아서 지도부에서 갖다 쓰고 있는 거지, 내가 추천한 게 아니다. 게다가 나는 지금 '백의종군'하고 있지 않은가. 당무에 직접 관여를 안 하고 있는데 내가 뭘 하겠느냐. 소설이다. 소설도 그럴듯하게 참 잘 쓴 소설 같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당무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런 추측성 기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를 통한 내홍 봉합이 가능하다고 보나.

"이번 혁신안은 말 그대로 '오픈게임'에 불과했다. 핵심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냥 혁신안 통과시켜보는 연습을 해본 셈이다. 의미 있는 내용들이 혁신안에 채택되고, 실천까지 이뤄져야 내가 앞서 주장한 수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위원회의 폐지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가.

"폐지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지금 최고위원회의가 갖고 있는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최고위 권한이 어느 1인에게 집중돼선 안 되고, 그게 분산이 된다면 시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최고위 폐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권한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고, 더 많은 당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당내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일고 있는 불필요한 갈등들을 과연 해소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혁신위에 대한 중간 평가는.

"열심히는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핵심 내용이 담긴 혁신안이 채택되고, 또 실천까지 되는 것을 봐야 평가를 내릴 수 있지, 미리 가타부타 뭐라 말하면 좀 실례다."

"정동영 덕진 공천 배제, 내가 직접 결심했다"
"그의 강남 출마는 나 쫓아 서울 올라온 것"

'정세균'하면 바로 '정동영'이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전북 맹주' 자리를 놓고 늘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오죽하면 호남 지역에서는 "'정-정 연합'이 뜨면 대한민국 정치판이 요동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한 그의 소회도 밝혔다.

-정동영 전 의원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동영의 행보, 아쉬운 점이 많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한때 우리 당의 슈퍼스타였잖느냐. 당 의장도 했고, 열린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고, 대통령 후보까지 한 분이었다. 우리 당의 큰 지도자로 계속 남아있는 게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전주로 가고, 서울에 와서 낙선하고, 또 이번에 관악에서 패배하고 하면서 많은 당원 동지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나는 그 점이 참 아쉽다. 아무튼 정 전 의장, 정 전 후보가 '유종의 미'를 잘 거뒀으면 좋겠다(그는 이 대목에서 '전 의장', '전 후보'라는 표현을 힘줘 말했다)."

-'유종의 미'가 어떤 의미냐. 정동영 전 의원의 복당을 바라는 것인가.

"내가 구체적인 행보까지 얘기할 입장은 아니고…. 결국 유종의 미라는 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겠느냐. 그가 그런 길을 가길 바란다."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왼쪽), 정동영 전 의원. 전북 출신의 두 사람은 정치적 라이벌이다. ⓒ 뉴시스

2007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은, 이듬해 열린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2009년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타진했으나 당 지도부가 공천을 주지 않자 당을 버렸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그때 당대표가 바로 정세균이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보자. 2009년 보궐선거에서 정동영 전 의원에게 전주 덕진 공천을 주지 말라고 지시한 게 사실인가.

"지시가 아니라 결심을 내가 했다. 당시 내가 당대표였고, 정 전 의원은 서울 동작구 원외위원장이었다. 대권 후보까지 했던 분이 지역을 버리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전주 덕진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나는 이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동영 전 의원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나.

"그렇지 않다. 나는 정 전 의원에게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에 출마하든지, 아니면 다음 해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고 옵션을 줬다. 그런데 그가 모든 제안을 뿌리치고 덕진으로 간 거다."

-혹,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한 게 아닌가. '견원지간'으로까지 불리는데.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에 따른 결정이 결코 아니다. 대선 후보까지 한 분이, 게다가 다른 지역에 원외위원장으로 계신 분이 이름만 걸면 그냥 당선되는 곳에 가면 다른 원외위원장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그래서 전주로 가면 안 된다고 그에게 말한 것이다. 견제는 무슨 놈의 견제를 혀. 괜히들 하는 소리다. 견원지간? 원래 정 전 의원과 나는 무척 가까운 사이다. 견원지간이라니, 그럴 이유가 없다."

-19대 총선에서 두 사람은 모두 서울에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내 발로 종로에 걸어 들어왔다. 호남에서 4번 했으니까 이제는 수도권으로 발걸음을 옮겨야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때 정동영 전 의원뿐만 아니라 호남 정치인들이 대거 수도권에 출마했다. (소리 내 웃으며) 그 사람들 다 내 영향을 받아서 올라온 거야. 결국 당선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정동영 전 의원과 사전 논의가 있었나.

"사전 논의라기보다는, 사실 정 전 의원에게 전주에 가지 말라고 설득하던 2009년에 '나는 다음에 호남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그에게 말한 바 있다. 설득 작업에서 나온 얘기였다. '나는 다음에 무조건 수도권으로 간다'고 그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정동영의 19대 총선 서울 강남 출마는 라이벌 정세균을 쫓아간 모양새 같다.

"('허허' 웃으며) 뭐 내가 쫓아왔다고 직접 얘기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아니 그냥 거기 전주에 있지 뭣허러 올라왔는지. 정동영 전 의원 입장에서는 힘들게 전주 가서 당선됐는데 그냥 거기 있는 게 나았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최악', 한심한 낙제 수준"
"국정원 해킹 의혹, 국정원 국회 통제 받아야"

미(美)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과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한 바 있는 정세균 의원은 정치권에서 손에 꼽히는 '경제통'으로 통한다. 그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장을 맡아 당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당이 수권능력을 가지려면 이제 경제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그러려면 좋은 경제정책을 내놓고, 이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위원회가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 새정치연합이 경제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 수권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추구하는 경제철학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낙수경제는 이제 끝났다. 소득 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라는 기조를 세우고 있다. 낙수효과가 아닌 분수효과를 철학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만들고, 그걸 제도화하면서 국민들에게 우리 당이 수권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정치권에서 손에 꼽히는 '경제통'으로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에 점수를 매기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은 낙제점인데, 그중에서도 경제정책은 한심한 낙제 상태다. 성장을 하길 하나, 고용이 이뤄지길 하나, 소득이 평등하길 하나, 그야말로 최악이다. 자꾸 남한테 책임만 전가하는 양상인데, 이번에 '노동개혁'도 마치 그것 때문에 경제가 안 되는 것처럼 떠넘기고 있는 인상이다. 노동자나 중산층에게 고통분담만 강요하고 있는데, 그분들의 고통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더 무슨 고통을 분담하는 건지 의문이다. 분수경제를 통해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을 줘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만들어 내게 해야지, 더 이상 그 사람들을 몰이해서는 절대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본다."

-박근혜 정권 하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끝났다고 보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워서 대선 때 표만 얻어 갔지, 지금 추진 자체가 안 되고 있지 않느냐.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국민을 배신했다. 박근혜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느냐. 경제민주화하겠다, 복지 향상하겠다고 해서 대통령 된 게 아닌가. 그런데 지금 공약을 완전히 다 버린 셈이 아닌가. 그냥 표 얻는 데만 쓰고 폐기시켜버린 거다."

-정 의원은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번 '국정원 해킹 의혹'을 어떻게 보고 있나.

"국정원개혁특위원장 활동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는데, 우리나라처럼 정보기관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나라가 없다. 아무 통제도 받지 않는 권력, 지구상에서 우리 국정원이 유일하다. 국정원은 정말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정원이 되레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지 않은가. 국정원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거꾸로 된 실정이다. 국정원이 단체 성명을 낸 것도 보면, 세상에 그런 정부기관이 어디 있느냐. 어느 정보기관이 그런 성명을 내느냐. 참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떤 방향으로 국정원이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임위로 만들어야 한다. 의회가 국정원을 제대로 통제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통제는 곧 국회의 통제다. 지금은 형식적인 통제만 있지, 실질적으로는 전혀 통제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국정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국회가 국정원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권 도전하겠다, '대기만성'하는 날이 있을 것"

▲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 시사오늘

정 의원은 '대망'을 꿈꾼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그가 걸어온 정치인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혁신과 통합의 길을 통해 반드시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일 잘하는 정치인'이나 '임팩트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기만성'이지 뭐. 나는 꾸준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때가 되면 평가를 받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기만성'이라면 대권 도전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럼, 그럼. 다양한 정책 콘텐트부터 시작해서, 국정 전반에 걸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쌓아 온 역량, 그리고 늘 바른 정치를 한 이력들이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구상하는 정치 행보는 무엇인가.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과 통합을 해야 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통합의 길을 걸어야지, 분열해서는 기회가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 정권교체를 위해서 열심히 앞장서서 혁신과 통합 노력을 이어 가겠다. 2017년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한다는 게 내 꿈과 희망이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DJ는 날 발탁해준 분이고, 노 전 대통령은 날 중용해주신 분이다. 그 두 분이야말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멘토들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